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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짓는 한국전통공예인 이민희의‘빛과 향’

2019년 6월호(11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8. 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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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 스토리]

 

한복을 짓는 한국전통공예인 이민희의 ‘빛과 향’

조명수박

이태리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다
원래는 목공예를 전공하고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에게 미술과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집안에 일이 있어 잠시 쉬면서 1년간 공업디자인을 배웠죠. 공업디자인을 하다 보니 자동차 디자인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유학을 준비했습니다. 당시 제 나이가 이십 대 후반으로 집에서는 결혼할 생각은 않고 유학을 간다며 심하게 반대를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원하는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라 5년 동안 부모님과 살벌한 투쟁을 벌인 끝에서야 겨우 허락을 받고 33세 늦은 나이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습니다. 오랜 반대를 무릎 쓴 유학이라 공항에서 저를 배웅하며 친구들과 가족들이 다들“너, 왜 이렇게 전투적이냐?”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열정이 대단했죠. 
제가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뻬루지아라고 하는 도시였습니다. 비자를 받기 위해선 이곳 뻬루지아를 꼭 거쳐야만 했는데 이곳엔 국립언어학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뻬루지아에서 7개월 정도를 머물고 본격적으로 자동차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서 토리노로 이사를 갑니다. 이 토리노의 특징은 FIAT(자동차 공장)로 도시 자체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형성된 곳입니다. 디자인 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이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낮에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자동차 디자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밤에 공부하고 새벽에 과제를 하면서 2년간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서 어렵게 온 유학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유학 생활은 경제적인 면과 언어문제 뿐 아니라 아시아 출신이란 이유로 인종차별을 당해 더욱 힘들었습니다. 집주인이 cane di lupo 라고 큰 애완용 늑대를 키우고 있었는데 학교를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올 때면 제 발소리를 듣고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제가 들어가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다시 주인의 방으로 들어가곤 했는데 외로움의 한 켠이 그 늑대 때문에 덜 외로웠던 기억도 납니다. 

전통공예전문가로서 돌이키기까지
학교를 마치고 한국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지원을 했지만, 신입으로 들어가기에는 나이가 많고, 중견으로 들어가기에는 경력이 없고 참 애매했습니다. 또 여자이기 때문에 가르치고 키워서 쓸 만하면 나중에 시집간다고 그만둘 것 아니냐는 면접관의 노골적인 핀잔과 이미 내정자를 세운 가운데 진행된 면접으로 인한 실망, 좌절 등으로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자동차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접었습니다.
한국전통공예를 시작한 계기는 우리나라 전통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었고, 유학 중 한국에 올 때마다 외국인들에게 선물할 마땅한 기념품을 사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겨우 기념품을 골라도 made in China! 한국 전통공예품인데 왜 중국제냐고 묻는 외국인들이 많고 스스로도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직접 작은 한복을 만들어 기념품으로 외국 친구들에게 선물하니 반응이 무척 좋았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되살려 친구와 동업으로 한복을 이용한 기념품을 만들어 파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사업을 시작할 때 수익구조를 제대로 따지지 않아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실제 얻은 수익은 매우 적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결국 사업을 접게 되었죠. 
사업의 실패와 건강 악화로 잠시 쉬는 시간을 보낼 때 다른 친구의 제안으로‘청와대 기념품 판매점 사랑방’에 한복 기념품을 납품하게 되었습니다. 한복으로 만든 조명, 미니 한복 등 상품을 납품하였는데 청와대 사랑방의 효자 상품으로 선정되고,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제 작품을 구매해 손에 들고 가는 것을 직접 보니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2011년 전주 전통공예 전국대전에서 한복 조명으로 특선을 받았고, 현재는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인사동 관광명품전, (사)정부조달문화상품협회에 작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의 어려움
한국 사람들은 우리 전통에 관심이 없고 핸드메이드 제품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누구에게 선뜻 이 기술을 전수해 줄 테니 배워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손은 많이 가는데 경제적인 수익이 너무 적기 때문입니다. 저도 판로를 위해 기념품 판매하는 곳들을 수소문하여 직접 물건을 가지고 가서 판매하고, 전통공예만으로는 수익이 되지 않아 화장품 방문 판매도 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현재는 플리마켓을 통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전통매듭, 손뜨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또 원단 시장은 계속 줄고 재료비는 올라가지만, 제가 1~2천 원 가격을 올릴 때 소비자들은 3~4천 원 혹은 그 이상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사게 되니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가 없습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그만큼 소비자들은 더 외면하고, 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황진이


앞으로의 계획
가끔 외국에서 주문이 들어올 때 일의 보람을 최고로 느낍니다.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정성을 들여 작품을 만듭니다. 특히 외국에서 재구매가 이루어지는 날에는 일의 보람도 두 배가 됩니다. 점점 눈이 침침해지고, 물량이 몰릴 때는 일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한국전통공예 작품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제 평생에 이 일을 할 생각입니다.

 

‘빛과 향’한국전통공예인 이민희 
070-4045-0719
rhe_0719@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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