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166호)

이것이 진정 독일의 날씨인가?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6. 6. 17:08

이것이 진정 독일의 날씨인가?

 

전시회와 기후변화
올해도 유로바이크 2023에 참가하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했습니다. 독일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것이 진정 독일의 날씨인가?’하고 반문하였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어지러울 정도였습니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견딜 수조차 없었던 날씨였습니다. 6월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낮 기온은 32도, 아무튼 전시회 짐을 탁송으로 보내지 않고, 자전거만큼이나 큰 박스를 5개나 바리바리 싸들고 개인 짐까지 챙겨서, 공항 렌터카 빌리는 곳까지 가자니 정신이 없었고, 강렬하게 내리쬐는 땡볕과 공항 앞의 사람들을 태우려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고열로 인해 벌써부터 정신이 반쯤 나가 버린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빌린 차량이 SUV급임에도 전시회 짐을 전부 실을 수 없어 함께 간 일행 중 두 명이 한자리에 앉아가는 쇼까지 했습니다. 이러고 나니 정신이 아득히 멀리 가버린 듯했고, 도착한 숙소는 역시나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도 없었고, 태양은 저녁 9시나 되어서야, 마치 우리나라의 석양이 지는 시간처럼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전시회 기간과 그 이후인, 6월 말과 7월 초에 측정한 온도는, 기후학자들 얘기로 12만 5천년 중 최대로 더운 날씨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남극 빙하는, 남반구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면적의 25배가 사라졌으며, 북대서양의 해수온도는 관측역사상 최고의 해수온도를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해수온도의 상승으로 인한 북대서양 인접 유럽 국가들은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져 토네이도가 발생하거나 폭풍우 발생 빈도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나이든 독일 엔지니어는 자신이 어렸을 때는 이런 토네이도가 없었는데, 이제는 토네이도가 일상인 시대를 보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유로바이크 2023, ‘카고바이크’
이번 유로바이크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친환경 교통수단을 표방하는 전시회였습니다. 이에 따른 교통수단의 다양화와 또한 화석연료를 배제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전시회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모빌리티 산업으로 대우를 받게 되어, 이전의 독일 남부 휴양지의 전시회가 아닌 독일의 중심 프랑크푸르트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바로 ‘카고바이크’입니다. 자전거를 타는데 카고가 왜 필요하나 하실지 모르겠으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럽의 경우 디젤을 사용하고 탄소배출량이 많은 화물차 규제가 무엇보다 먼저 시행되었고, 이에 비해 친환경 에너지를 쓰는 트럭을 만드는 업체들이 없는 실정입니다. 왜냐하면, 수익성이 낮은 전기 트럭을 만드는 것보다. 비싸고 멋진 전기 승용차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유럽은 이번 기회에 아예 교통량을 줄일 목적으로 이면도로에 1m 간격의 기둥을 박아, 차량이 아예 통행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이런 규제를 해결하고 택배와 음식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배송서비스를 해결하기 위해 카고바이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카고바이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기는 합니다. 일단 짐을 싣다 보니 무게가 많이 나가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자전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기카고바이크가 되면 상용차인 전기트럭이 가지는 문제점을 가지게 되었는데, 멀리 가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많이 실어야 하고, 그 결과 무게가 증가하고 다시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힘이 필요한데, 그걸 위해 또 다시 더 많은 배터리를 실어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 것이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희 회사가 제시한 것이 바로 수소연료전지입니다. 수소는 기체로 배터리 대비 무게에 비해 에너지양을 많이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해결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을 낮춰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 문제도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중국이 뛰어든 것이지요. 그들의 최대 목표는 현재 가격의 1/10이고 이 또한 국내 업체와 유럽업체들이 추구하는 바입니다. 결국 수량이 늘어난다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선입견! 수소에너지
그러나 아직까지 수소는 선입견이 많은 물질입니다. 수소는 잘 몰라도 수소폭탄은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소가 수소폭탄처럼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인데, 상식이 없는 오류입니다. 터지는 수소폭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수소는 LPG와 같은 가스의 일종인 것으로 수소가 위험하다면 LPG도 위험한 정도가 됩니다. 
또 문제로 경제성을 얘기하고 있는데, 우러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문제로 급박한 유럽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왜 수소를 찾고 있느냐인데, 유럽 평야지대와 북대서양의 수많은 풍력 발전 시설이 많이 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적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야 작은 국토이니 전선을 빽빽하게 깔 수 있고, 얼마든지 연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평원을 지나고 대서양을 지나는 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짓는 비용보다 더 들어가는 송전선로 비용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송전을 하지 못해, 그냥 발전된 전기를 버리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한심한 노릇인데, 이건 우리나라도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풍력과 태양광으로 발전한 후 전기를 받아줄 곳이 없어 버리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송전이 문제가 아닌 과(過)생산으로 쓸 곳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 그 남는 에너지로 저장이 비교적 쉬운 수소를 만들고 그걸 가져다 사용한다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럽연합은 올해 초 수소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2030년대까지 유럽 전역 200km 마다 수소충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주)이플로우와 함께 참석한 유로바이크 2023 독일 프랑크푸르트 전시회


코로나와 중국
전시회 전날 제품을 세팅해야 하는데, 독일 엔지니어들끼리 마음이 맞지 않는지 싸우는 바람에, 전날 전시품인 카고바이크가 도착하지 않아 세팅을 못했습니다. 에어컨도 없지, 소통도 안 되지, 게다가 푹푹 찌는 날씨 통에 실내는 김이 펄펄 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때 쯤 더위를 먹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게 되었죠. 또 그 다음날은 전시회 첫날인데, 두 대의 카고바이크를 세팅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제품 소개와 설명도 같이 해야 하는 아주 피곤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숙소에는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없어서 너무 더워 문을 열고 잤더니 새벽에는 온도가 15도까지 내려가 추워 벌벌 떨게 되었죠. 게다가 하루는 시차로 인해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 밖에 나왔는데 집 문이 잠겨, 다른 일행이 일어날 때까지 꼬박 밖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결국 이런 몸 상태로 전시회 기간을 지내다 보니 입국하고 바로 코로나에 걸려버렸네요.
이번 전시회는 120개국에서 34,000명이 방문하는 전시회였습니다. 작년보다는 방문객이 줄어든 듯한 느낌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전시업체는 1.5배 정도는 늘어난 것 같았습니다. 이유는 중국 때문이었습니다. 작년의 경우 중국 업체들은 정말 특별하고 큰 업체만 나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여행 자유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해외 나갔다 오면 3주를 격리해야 했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이 코로나 이후 여행 자유화가 선포되면서, 첫 번째 전시회였던지라, 5월 중국전시장에서 봤던 업체들이 준비가 채 되지도 않은 상태로 그대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한 중국 업체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 물어봤더니, 작은 소리로‘보복관광’이라고 했습니다. 여행이 자유화 되었으니, 너도 나도 전시회 출장을 핑계 삼아 유럽에 와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일부 업체는 비즈니스 데이 3일만 전시하고 파장을 한 뒤, 나머지 일정은 놀러 다니는 업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코로나에 걸린 원인이 중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가 아닌가? 싶은 합리적 의심도 해보았습니다.

작년 7월 중순에 느낀 독일의 기후는, 마치 지중해 기후처럼 뜨겁고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씨를 보이더니, 올해 6월 말은 우리나라의 장마처럼 뜨거운 태양과 소나기가 번갈아 내리고 토네이도까지 발생하는 이곳이 정말 유럽인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날씨였습니다. 이제 기후는 통제는 고사하고 예측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든 예측할 수 없는 기후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 인류의 숙제인 시대입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에어컨, 선풍기조차 없었던 독일 숙소

 

(주)그린휠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6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