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호(165호)

라떼 아저씨가 들려주는 기술 이야기블록체인(Blockchain)편 (1)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5. 15. 11:37

라떼 아저씨가 들려주는 기술 이야기
블록체인(Blockchain)편 (1)

 

 블록체인(Blockchain). 한 번 이상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지요. 아마? 혹시 있다면, 당신은 외계인? 최근 몇 년 동안 비트코인, ICO, 이더리움, NFT, 테라, 루나, 토큰증권, 가상자산 등등 시끌시끌 이슈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외계인 같은 말들이 바로 이‘블록체인’이란 놈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지요. 

어서와~ 블록체인은 처음이지?
우리가 이제껏 경험해 온 대부분의 금융거래 서비스는 중앙에서 모든 것을 관리 혹은 통제하는 형태입니다. 중요한 거래정보는 모두 중앙의 서버와 데이터베이스에서 처리하고 저장했지요. 이렇게 한 이유는 한 곳에 리소스를 집중시키면 그만큼 자원을 최적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형태의 대표 사례가 플랫폼(Platform)입니다. 주로 이런 역할은 정부나 은행, 대기업 등이 해왔지요. 이처럼 모든 자원과 권한이 한 곳에 집중되는 중앙화(Centralized)된 시스템의 경우, 중앙에 의존적이게 되는 한계가 존재해, 권력 남용, 투명성 문제, 데이터의 조작과 같은 무결성 문제, 도덕적 해이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종종 만들어 물의를 빚어왔습니다.  

 블록체인은 이런 중앙화에 반대해서 생겨난 탈중앙화(Decentralized) 기술입니다. 자원과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거나 중간 역할 없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용자들 간에 미리 약속한 프로토콜(Protocol: 규약, 약속)을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관리 및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든 기술이지요. 기존 중앙에서 하던 기능인 거래정보의 안전한 저장, 데이터 무결성 유지, 보안, 해킹방지, 이중 지불 방지, 계좌관리, 사용자 인증, 등등의 문제들이 프로토콜로 동작하는 네트워크 속에서 자동으로 해결되도록요. 그러다보니, 아주 생소한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블록(Block), 해시(Hash), 체인(Chain),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 채굴(Mining), 지갑(Wallet), 메타마스크(Metamask) 등 암호분야에서나 사용될 법한 생소한 개념과 메커니즘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사실 이런 용어들도 갑자기 뚝딱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20세기 중반부터 중앙권력에 반대하는 일종의 사이버펑크 문화의 한 형태로 개발되어왔던 개념과 기술들입니다. 이것들의 일종의 집합체(결과물)인 비트코인(Bitcoin)이 2008년 세상에 등장하면서 블록체인이 일제히 조명을 받기 시작한 거지요. 비트코인은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화폐의 지위를 인정받은 가상 지불수단으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그럼, 이런 어려운 개념들까지 만들어내어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드시지요? 

좋긴 한데,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
중간자 역할이 더 이상 불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지불해야했던 중개비용 및 수수료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을 통해 해외의 지인에게 송금하려할 때,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송금이 가능합니다. 또한, 거래과정의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게 되면, 저장된 정보를 그 누구도 바꿀 수 없고, 또 누구나 열람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살려서 무역, 통관, 물류, 유통 분야에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개표조작 문제로 골머리가 아픈데,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한방에 해결할 수 있지요. 각종 등기, 인증, 증명과 같은 서비스도 블록체인으로 쉽게 대체가 가능해집니다. 코로나 대유행 때 전국민이 사용했던 모바일 백신인증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이렇게 좋은데 왜 많이 사용되고 있지 있을까? 
첫째는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개선 및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의 기술발전을 아직 법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법의 회색지대입니다. 해킹과 사기 사건이 연일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요. 둘째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대한 관심보다는 개인이 그동안 사회에서 누려보지 못한 새로운 부와 기회를 잡아보고자 투기(가즈아~!)에만 관심이 쏠려서 그렇습니다. 셋째는 기존 관습과 관행을 유지하며 혁신을 방해하는 우리의 사회적 관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사회적 안전이란 명목으로 혁신적인 기술의 도입을 방해하고 있지요. 넷째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누구에게나 거래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만, 익명성이 유지되어 누가 거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프로토콜에 의해 자동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관리하거나 통제하는 주체가 없어 불법이 발생해도 대상자를 처벌하기 어렵고, 정부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있어 어둠의 세계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마약거래, 국가 간 송금을 통한 자금은닉, 자금세탁, 도박, 무기거래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기에 각국 정부들이 앞 다투어 법제화 및 규제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북한이 전세계에서   해킹으로 벌어들인 가상자산이 5조원가량 되고 이 돈으로 무기 등을구매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탈중앙화를 얻기 위한 대가
블록체인이 가져다주는 장점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사회를 혁신할 만큼 잠재성이 크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득만큼 실도 크다는 사실은 많이 간과되어 왔습니다. 

최근 케임브리지 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블록체인의 대표사례인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한해 사용하는 전력량(비트코인을 주고받는 거래를 매번 검증하기 위해 네트워크 사용자 모두가 계산에 참여하고 또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전력)은 약 121.36테라와트시(TWh)이며, 아르헨티나 국가전체(121TWh)보다 많이 소모합니다. 비트코인의 한해 전력 소모량은 영국에서 27년 동안 사용되는 모든 주전자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합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한 그 양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말합니다. 비트코인의 전력 소비량은 아르헨티나(121TWh), 네덜란드(108.8TWh), 아랍에미리트(113.20TWh)를 넘어섰으며, 노르웨이(122.20TWh)를 점차 추격하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이 각각 비트코인이 처음 시작된 날짜로부터 현재시점까지 만들어진 모든 거래기록이 저장된 전체블록을 모두 저장하고 있어야 하는데, 2023년 6월 현재, 이 양이 비트코인(Bitcoin)의 경우는 490기가 바이트(GB) 정도 됩니다(500GB 외장하드 분량). 기존 중앙시스템에서는 중앙의 한 개 혹은 두세 개(백업 및 복구용)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서 관리했던 것이지만, 비트코인 가상화폐가 사용되는 한 네트워크 참여자 수만 명은 이 엄청난 양의 블록들이 연결된 체인 즉, 똑같은 내용의 분산 장부를 자신의 컴퓨터의 스토리지에 중복 저장해야 합니다. 

출처- bitcoin.com


 전력과 저장 공간처럼 지불해야 할 물리적인 대가도 있지만, 그동안 중앙에서 하던 보안에 대한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어 개인이 짊어져야 할 무한책임에 대한 정신적 대가도 만만치 않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주로 자산을 은행에 넣어두고 관리했고, 자산의 출입에 필요한 통장이나 도장, 신분증, 암호 등은 분실했다 하더라도 다시 인증만 하면 내 자산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얘기가 전혀 다릅니다. 나의 모든 가상자산(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보관하는 지갑(Wallet)은 내가 관리해야 하고(나의 책임), 그 지갑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32개의 문자와 숫자로 이루어진 개인키(Private Key)를 모든 개인이 각각 보관해야 합니다. 이것을 잃어버리면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습니다. 나의 개인키를 남이 설사 탈취해 갔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 것이라 주장할 방법도 없습니다. 익명성 때문에 개인키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고,  블록체인네트워크의 관리 주체가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어서 정부가 나서줄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몇 년 전 뉴스에서 비트코인 개인키가 든 USB를 잃어버려 쓰레기장을 몇 년째 뒤지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키를 PC가 아닌 USB에 넣어 보관하는 방법은 USB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절대 안전하지 않습니다. 개인키 32글자를 인쇄해서 보관하면 어떨까요? 하지만, 그 정보도 다른 사람이 베낄 수만 있다면 끝납니다. 그럼, 어릴 적 우리 할머니들처럼 빤쭈에 속주머니를 만들어 맨날 휴대하고 다녀야할까요? 그래서,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자신이 가상자산(비트코인 등)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떠들어대지 않습니다. 혹시 타인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타깃이 될 수 있고, 청부업자들을 통해 개인키를 탈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은 이처럼 효율과는 거리가 먼 기술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ICT기술이기는 하지만, 컴퓨터 역사상 가장 비효율적인 기술입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ICT기술은 효율을 극대화하고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오직 한 가지,‘탈중앙 신뢰거래’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킨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에서 대해 효율을 논하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은 짓이지요. 따라서, 블록체인을 사용하기 전에 이런 비효율적인 대가를 지불하고서도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행위가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 따져보아야겠지요. 인간이 만든 블록체인 기술은 신뢰할 수 없는 인간사회 속에서 중간자의 개입없이 신뢰 거래가 가능하게 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이 바뀌는 것에 대한 소망이나 기대는 없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믿을만한 건더기가 하나 없는 인간에게 먼저 절대적인 믿음을 던지며 손을 내미신 절대자의 사랑은 그런 인간조차도 근본적으로 바꿀 뿐 아니라 바뀐 인간들의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영적공동체)가 사회와 세상을 새롭게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서울시 마포구, 행복카우 추광재
caleb.kj.choo@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5>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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