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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Share, Love “100원 만 주세요! 학교 짓게! 병원 짓게!” 한영준(한꽃거지)와의 기분좋은 만남!

2018년 12월호(제11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2. 1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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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기부문화 스토리]



Play, Share, Love

“100원 만 주세요! 학교 짓게! 병원 짓게!”

한영준(한꽃거지)와의 기분좋은 만남!

 


철학과를 나오셨는데요. 보통 철학과 나온 분 들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말입니다.(웃음) 지금 하는 일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정확히 말하면 철학과를 나왔어요. 4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한 학기를 남겨두고 나온 거죠. 지금도 아직 돌아갈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대학졸업장 보다 저와 같이 사는 친구들과의 시간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죠. 철학을 전공한다고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건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한 것 같아요.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에 그 현실이 다른 것이거든요. 보통의 미디어가 부와 명예가 성공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라면, 저에게 현실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많이 나누는 것이 성공이에요. 그게 제가 철학을 하면서 배운 것들이고요.

그 외에 저는 대학 다닐 때 ‘정의’(justice)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지, 어떤 것이 정의인지 말이죠. 2009년부터 세계여행을 하면서 ‘공정여행’에 눈을 떴고,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착취당하는 부류에 관심이 많아요. 여행을 다니면서 세계에 가난한 아이들을 많이 보았죠. 어린 나이부터 노동과 교육의 부재, 폭력, 굶주림, 질병 등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있어요. 철학과를 나와서 이렇게 되었다! 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분명히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데 철학 공부는 기여를 했어요.



이 일을 위해 그럴듯한 기업과 사람들의 후원을 받고 시작한 것이 아닌, “백 원만 주세요! 학교 짓게, 병원 짓게”라는 구호로 우리나라도 아닌, 남미 오지에서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농장과 집, 더 나아가 학교, 병원을 짓겠다 생각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이유는 제가 타인을 배려하는 여행을 시작할 무렵, 저 자신도 저에 대한 신뢰가 없었어요. 마음만 앞선 애송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저에게 당연히 사람들이 큰돈을 후원해주지는 않으리라고 스스로 판단했어요. 그런데 100원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2011년부터 시작했는데 조금씩 신뢰가 쌓이면서 방송이나 기업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때부터는 그들의 간섭이 싫었어요. 저에게 성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인데, 그런 후원과 관심을 받으면 자유를 억압 받고,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학교를 지으며 최대 후원을 1만원으로 잡았을 때, 제가 가르치던 보육원 제자가 1만원을 후원하며 이야기 했어요! “선생님. 제가 최고 후원자 맞죠?” 그 친구의 말을 지켜주고 싶었어요. 물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한 달 최대 1만원의 후원을 받고는 있어요.(웃음)

그리고 농장을 시작한건, 일단 먹고 살 것이 그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농장을 만들어도 정작 운영은 잘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생각해보니 가난의 대부분은 교육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기에, 학교를 세우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식 학교는 아니지만, 볼리비아 포토시 주의 ‘뽀꼬뽀꼬’라는 마을에서 ‘희망꽃학교’라는 교육센터를 짓고 도서관 3개와 청소년 기숙사 하나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멕시코에서 의료시설인 병원 짓는 일을 지금 또 시작하고 있고요!


 ‘꽃거지’라고 하니 ‘거지’라는 단어에서 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없어지면서 ‘뭐지?’하는 호기심과 함께 하는 일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꽃거지’의 의미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2009년에 세계 일주를 시작했어요. 돈을 벌면서 여행을 했는데, 유럽쯤 가니 돈이 다 떨어졌지요. 문득 길거리 거지들을 보면서 ‘저렇게 사는 삶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직접 거지가 되어봤어요. 또 초반에 돈을 워낙 아끼며 여행했기 때문에, 친구들이 ‘국제거지’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지요. 말 그대로 ‘거지’라는 말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잖아요. 제가 사실 좀 잘생기고 피부도 좋고, 몸짱이고, 여튼 쭈욱~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었거든요.(뻔뻔) 그래서 스스로 어차피 거지라고 부를 거면 ‘꽃거지’라고 부르라고 했죠. 그때부터 ‘꽃거지’라 불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꽃처럼 향기 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좋은 의미도 있는데, 이건 나중에 의미부여 한 거예요.(웃음) 3년 정도는 그렇게 구걸해 살면서 대신 여행 2년차부터 강연이나 전시회, 원고 등을 기고하며 그 수익금은 전액 기부를 했지요.


후원을 ‘백 원’으로 시작한 발상에 ‘이것으로 어떻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하지만, 후원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설득하기에는 아주 좋았을 것 같고, 또 헛웃음 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나요?


일단 큰 돈이 아닌 백 원이니 부담이 없잖아요. 실제로 길거리에서 모금을 할 때도 큰 돈이 아닌 동전을 달라고 하니 많이들 주세요. 아마 지금껏 4만 명 이상은 동전을 저에게 직접 주셨을 거예요. 매달 모인 100원들의 합을 SNS를 통해 알렸어요. 첫 달에 몇 만원이 되던 게 쌓이고 쌓여 몇 백 만원, 몇 천 만원이 되는 거죠. 이것으로 학교를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3년 정도 지나니 약정금액까지 하면 약 7억 정도?! 되더라고요. 지금은 작년부터 사단법인을 만들어서 좀 더 투명하고 신뢰 있게 활동하고 있어요. 현재 계획하고 있는 멕시코의 병원은 100억을 목표로 하고 있거든요. 마야 원주민들을 위한 병원인데, 이곳은 의료비가 상상 이상으로 비싸고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아요. 100억을 어떻게 모아?! 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것 같은데, 저를 오래 지켜본 분들은 아주 당연히 할 거라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언제 놀러 가면 돼? 언제 봉사가면 돼? 이렇게 묻곤 해요.(웃음) 아직 땅도 안 샀는데...

 

이 일에 함께 동참하는 분들도 있을텐데 ‘한꽃거지’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와 함께 동참하는 수천 명의 정기후원자들을 저는 ‘호구’라고 불러요. 물론 제가 호구 대장이구요. 호구란,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이란 뜻이에요. 다소 부정적인 언어지만, 아프고 힘든 아이들에게 이용당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 멋지지 않나요? 정말 아프고 힘든 사람들은 선뜻 도와달라고 말하기 어려워해요. 그럴수록 우리는 호구처럼 보여야 해요. 그래야 마음의 문을 열거든요. 함께 해주는 많은 사람들은 저에게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 주민들에게도 모두 호구예요. 다만 선하고, 좋은 일에 그 가치를 사용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나누었던 일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무엇인가요?


먼저는 사진작가도 아닌 제가 지금까지 3000가족 이상 사진을 찍어 인화해 직접 전달을 했는데요. 처음에 가장 쉽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사진이었거든요. 보통 관광지에서도 우리가 사진을 찍긴 하지만 주지는 않잖아요. 사진 한 장이 자신의 과거를 볼 수 있는 것이기에 흔하지 않고, 특히 가족사진은 큰 의미가 있잖아요. 그리고 스리랑카, 과테말라 등에 집과 농장을 꽤 많이 지었어요. 볼리비아에 교육센터를 비롯해 도서관 3개를 세우고 지금은 기숙사에서 43명 아이들이 숙식하며 지내요. 110명의 아이들이 매일 ‘희망꽃학교’에 와서 공부하고 점심도 먹고요. 매학기 1100명 아이들 학용품도 5년째 제공하고, 제가 7년 전부터 후원했던 아이들은 이제 꽤 커서 자립을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지어 쇼핑샵을 운영해서 잘 살게 된 친구들도 많죠. ‘희망꽃학교’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들어간 친구들이 2명 생겼고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꿈을 많이 심어준 것을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처럼 살겠다는 친구들이 꽤 많이 생겼고, 실제로 후원하던 스리랑카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어서 자신이 번 돈으로 가난한 학교를 후원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며 살고 있어요. 그리고 직접 단체를 만들어 10개월째 운영도 아주 잘~~ 하고 있고요. 제자들도 많이 생겨서 뿌듯하지만, 무엇보다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이 전 세계에 진짜 많이 생겼어요.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일은...


여행하며, 사랑하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함께 이 일을 하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 하… 외모 때문에 반했는데, 내면이 더 섹시한 존재예요. (여보 사랑해)


젊음의 열정과 에너지로 여기까지 왔다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포기, 좌절도 겪었을텐데, ‘한꽃거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저는 꽤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꽤 매력적인 일을 하고 있죠. 그래서 주변에 어쩔 수 없이 정말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그들이 절대 저를 좌절하게, 어렵게 놔두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며 이 비영리단체를 운영하지 않아요. 저희 단체 슬로건이‘Play, Share, Love’예요. 노는 것이 먼저! 저는 잘 놀아요. 그리고 예쁜 아이들 옆에서 항상 지내요. 많이 웃고, 진짜 순수한 사랑을 많이 받아요. 이게 계속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죠. 아참, 생활비가 부족하고 월급이 없었을 때는 좌절을 좀 많이 하긴 했어요. 그래서 법인을 만들어 부족하지 않게 생활하고 있어요. 저희 직원들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좀 힘들면 어때요! 사람 살리고 희망을 주는 일인데,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죠. 제가 조금만 힘들면, 사람 목숨을 살리고, 제가 조금만 어려우면, 아이들이 밥을 먹고 교육을 받아요! 아마 제 상황에 있다면 대부분 저처럼 행동할 거예요. (아니, 저보다 더 많이 희생하겠죠.)


독자들에게 ‘한꽃거지’로서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것 


010-8781-6874,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전화번호인데 이곳으로 축복의 메시지를 보내 보면 어떨까요? “좋은 인터뷰, 행복한 이야기들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 이런 메시지 말이에요. 20원 밖에 들지 않고, 30초밖에 안 들어요. 그런데 이런 작은 축복과 사랑이 이 세상을 더욱 행복하고 따뜻하게 만든 답니다. 이 인터뷰는 편집장님이 편집할 수도 있겠는데,  그래 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웃음) 이게 다예요.



앞으로의 꿈    


지금처럼, 재밌고 의미 있게 하루하루를 채워나갈 거예요. 혼자 잘 살면 재미없잖아요. 같이 잘 살 수 있게, 지금처럼 학교도 짓고, 병원도 짓고, 나중에는 제 아내와 저를 위한 집도 지어야겠죠. 소액기부 문화도 확산시키고 싶고, 전 세계 아이들의 기본 권리인 교육권을 지켜주는 큰 꿈이 있지만, 세세한 계획은 없어요. 일단 오늘을 재밌게, 잘 살아야 하거든요. 아, 그리고 지금 후원하는 아이들에게 연금을 받으며 살 거예요. 아이들에게 크면 저희 부부 집도 지어주고 밥도 사주고, 아프면 돌보라고 세뇌시키고 있어요.(웃음)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부자로 살 것 같아요. 




100원을 모아 병원을 짓는 여행자
한영준(한꽃거지)
002jesus@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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