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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모토를 탔다 키갈리의 이동수단

2023년 4월호(16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2. 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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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모토를 탔다
키갈리의 이동수단

 

르완다 이곳에서의 주된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모토)다. 버스와 택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둘을 선택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내가 사는 키니냐섹터에서 중심지인 키갈리하이츠로 가는 경우라면 버스는 250프랑이고, 모토는 1000프랑, 택시는 대략 6000프랑이 나온다. 거리로 따지면 5~6킬로미터의 거리다. 요금이 이렇게 현격하게 차이가 나니 웬만한 경우가 아니고는 모토를 탄다. 아주 특별하게 택시를 타는 경우는 시내에서 장을 보고서 3~4명이 같이 집으로 들어오는 때에라야 용납이 된다. 우리 물가와 비교하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여기 물가로 치면 상대적으로 큰 액수라서 자연스럽게 택시를 멀리한다. 


한 번은 좀 여유롭게 시내에 나갈 일이 생겨서 버스를 이용했다. 우리나라 버스같이 넓고 쾌적한 차가 정류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르완다도 버스카드를 사서 충전하여 사용하는 시스템이었다. 운전기사 옆에 달린 단말기에 태그 하며 버스에 올라타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의 감정이 몰려왔다. 지난 6년 전에 왔을 때에는 버스 운전보조자가 요금을 일일이 받고 거슬러주는 시스템이었으니 말이다. 버스의 출발지여서 그랬는지 배차 시간은 일정치 않고 사람이 어느 정도 차야 떠나는 모양새다. 좌석에 앉아서 20여 분을 기다리니 그제야 출발을 한다. 목적지까지는 몇 정거장을 지나야 당도하는지 정확하게는 몰랐지만 점점 사람들로 가득 차서 복도 쪽이 아우성이다. 무중구(Mzungu, 유럽계 백인을 뜻하지만 실제론 그 뜻이 확장되어 쓰여서 유럽인이고 동양인이고 상관없이 그냥 현지 사람들 눈에 외국인으로 보이면 무조건 ‘무중구’로 통칭) 4명이 쪼르륵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는 ‘돈도 많은 외국인이 왜 이렇게 복닥거리는 버스를 탔을까?’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시내에 다다르니 모두 일시에 내렸기 망정이지 목적지가 시내 중심부가 아니었다면 중간에 내리지도 못했을 뻔했다. 


모토나 택시를 탈 때에는 타기 전에 목적지까지의 운임이 얼마인지 반드시 물어서 흥정해야 한다. 물정 모르는 외국인이라 생각해서 가격을 높게 후려쳐서 부르기 일쑤인데 이럴 때는 yego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카카오 택시같이 가는 거리와 비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앱에서 말하는 요금을 이야기하면 높여 부른 가격을 슬그머니 내려서 흥정에 임한다. 이곳에서도 모모머니라는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모바일로의 결제가 가능해서 일일이 잔돈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서 이동해야 하니 헬멧을 써야 하는 것이 필수인데 가끔은 땀에 전 듯한 하이바는 좀 께름칙한 면이 있다. 차 사이를 비집고 나가야 하는 오토바이의 특성상 가끔 식겁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바로바로 이동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은 모토다.  


오늘도 모토를 잡아타고 키갈리에 위치한 공공도서관(public library)으로 이동했다. 교과서 없이 공부하는 멀티미디어과 학생들에게 교재를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한 터라 참고할 만한 책들이 있을까 하는 발걸음에서였다. 간단한 가방 검사를 마치고 도서관에 들어서니 컴퓨터랩실과 서가 토론 공간 등으로 꾸며진 구성이 눈에 들어왔다. 서가를 둘러보니 장서는 모두 영어로 된 책들이다. 참고삼을 책 몇 권을 골라서 훑어보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 하나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지난번에 처음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온 날은 활동비를 지급받는 날이었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키갈리에서 가장 좋은 메리어트 호텔에서 수영과 사우나를 즐기기로 했다. 이용료는 15000프랑. 다른 외국인들은 자가용이나 택시를 타고 로비에서 내리는데 우리 4명은 쫄랑쫄랑 버스에서 내려 다시 모토를 타고 호텔 앞에서 내렸다. 한 달에 한 번은 호사를 누리기로 했으면서도 어째 점점 현지화되면서 언발란스하다. 그래도 수영장 주변에서 책도 보고 물에도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며 몸의 긴장을 덜어냈다. 우리처럼 뜨끈뜨끈한 욕조 탕은 없지만 아쉬운 대로 한증 사우나에서 땀을 빼기도 했다. 집으로 갈 때만큼은 yego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자가용은 아니어도 럭셔리하게 택시로 귀가하고 싶었다. 호텔 로비 앞으로 차가 들어왔고, 우리 4명은 그렇게 폼 나게 택시에 몸을 실었다. 뚜버기로 사는 즐거움이 있지만 때로는 자가용의 유혹이 강렬한 때가 있다.

 

CMC프로덕션 제작이사/PD 이준구
brunch.co.kr/@ejungu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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