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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위험한 돼지사랑?

2023년 4월호(16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2. 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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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위험한 돼지사랑?

 

한국인에게 그래도 고기라고 하면 한우인 ‘소고기’를 알아주고, 가장 귀한 음식 중에 하나로 여깁니다. 어려서 명절에 친척 어르신 집을 방문할 때면, 평소 물건도 잘 사지 않는 아버지가 정육점에 들러 주인장에게 좋은 부위로 달라고 말까지 덧붙이며, 신경을 써서 정성껏 사가지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인이 소고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오히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고기라고 하면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중국,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즉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뜻인데, 다시 말해 돼지고기와 식량이 부족하면 나라의 안정이 담보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돼지를 뜻하는 ‘저(猪)’가 앞에 쓰여 식량보다도 돼지고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 중국남부의 홍수로 돼지고기 값이 2배로 오르면서 민심을 잡고 돼지고기의 수급을 안정화 시키고자 중국정부는 재정 지원을 포함하여 대규모 양돈장 관련 법령을 발표, 장려하였습니다.

 

돼지 아파트 - 출처 : 서울신문


26층 두 개 동, 돼지아파트 완공! ‘저거 괜찮은가?’
올해 2월 말 후베이(湖北)성 어저우(鄂州) 외곽에 26층 건물 두 동이 완공 됩니다. 이곳은 사람이 사는 아파트가 아닌, 돼지의 출산·수유 공간, 아기 돼지를 살찌우는 공간, 돼지 무게나 건강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사료를 분배하는 ‘첨단 먹이통’, 배설물 측정으로 건강관리를 해주며, 배설물 일부는 공장을 돌리는 연료로도 활용한다는 돼지 아파트입니다. 두 동에 연 120만 마리의 돼지 사육이 가능하다고 하니 한국에서 연간 소비되는 돼지의 10분의 1정도 됩니다. 


이러한 중국의 대규모 돼지 아파트 농장 소식을 듣고 정말 돼지의 생산량을 향상시켜 중국의 민심도 잡고 중국의 식량문제도 해결할 굿 아이디어군하며 감탄이 나오기보다, ‘저거 괜찮은가?’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아파트형 수직 돼지 농장을 먼저 시작한 유럽에서는 3층 이상 규모의 농장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관리상의 어려움과 중앙집중식 농장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있기 때문입니다. 1000마리 이상의 돼지를 한 공간에서 사육하면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양의 항생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항생제 투여로 인한 부작용으로 염증이 가득 찬 돼지고기 유통이 문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베이징 동부 핑구지역의 5층 건물 아파트 돼지 농장은 1km 떨어진 곳에서 도 냄새가 날 정도의 악취가 심합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아무래도 전염병의 위험과 동물복지 측면이 큽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사태로 전 세계를 어려움에 빠뜨렸지만 중국은 여전히 과학기술을 사용하는데 있어 너무나 조심성이 없는 모습입니다.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은 돼지를 어떻게 여겨 왔나?
하지만, 중국이 현실적으로 14억 인구의 주요 단백질인 돼지공급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이 또한 고민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미시간주 대학의 식품농업경제학부 교수 ‘데이비드 오테가’는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 국가이다. 그 변화가 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바꾸면 의외로 손쉽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이 돼지를 어떻게 여겨왔는지 보면 현재 중국인들의 집착에 가까운 돼지 사랑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돼지의 지위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중국 어린이들이 필수로 외우는 고전시가 삼자경《三字经》에 말, 소, 양 , 닭, 개, 돼지 이렇게 여섯 가축은 사람이 기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马牛羊,鸡犬豕 마우양 계견시) 이 순서를 보면, 돼지가 맨 마지막에 놓여 그 지위가 가장 낮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소, 양, 돼지로 구성된 주요 3대 제사 재물 중 가장 낮은 위치를 차지하였고, 월(越)나라에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자녀를 낳도록 장려정책을 세웠는데 사내아이를 낳으면 술 두 주전자와 개 한 마리를 내어 주고, 딸아이를 낳으면 술 두 전자와 돼지 한 마리를 내어 주도록 했습니다.(生丈夫,二壶酒,一犬;生女子,二壶酒,一豚) 당시 돼지가 개 보다 못한 지위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漢) 나라 때, 돼지는 소와 양처럼 풀만 먹는 것이 아닌 잡식으로 구정물이나 배설물도 가리고 않고 먹어 화장실에서 키워졌고, 당시 중국 사람들에게 더러운 가축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귀족은 먹지도 않았고, 누린내를 제거하지 못해 가난한 백성들조차 돼지고지를 그저 다른 고기를 보충하는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위진(魏晋)이후에 돼지 사육은 위축되었고, 양고기가 천년이라는 긴 기간 중국의 주요 육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러분들이 한 번쯤은 들어보았던 ‘동파육(東坡肉)’은 중국의 북송 시인 소식(蘇軾)이 황주(黄州)로 귀향 가서 쓴 시에서 유래하는데, 내용을 보면 당시 돼지고기가 어떤 위치였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황주에 좋은 돼지가 있지만, 값이 똥값과 같고, 부귀한 사람은 먹으려 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은 삶을 줄을 모르네”(黄州好猪肉,价贱如粪土,贵者不肯吃,贫者不解)

그 이후 원(元)나라 때, 거세기술이 들어오면서 돼지의 누린내를 잡고 고기 맛이 좋아지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명·청시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돼지고기가 중국인의 주요 식재료가 된 것입니다. 돼지고기를 대해왔던 중국의 역사를 보면 지금 중국인들이 돼지고기에 집착할 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돼지에게 동물복지 적용해야
중국정부는 돼지고기 사업 재건을 우선순위로 두고, 원래 있던 축산 관련 대형 건축에 대한 규제까지 풀면서 여러 위험성에 대한 검증 없이 고층 돼지 전용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이곳에서 자란 돼지고기를 결국 인간이 먹어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깊은 연구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후베이성에 지어진 돼지 아파트의 내부시설을 보면, 돼지 한 마리 겨우 들어가는 우리가 끝없이 줄지어 있습니다. 동물복지를 생각한다면 원칙적으로는 돼지를 가두지 않고 너른 공간에서 키워야 하는데 암컷 후보돈 기준으로 최소한 두당 2.3㎡의 면적을 확보해 주어야 합니다. 넓은 공간에서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면역력이 좋아진 돼지는 자연히 질병도 잘 걸리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가두어진 우리 안에서 키워지는 돼지에게 전염병을 우려하는 이유도 이러한 시설 때문일 것입니다.

 

 

서울 송파구 김송희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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