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호(117호)

음악의 다양한 적용분야를 창조해 나가는 빌더 사회적기업 ‘툴뮤직’(Tool Music) 정은현 대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6. 29. 16:03

[생생(生生) 사회적기업 스토리]

 

음악의 다양한 적용분야를 창조해 나가는 빌더(Builder)
사회적기업 ‘툴뮤직’(Tool Music) 정은현 대표 

 

  7월호 기업 스토리는 피아니스트이자 목원대학교 음대 겸임교수, 사회적기업 ‘툴뮤직’ Tool Music을 운영하는 정은현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어떤 분야이든 사람들은 진로 결정에 고민을 많이 하는데, 특히 진로 적용 범위가 좁다고 여겨지는 음악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피아니스트에서 공연기획, 컨텐츠 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음반 제작, 진로강의, 공간대여업 등으로 종횡무진 11년 동안 사업들을 일구어 온 정은현 대표에게 어떤 스토리가 담겨져 있는지 직접 들어볼까요?

 

사회적기업 ‘툴뮤직’Tool Music의 정체성
  ‘툴’(tool)이란 연장, 망치, 도구라는 뜻이지요. 물론 럭셔리한 이름이 아닌 정말 만만하기 짝이 없는 평범한 이름입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저 자신이 도구와 같이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편하게 도움이 되는 연결고리가 되자!’라는 모토로, 11년째 사회적기업 ‘툴뮤직’Tool Music을 만들기 위해, 고생은 필수과목이라 생각하고 A에서 Z까지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배우면서 왔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경험하고 체득한 모든 것을 도구로 삼아 사람과 음악을 서로 연결시키려는 겁니다.

사회적기업 ‘툴뮤직’의 구체적 사업영역
  첫째, ‘공간사업’으로 ‘연습실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연습실만 있는 게 아니고 ‘예술공작소 툴’이라는 브랜드로 상도점, 중앙대점, 청담점, 방배점, 신사점 등 다섯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둘째, ‘로로 스페이스’(소규모 공연장)는 저희가 위탁 운영하는‘공연 공간’입니다. 셋째, ‘교육 비즈니스’로 피아노 콩쿠르, 입시평가회, 여름음악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넷째,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업으로 여러 기관마다 필요한 공연들을 기획하고 연주자들을 초청하여 공연합니다. 다섯째, 실력은 있지만 마케팅이 필요한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하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다섯 가지 정도인 셈입니다. 

연예인을 매니지먼트 하는 것과 음악인들을 매니지먼트 하는 것은 다를 것 같습니다. 음악인들은 좀 더 예민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하신 점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서로간의 인격적 교류’입니다. 우리나라 음악가들의 실력은 거의 다 정말 좋습니다. 그래서 더 본질적 문제인 그가 과연‘어떤 사람인가’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내가 이 사람과 일을 같이하면 손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정반대로 서로에게 정말 믿을만하고 힘이 되어주어야 하거든요. 이게 제일 큰 기준이지요. 실제로 저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그 이유는 언제라도 본인이 싫으면 이야기하면 되고, 인맥으로 어떤 일을 진행하지는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화로서의 음악을 일과 돈으로만 생각하면 결국 불행이 시작되거든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는 해당 기관과 연주자와의 관계를 아주 매끄럽게 잘 연결해야 하고,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잘 홍보해야 합니다. 인맥을 넘어 음악가들과 제가 예술적으로 섬세하게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는 예민하게 움직여야 서로의 탁월한 전문성으로 고급음악문화가 만들어지거든요. 

 


사회적기업 ‘툴뮤직’을 하기까지
  해군군악대 제대를 앞두고, 진해의 맑은 하늘을 보면서 ‘아~ 이제 어떻게 살아가지...’하며 저의 미래를 걱정한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제대할 때에 하는 생각이죠. 일단 제대하자마자 돈을 벌어야겠다 생각하고, 피아노 레슨 벽보를 붙이고 다녔지요. 그런데 엄마들이 전화하자마자 “어, 남자 선생님이네”하고 바로 끊더군요. 그러던 중, 6개월 만에 남학생 한 명을 만났으니, 제가 얼마나 절박하게 가르쳤겠어요.(웃음) 이렇게 해서 실력이 부쩍 느는 아들을 보고 그 어머님이 다른 남학생들을 소개해주면서 드디어 1년여 만에 10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제자음악회’까지 하게 되었죠. 그때 기획한 게 똑같은 곡으로, 잘 못치고 헤매는 초기 영상을 보여주고 음악회 때의 연주를 비교하며 듣도록 했습니다. 그러니 확실히 그 실력 차이가 부모님께 각인되었죠. 점차 제자들이 25명으로 늘면서 ‘아! 내가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그 당시 멘토기획 대표님(현, 대전 예술의전당 관장님)과 공연기획 한 것이 6개월 만에 대전 10대 시정뉴스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있어 표가 바로 매진될 정도였지요. 그때 ‘아! 나에게 이런 재능이 있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전에서 사기당하고 너무 실망한 나머지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지요. 
서울에서 친구와 함께 공간연습실을 만들고자 의기투합했습니다. 9~10대 피아노가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지 사전에 다 체크한 후 이사 하는 날,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피아노를 옮기는 당일 피아노가 계단 앞부분에 ‘턱’하니 걸려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정말 난감했지요. 고민하다가 철물점에서 망치를 사와 계단 앞부분을 깨니 드디어 피아노가 들어가더군요. 물론 70대 꼬장꼬장한 주인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모든 계단 앞부분을 부수고 피아노를 옮긴 후 전화를 드렸습니다. 득달같이 달려오신 분에게 저는 계단을 새로 해주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장소는 준비 되었지만, 정작 중요한 사람이 오지 않는 겁니다. 그때부터 인터넷으로 키워드 마케팅을 열심히 한 결과 6개월 만에 다 차게 되었지요. 이외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한 것이 지금의 ‘툴뮤직’을 형성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애인 아티스트’를 향한 관심
  제가 10년 전에 우연히 장애인 학생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그 친구를 제자로 받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막상 저희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데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제자로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게 인연이 되어 가르치다 보니 장애인 학생들이 여덟 명까지 늘었습니다. 이렇게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들을 위한 공연기획을 하고 그들을 위한 음반을 제작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전혀 (장애)분야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이 친구들을 지도하면서 제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장애인 아티스트를 위한 일에 ‘몰입’했던 것 같아요.

 


‘사회적기업’을 하게 된 이유
  누구든 사업 초창기 때가 가장 어려운데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음악분야에는 사회적기업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살리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장애인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이들과 같이 다니다 보니 이들에게 불편한 게 너무 많은 겁니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사실 교육받을 공간조차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결혼 전이라 개인적으로 도우면 되겠다 싶었는데, 나중에 저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 과연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알아보던 차에, ‘사회적기업’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준비할 문서도 매우 많았지만, 드디어 2014년에 법인을 설립하였고, 또 2015년 상반기에 한 번 떨어지고 나니 그 다음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과정은 복잡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 선택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장애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대한민국의 1등 아버지, 우리 아버지
  저의 아버지는 스위스 바젤대학 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스위스에 10년 동안 계시면서 6개 국어를 마스터하고 고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하셨지요.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연구하고 공부하시는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버지를 옆에서 보는 저는 정반대로 ‘아~ 난 저렇게 못 살겠다’싶어 어릴 때는 열심히 놀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들어가야 할 때 다른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여기 가라, 저기 가라 방향을 정해주지만, 아버지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네가 선택하고 네게 책임져라”라고 매번 이야기해주셨지요. 아버님의 이런 교육 방침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저를 믿어주고 신뢰해 주시는 것에 깊은 감동을 받곤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아오면서 선택함에 있어 신중하지만 독립적으로 결정을 못하거나 질질 끌고 느리게 결정하지 않는 것이 훈련된 것 같습니다. 또 아버지는 거지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보통 거지가 배고프다고 하면 돈을 주면 되는데 아버지는 거지를 데리고 일식집에서 저녁을 사주기도 하셨지요. 또 어머님은 제가 고등학교 때 꼭 도시락 2개를 싸주며 미처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살짝 건네주라고 하셨습니다. 아마 이런 부모님의 삶의 태도가 제 속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에 떨어져 재수할 때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제일 따뜻한 옷을 사주라고 했답니다. 우리 은현이 마음이 추울 거라면서 말이지요. 지금까지도 아버지는 제 마음에 대한민국 1등 아버지입니다.

2012년 눈물의 첫 앨범 제작 ‘바램’ 

  2011년부터 그 유명한 유니버설뮤직에 과감하게 음반 유통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인 유니버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요. 열 번째 제안서를 내니 부장이라는 분이 만나자고 하더군요. 만나서 앉자마자 “왜? 이렇게 되지도 않는 제안서를 계속 넣느냐?”고 했습니다. 저는 “될 때까지 넣을 겁니다.”라고 답했지요. “계속 넣을 거야?”, “네! 계속 넣을 겁니다.” 하니 “그럼 오늘부터 유통하자”하더군요. 
  그래서 유니버설뮤직에서 ‘바램’이라는 음반을 첫번째로 유통하게 되었습니다. 또 2014년 제가 졸업한 중앙대 개교기념일 행사 때 1억 이상 규모의 ‘미디어 파사드’라는 중앙대 역사를 담은 공연을 총괄기획 했습니다. 3일 동안 밖에서 산처럼 큰 규모의 장비를 지켜가며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후에 그만 쓰러지기도 했지요.

‘툴뮤직’의 소속 아티스트들 
  클래식에는 경희대학교 임효선 교수, 바리톤 석상근,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한 분들, 피아노듀오 베리오자 등이 있습니다. 또 저희가 이번에 새로 선발한 친구는 JTBC ‘슈퍼밴드’로 많은 화제가 됐던 ‘멜로우 키친’이라는 색소포니스트, 그리고 장애인 아티스트로는 지난달 KBS 뉴스에 소개된 기적의 한손 콘서트, 뇌졸중을 이겨낸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 한국계 일본 피아니스트인 ‘노조미 이와이’, 재즈로는 양왕열 드러머와 그룹 ‘폴리’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음악계 진로특강에 대한 사명감 
  저는 20여개의 음악대학 대상으로 진로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을 보면 능동적 에너지와 지구력이 없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보통 피아노과는 ‘연주자’아니면 ‘가르치는 길’, 이 두 가지로만 제한하고, 진로가 어렵다고만 하며 실제 숫자상의 자료로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근거한 자료를 직접 보여주며) 여기에 보면 음악인을 필요로 하는 직군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 또 실제 일할 곳도 널려 있습니다. 자기가 커리어를 잘 쌓기만 하면 갈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거죠. 2019년 6월을 기준으로 ‘사람인’이라는 취업사이트에 ‘음악’으로 검색해보면, 500여건의 구직정보가 올라와 있는데, 취업시즌인 1월~3월에는 더 많습니다. 요즘에는 무대와 음향 자격증만 있어도 사운드 분야 규모가 커서 그 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습니다. 피아노는 하루 6~9시간을 매일 쳐도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는 바로 답이 나오지 않지만, 이런 다양한 직종에 진출하는 것은 훨씬 쉽다는 겁니다. 음대의 피아노과를 나왔으니 기본적으로 예민하게 사운드를 들을 수가 있기 때문에, 직업과 직종에 맞는 기계와 기술을 익히면 되니까요. 그래서 음악인이 할 ‘직업이 별로 없다’라고 절대 일반화시키면 안된다는 겁니다. 없는 게 아니라 있는데 아예 찾아보지 않았던 것이고,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길을 능동적으로 개척하는데 관심이 없는 거지요. 이러한 (음악관련)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고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분들도 제법 생겼습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창업을 하려고 하면 나라에서 ‘Seed Money’를 조성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로문제로 저를 찾아오는 학생은 시간을 내서라도 꼭 만나봅니다.


‘툴뮤직’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저희는 그동안 앞에서 말한 많은 일들을 진행해왔지만, 특히 올해는 새로운 방향인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세계 속의 한국,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육성하겠다’라는 꿈으로 차근차근, 한 발 한 발 내딛으려 합니다. 또 다양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음악가들이나 콘텐츠로 무장한 음반과 콘서트로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국제적 언어인 음악을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통시키고, 또 2018년 저희가 초청받았던 ‘스페인 투어’처럼 여러 나라에 자랑스러운 한국인 음악가를 소개하고 그들을 국제적 인물로 키우려 하고 있습니다. 청년 음악가이든, 장애인 음악가이든 좋은 음악가로 육성해서 지속적으로 문화마케팅을 잘 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정은현 대표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 부분을 고민하며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역할을 작게나마 감당하고 있는 ‘툴뮤직’의 미래가 계속해 이어지길 바라며 음악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 정은현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16길 13-12 교하빌딩 B1
툴뮤직 정은현 대표
02-3443-5702, www.toolmusic.co.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7>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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