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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는 카네기홀에도 다녀온 개에요!!

예술/Retrospective & Prospective 칼럼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9. 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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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ive & Prospective 4. 공연장 매너]

이 개는 카네기홀에도 다녀온 개에요!!

 

  지금이야 세계 유수의 음악가들의 내한공연이 흔한 일이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적 연주단체의 내한공연이나 유명 성악가들의 공연이 흔치 않았습니다. 그런 공연이 있을 때면 각 언론사 문화면에서 대서특필했고 웬만한 공연애호가들은 공연장 로비에 서 있으면 서로서로 거의 다 만날 수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으니까요.

 

  그 날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Barbara Bonney)의 내한공연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일찌감치 객석이 매진된 터라 사고 없이 무사히 공연을 마치는 것이 목표였지요. 공연은 순조롭게 시작되고 정말 오랜만에 만나보는 실력 있는 소프라노의 공연에 관객들은 매료되었습니다.

 

  그런데 1부 공연이 끝나고, 잠시 휴식시간인 인터미션(intermission)시간에 한 가족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는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남학생을 직접 만났을 때 그의 표정은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정말 집중해서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뒷자리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객석번호를 확인하고 그 가족의 뒷자리에 있는 고상한 외모의 귀부인과 남편을 로비로 불러 냈습니다.“안녕하세요? 실례지만 민원이 들어와서 잠시 확인을 하고 싶습니다. 고객님 자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민원인데요...” 

 

  이때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명품가방 속에서 갑자기 불쑥 강아지 머리가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고객님... 강아지와 함께 공연을 보신 거에요?”

 

  “네. 그게 뭐 잘못됐나요? 이 강아지가 얼마나 얌전한데요? 얘는 미국에 있는 카네기홀에도 들어갔다 나온 개에요.”

 

 

  그렇게 교양 있는 외모의 공연예술 애호가인 듯한 여인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올 줄 몰랐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어떻게 말하는 게 효과적일까 잠시 생각하다가 저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얘기했습니다.


  “어머 정말 대단한 강아지네요. 오늘 공연 취재하러 많은 기자들이 왔는데 이 강아지 얘기하면 정말 재미있어 하겠네요.”

 

  이렇게 말하니 옆에 있던 그녀의 남편이 슬금슬금 눈치를 봅니다. 결국 인터미션(intermission)이 끝나기 전에 그 부부는 도망갔습니다.

 

  요즘 유명 레스토랑 중에는 ‘노 키즈(No Kids)’존을 선언한 공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엄마가 통제하지 않는 아이들로부터 좋은 저녁시간을 빼앗길 수 없다는 사람들과 아이들 있는 사람은 먹고 싶은 곳에서 외식도 못하느냐는 엄마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그 논쟁의 본질은 어른만 갈 수 있고 아이들은 못 가는 공간이냐 아니냐가 아닌 듯합니다. 어른이든 아이들이든 남에게 피해를 주느냐 안 주느냐가 관건인 것이지요.


  공연장이나 공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왠지 공연장에 갈 땐 무슨 옷을 입어야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불편해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겠다고요. 물론 뒤축이 없는 슬리퍼나 반바지를 입고 오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으나 그 밖에 큰 규제는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사람에게 피해가 갈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예를 들면 쓰고 있던 모자를 공연장에서는 벗거나,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몸을 앞으로 쑥 내밀어 공연을 보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모두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지 않으려는 훌륭한 배려겠지요.

 

  사회전반적으로 공연을 즐겨보는 문화가 더욱 무르익으면 초·중·고등학교에서도 따로 공연장 예절이나 관람매너 등을 가르칠 날도 있겠지요. 그때까지는 타인을 위한 작은 배려를 잊지 말자구요.

 

예술의전당 창의문화팀장 손미정
mirha@sac.or.kr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5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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