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163호)

《코리안 지오푸드》를 아시나요?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2. 2. 13:08

《코리안 지오푸드》를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식품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인증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농산물인증, 유기가공식품인증이 있으며 그 밖에도 가공식품산업표준KS인증, 전통식품품질인증 등이 있지요. 이 중 지리적표시제(Geographical Indication System)는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인증제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지리적표시제의 정체는 뭘까요. 한 마디로‘특정 지역의 지리적인 특성에 의해 생산된 농수축산물 또는 가공품을 특정 상표처럼 인정하여 그 명칭을 보호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1940년대 프랑스가 처음으로 자국의 와인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창한 제도로서, 지리적표시보호제(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와 원산지명칭보호제(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로 구분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9년 위의 두 제도를 본떠 ‘대한민국 지리적표시제’(KPGI, Korean 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법규를 처음 마련하였는데, 주된 이유는 대표 특산품인 ‘고려인삼’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 ‘made in China’ 짝퉁 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 ‘고려인삼’ 상표를 달고 버젓이 유통되는 것을 보다 못한 정부가 나서서 확실한 보호책을 강구한 것이지요. 재미난 사실은 제1호 농산물의 영예를 ‘보성녹차’가 가져갔다는 점입니다. 시행과 동시에 발 빠르게 신청, 심사를 거쳐 2002년 1월에 등록된 것이 국내 최초였고, 이어서 축산물 1호(농축산물 17호)는 ‘횡성한우’, 임산물 1호는 ‘양양송이’, 수산물 1호는 ‘벌교꼬막’이 낚아챘지요. 시행 이후 25년째를 맞는 2023년 4월 말 현재 KPGI 등록상품은 농축산물 110곳, 임산물 59곳, 수산물 27곳 등 200여 곳, 100여 품종으로 늘어나 대한민국 지역특산물(Korean Geofood)의 위상을 한층 드높이고 있습니다. 
KPGI 등록심사는 농수산물품질관리법 규정에 의거, 농축산물은 농수산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임산물은 산림청이, 수산물은 농수산부 산하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이 엄격한 신청-심사 과정을 거쳐 등록 업무를 관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등록된 KPGI 등록상품은 진가를 발휘합니다. 가령 이천쌀(제12호 농산물)로 밥을 짓고, 횡성한우(제17호 농축산물)와 양양송이(제1호 임산물)로 철판구이 요리를 하고, 완도미역(제3호 수산물)으로 국을 끓인다면 국가기관이 인증하는 최고의 식재료로 밥상을 차리는 셈이 되지요. 그런데 세계적 명성의 스카치위스키, 보르도와인, 아르덴치즈, 비엔나소시지, 하바나시거 등은 알아도 성주 참외나 무주머루와인, 제주돼지고기, 평창송어가 지리적표시 상품임을 모른다면 요즘 뜨고 있는 K-Food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요.

부끄럽게도 저는 친환경식품 쇼핑몰 사업에 손을 댔던 2005년경까지 식품에 문외한이었습니다. 식품 유통사업을 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되어 닥치는 대로 자료를 찾아 공부하여 2008년 《몸에 좋은 행복식품 다이어리(중앙생활사)》라는 단행본을 발간했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베스트 푸드(Best food)는 식물성·자연·발효 식품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지요. 요즈음은 로컬 푸드(Local food)가 대세를 이룹니다. 먼 데서 물 건너온 먹거리가 아니라 뒷마당에서 직접 가꾼 채소 과일이나 인근 야산에서 뜯어온 산나물이나 연근해에서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 등을 식탁에 올리고 싶어 하지요. 우연히 KPGI 등록 지역특산물들을 알게 되면서 이번에도 미친 듯이 공부하여 2014년 《알아야 제맛인 우리 먹거리(고다)》를 발간했으며, 만 8년만인 2022년 10월에 증보판 《코리안 지오푸드(고다)》를 출간했습니다.

초판본이 나왔던 2014년 163곳이던 KPGI 등록상품이 그새 농축산물 15곳, 임산물 10곳, 수산물 8곳, 모두 33곳이 추가 등재되어 2023년 4월 현재 200여 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새롭게 추가된 13종(시금치, 한라봉, 모싯잎송편, 쪽파, 달래, 토란, 오디, 시래기, 한산소곡주, 산양삼, 송어, 가리맛조개, 우럭)에 관한 내용까지 남김없이 수록하고, 내친 김에 현재 신청 준비 중인 멜론, 청태전, 키위(이상 농산물), 가리비, 굴비, 낙지(이상 수산물) 6종도 함께 실었습니다. K-Food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상황을 고려해 책 제목도 《코리안 지오푸드(Korean GeoFood)》로 삼아 보았지요. 

식품은 삶의 양식(糧食)이자 양식(樣式)입니다. 저는 이 책을 집필하며 각 식품의 영양학적 특성과 보관법, 조리법 등 자연과학적인 요소를 충실히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식품의 어원과 유래, 관련 에피소드 등 인문학적 요소의 탐구에도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식품은 생활의 방편이라서 지역에 따라 문화적인 차이가 달리 나타나지요. 육식 위주의 서양식 포크&나이프, 벼농사 위주의 동아시아식 숟가락&젓가락 문화가 대표적입니다. 마찬가지로 ‘싼 게 비지떡’, ‘작은 고추가 맵다’ 등의 우리네 속담처럼 우리만의 독특한 식습관과 식문화에도 주목해 유익함을 더하도록 구성했습니다. 따라서 독자라면 누구라도 한국인의 식탁을 엿보는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 지자체에서 지금도 신청 중이므로 KPGI 농·수·축·임산물의 등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저는 벌써부터 또 어떤 KPGI 산물이 새롭게 추가될지 가슴이 설렙니다. 본 지면에 연재될《코리안 지오푸드》로 말미암아 여러분의 가슴도 설레게 되길 바랍니다. 

 

K-Geofood Academy 소장 신완섭 
《코리안 지오푸드》 저자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3>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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