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 (114호)

누명을 뒤집어 쓴 아카시나무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5. 9. 19:17

[숲해설사 이야기 28]

누명을 뒤집어 쓴 아카시나무

 三人成虎(삼인성호)라는 사자 성어가 있습니다. 즉,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뜻풀이 인데 거짓말도 여러 번 반복되면 진짜가 된다는 뜻으로서 한비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람 사는 동네에만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카시 나무는 사람들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쓴 나무 중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아카시아나무로 더 많이 알려진 아카시나무는 일제 강점기인 1907년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아카시나무 뿌리에는 질소고정세균이 있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무성하게 제 영역을 넓혀 나가는 성질이 있으니 반일감정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에 아카시 나무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겠지요. 그래서 민족혼을 말살시키기 위해서 일본인이 들여온 나무라고 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고 콩과 식물 활엽수인 아카시나무는 사방공사에 사용되던 나무로서 우리나라 산림녹화에도 큰 도움을 준 나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동요에도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의 동심을 동하게 하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배고픔을 달래 주기도 했습니다. 총상 꽃차례로 피는 달콤한 아카시 꽃은 구황식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입니다. 아카시꽃은 사람들의 배고픔만 달래 준 것이 아니라 배고픈 벌들의 배도 채워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카시 꽃과 밤꽃은 양봉업자들의 환영을 받는 꽃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꿀의 80%가 아카시꿀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밀원 식물로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하는 아카시나무는 누명을 쓰는 바람에 유해 식물로 다루어지던 때도 있었으니 참 억울했을 겁니다.

유럽에서 아카시 나무는 좋은 목재로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아카시나무의 수형은 잘생기지도 않고 미끈하지도 않아 땔감 이외에는 전혀 쓸모가 없을 듯한데 말입니다. 헝가리는 세계 최대의 아카시나무 목재 이용국가입니다. 아카시 나무의 목질이 매우 단단하고 치밀하여 고급 가구를 만드는데 사용하는데요, 헝가리에서는 구불구불한 아카시 나무를 미루나무처럼 미끈하게 키워내는데 성공한 나라입니다. 잘생긴 나무만 남겨 육종시킴으로 미끈한 유전자를 지닌 나무들만 살아남게 했던 거죠. 그 후손들이 세계 최대 아카시나무 목재 생산국으로 끌어 올린겁니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대를 물리는 가구라고 알려져 아카시나무로 만든 가구들에게 매우 높은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카시 꽃은 하얀색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붉은색 꽃을 지닌 아카시나무도 있답니다. 바로‘미국아카시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나무는 하얀 꽃 대신 붉은 꽃을 총상 꽃차례로 피워 낸답니다. 우리는 잘못 알려진 선입견으로 일반화된 오류를 범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 아카시나무의 긍정적인 부분들이 밝혀지면서 좋은 나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세상에 쓸모없는 식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식물들은 자연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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