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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번 우리 주변을 둘러볼까요?

2022년 9월호(15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1. 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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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14]

지금 한번 우리 주변을 둘러볼까요?

 

정신분석자 융은“예술이란 상징이다. 작가가 경험하는 것, 지각하는 것,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을 상징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술가는 자신이 가지는 감정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대신할 매개체를 찾곤 하죠. 그림으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강의를 하는 저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나만의 그림’을 그리면서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먼저 하게 되고 오랜 시간 투자하는 고민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입니다. 다양한 소재를 생각해 보지만 결국 제가 선택하는 것은 꽃과 식물 등 자연물입니다. 


자연물을 주로 그리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당연시하고 소홀하게 대했습니다. 대신 제게 없거나 타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러워하면서 괴로움이란 감정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꽃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면서 꽃잎 한 장 한 장을 관찰하게 되고 각각의 꽃잎이 가지는 다름이 모여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며 저도 저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가진 장점을 더 아끼고 그것들을 조금 더 키우기 위해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꽃을 그리기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꽃을 그리며 선물을 받고 배움을 얻게 된 거죠. 

 

독일 표현주의 화가인 프란츠 마르크(Franz Mark, 1880~1916)는‘자연을 바라봄’에 대하여“내가 꽃과 나뭇잎을 바라볼 때는 일종의 공감이 항상 이루어지며,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만 하나의 몸짓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꽃을 그리기 위해 관찰하고 꽃과 대화하는 그 시간 동안 제 마음 안에 자연스러운 변화가 일어난 거죠.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자연의 풍광이 회화의 주된 소재로 채택되어 그려졌고 서양회화에서는 17세기 초반부터 풍경화가 제작되었습니다. 드로잉 분야 중 자연을 소재로 한 드로잉은 무궁무진하죠. 함께 그림을 그리고 배우는 분들과 작년에 열었던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그린 작품입니다. 모란꽃이죠. 옛 조상들은 모란꽃을 보면서 꽃과 잎이 아름답고 풍성하게 피어나면 복된 미래가 다가오는 조짐으로 믿으며 부귀영화의 길한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모란꽃을 꽃 중의 왕으로 부르며 임금을 상징하여 궁중용 병풍 그림에 사용하였습니다. 그 당시 제가 모란꽃을 소재로 선택했던 이유는 모란꽃을 그리면서 저도 화사한 기분을 느끼고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그리는 내내 제가 귀한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잠시 그림을 보면서 같은 기분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라보는 이의 마음의 감성을 그 어떤 물질보다 자극하죠. 꽃을 받으면 일상적인 날도 특별한 날이 되는 것 같습니다. 꽃을 선물하는 것은 사랑을 전달하는 관습적인 표현입니다. 그래서 동서양 남녀노소 구별하지 않고 꽃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죠. 

그러나 우리는 아쉽게도 자연과 함께 하는 그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너무 적게 가지고 있습니다. 바쁜 삶을 살면서 거리에 심겨진 꽃과 아스팔트 사이로 생명력을 뿜어내는 작은 들풀의 존재에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알록달록한지, 얼마나 푸르른지 조금만 바라보면 감동적인 드라마가 우리 눈앞에 펼쳐질 테지만 그것을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하죠. 오늘 하루 내 주변 자연에 얼마나 눈길을 주셨나요? 매일 걷는 골목에 어떤 색의 꽃이 피어 있는지 기억하시나요?

 

어쩌면 자연이 멀리 있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자연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일부러라도 살짝 마음의 시간을 만드셔서 오늘 하루 내 주변의 꽃과 식물, 나무들을 유심히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의 삶에 주는 마음의 여유와 그 자체의 아름다움 그리고 나에게 주는 통찰의 시간을 경험해 보면 좋겠습니다.  

 

 

리네아스토리 대표 김민정, 조세화
lineastory.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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