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163호)

골목길로 다니는 600년 울산 중심지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1. 29. 16:26

골목길로 다니는
600년 울산 중심지

 

시계탑사거리는 울산 원도심의 핵심이자 상징이다. 시계탑이 이곳에 세워진 것은 1966년이었다. 이때만 해도 시민들에게 시각을 알려주는 기능을 담당했다. 그러나 점차로 시계 보급이 늘어나자 시계탑은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애물딴지로 전락했다. 그래서 시계탑은 1977년 철거되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시계탑이 사라진 이곳을 여전히 시계탑사거리라 불렀다. 울산시민들 마음에는 시계탑이 좀체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시계탑은 1998년 다시 세워졌고 2015년 재조성됐다. 울산시민들에게 시계는 필요 없어도 시계탑은 필요했다. 

울산도호부 동헌


울산 원도심의 원형은 조선시대의 울산읍성이다. 울산읍성은 조선 성종 때인 1477년 축성됐다.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울산읍성의 남문은 시계탑 남쪽 보세거리 옆에 있었다. 북정동 울산 기상대 자리 부근에 북문이 있었고 장춘로 동편에 동문, 서편에 서문이 있었다. 그러나 정유재란 때 왜군에 의해 울산읍성은 헐렸다. 왜군은 읍성의 성돌들을 가져다 울산왜성을 쌓는데 썼다. 읍성은 전란 이후에도 복원되지 못했다. 하지만 성벽이 있었던 자리는 누구도 사사롭게 쓸 수 없었다. 언젠가는 다시 성을 쌓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삼건 울산대 명예교수는 특이하게도 읍성이 있었던 자리를 지적도를 확인해 찾았다. 원도심 지역의 지적도에서 1912년 당시 국유지를 찾아보니 성벽의 둘레가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이다. 2016년에는 성곽의 흔적을 따라 울산읍성길이 조성됐다. 이 길을 산책하며 조선시대 울산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읍성 안에는 객사와 동헌(東軒)같은 관아가 있었다. 객사터에 있던 울산초등학교는 이미 옮겨갔고 동헌은 복원돼 있다. 객사와 동헌 사이에는 시립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동헌 앞에 있는 북정동우체국은 대한제국기인 1898년 울산임시우체사가 우정(郵政)업무를 시작한 이래 울산우편국, 울산우체국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울산 우정의 원점이다.  
읍성 안쪽은 성내(城內)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성내는 일인들에 의해 도시화됐다. 일인들은 이곳을 혼마치(本町)라고 했다. 혼마치는 그들 기준으로 도심을 말한다. 서울의 혼마치는 지금의 명동과 충무로 일원이었다. 부산에서는 중구 동광동을 혼마치라고 했다. 혼마치의 가로망은 지금까지 원도심의 간선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 동서축인 중앙길과 학성로, 남북축인‘문화의 거리’와 시계탑거리, 새즈믄해거리가 이때 조성됐다. 

원도심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대도시화 이전의 울산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곳이다. 성내는 시대에 따라 읍내(邑內), 시내(市內)로 불렸다. 울산의 행정과 금융, 상업의 중심이 남구로 이전되기 전인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울산의 중심이고 번화가였다. 지금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택시를 타고 “시내 갑시다”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원도심의 골목길들은 ‘청춘 고복수 재즈길’, ‘똑딱길’, ‘맨발의 청춘길’이라는 이름으로 특색화하고 있다. ‘청춘 고복수 재즈길’은 동헌 앞 새즈믄해거리에서 중앙길로 이어지는 150m의 골목길이다. 일제강점기 가요 ‘타향살이’를 불렀던 것으로 유명한 울산 출신 가수 고복수 선생을 모티브로 조성된 거리다. ‘똑딱길’은 새즈믄해거리에서 ‘문화의 거리’로 이어지는 미로형 골목길이다. ‘맨발의 청춘길’은 옛 극장가 골목길이다. 7~80년대 영화 포스터 등으로 레트로 분위기가 조성됐다. 시계탑 남쪽 ‘젊음의 거리’에서 태화강쪽 뒷골목이다. 


원도심에는 시립미술관과 함께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즐비하다. 각종 크고 작은 전시가 연중 진행된다. ‘문화의 거리’에 있는 울산큰애기집은 관광안내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여기서 관광정보를 챙길 수 있다. 캐릭터 상품들을 살 수도 있다. 여기에 있는 이팔청춘사진관에서는 복고풍 의상을 빌려 입고 낭만적인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새즈믄해거리에 있는 상일상회는 원도심 정원문화관광 거점으로 조성된 대표 찻집이다. 쉬어 가기에 좋은 집이다. ‘이팔청춘 마을공방 별별마당’은 새즈믄거리에 있다. 공예 체험 이벤트가 연중 열린다. 어린이 역사체험관도 새즈믄거리에 있다. 역사관, 문화관, 과학관 등이 갖춰져 있다. 

중앙전통시장과 옥골시장도 원도심을 지키고 있다. 중앙시장에는 곰장어, 통닭, 칼국수 같은 전통 먹거리가 오랜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큰애기 야시장도 여기서 열린다. 옥골시장에는 죽골목이 있다. 팥죽, 호박죽, 전복죽이 레전드 메뉴다. 원도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가 닭발이다. 골목골목 포장마차가 있었던 시절 한 포장마차의 닭발은 맛있기로 유명해 찾는 손님이 많았다. 양념한 닭발을 연탄불로 구워 마무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포장마차 시절의 닭발이 전문점으로 옮겨 살아남아 지금은 원도심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옛 울산초등학교 앞과 시계탑사거리 등에서는 버스킹 공연도 수시로 열린다. 5월에는 ‘문화의 거리’와 원도심 갤러리들에서 현대미술제가 열린다. 동헌 가학루에서는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매시 정각에 북치기가 재연된다. 동헌에서는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2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에 실경뮤지컬 <울산 임진왜란>이 공연된다. 원도심 산책은 울산큰애기집에서 출발해 똑딱길, 상일상회, 울산시립미술관, 동헌, 어린이 역사과학체험관, 고복수음악관, 시계탑사거리, 울산중앙전통시장, 옥골샘 순서로 돌면 중복을 피하면서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자유기고가 강귀일 
kgi2000@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3>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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