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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빠지지 않고 100일동안 글을 쓴다고?

2021년 2월호(13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3. 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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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빠지지 않고 100일동안 글을 쓴다고?

 

100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100일쯤이야, 석 달 동안 글만 쓰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며 참가 신청자를 받겠다는 국어 선생님의 말씀에 무작정 손을 들고 글쓰기에 참여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생기부의 활동 내용을 채우기 위함이 글쓰기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니 첫날부터가 고비였습니다. 일기 형식으로 쓰자니 공개적으로 저의 이야기를 올리는 것이 너무 TMI* 같았고, 수행평가를 위한 과제를 할 때처럼 쓰자니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하나 둘 친구들의 글이 올라왔고 조바심에 아무 글이나 써서 올렸습니다. 올려놓고 보니 ‘이게 정말 고등학생의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글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인 사촌 동생이 글을 써도 이것보단 잘 썼을 것 같은 생각마저 드는 글이었습니다. 


글쓰기 초반에는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숙제하다 잠드는 그런 비슷한 반복적 일상을 주제로 겨우 몇 줄 써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 지나니 제 주변에 글을 쓸 수 있는 소재가 너무나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 드라마, 책, 영화, 반려동물, 가족 등등… 100일 글쓰기를 시작하며 그저 평범하게 흘려보내던 일상을 세심히 살펴보게 되었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가 얼마나 의미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특별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나서,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즐겁게 웃고 떠들다가도 어느 순간 우울감이 몰려왔고, 이유없이 눈물이 나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글쓰기를 시작하며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 찼던 마음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따스함이 채워졌습니다. 아마 우울하게만 느껴졌던 일상들이 사실은 행복이었다는 걸 깨달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앞으로 남은 69일도 진심을 담아 저만의 글을 쓸 것입니다. 검은색으로 칠해졌던 마음이 따뜻한 색들로 칠해질 수 있도록요. 10년, 20년이 지나 2020년을 회상했을 때, 100일 글쓰기 덕분에 웃음 지으며 17살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생겨 행복합니다. 


*TMI : Too Much Information (너무 많은 정보)의 준말

의정보 발곡고등학교 1학년 
서연우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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