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따가운 햇살에 붉은 고추를 말립니다.
한번 건조기에 들어갔다 나온 홍고추를 방수포 덮개인 가빠에 쭉 널어 놓습니다.
매콤한 냄새와 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와 닿습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따가운 햇빛, 맑은 공기, 풀밭에 널려진 홍고추는 나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손으로 휘저어 줍니다. 마른 것은 골라내고 아직 두툼한 것은 더 뒤적여 줍니다.
옛적 고추를 말리던 농가 어르신들의 풍경이 내 머리에 스치며 내가 그 모습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좋습니다. 절로 미소가 납니다.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마음이~
하우스 옆 노지 100평에 고추는 5월 중순이 되어서야 평창 하우스에 본격적으로 심게 되었습니다.
아들 녀석이 병원에 한 달 반가량 입원하느라 돌봐주다 보니 어쩌다 뒤늦은 감도 없지 않지만 고추 모종을 사고 로타리를 치고 비닐을 깔고 한 주 한 주를 심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심는 것이 맞나 물어보며 고추농사에 처음 도전해 보았습니다.
고추농사는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떡잎도 떼어주고, 얼마만큼 자라면 줄도 매어 줍니다. 1차 2차 3차 …
비바람이 칠 때면 쓰러질까 조바심으로 줄 한 번 더 매어 줍니다.
올해 봄에는 가뭄이었다가 뒤 늦은 장맛비에 병이 발생했습니다. 탄저병!!
고추에는 치명적입니다. 10년, 20년 베테랑 농부님도 넉 다운 당하고 말았습니다.
초보농부의 고추밭에도 병이 찾아왔지만, 일부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붉게 물들어가는 홍고추를 보며 자연이 주는 햇빛과 맑은 공기와 물, 농부의 손길, 수고로운 발소리에 고추는 점점 물들어갑니다.
농부의 마음도 바빠지고 신기해합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애정도 따라 갑니다.
뒤돌아서면 또 다시 돌아보게 되는 내 새끼 같은 고추(농사)입니다.
평창군 방림면 만평팜 나선명
road17@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7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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