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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건물 그려보고 싶다!!”

2022년 3월호(14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3. 2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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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11]

“나도 건물 그려보고 싶다!!”


그림을 배우다 보면 다양한 소재를 그려보게 됩니다. 그 중 그림을 포기할까 하게 만든 것이 바로 건물이었습니다. 공간 지각력이 부족한 편이라 주차를 배울 때도 애를 먹었던 사람이기에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건물의 두께, 거리에 대한 이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결국 두세 번 정도 건물을 그리고 실망하는 마음에 더 이상 그리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 동안 힘겹게 그린 그림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저의 부족함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노력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은 작업을 피해버리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대신 자연물을 계속 그렸습니다. 두 번의 작은 전시회를 열면서 저는 두 번 모두 꽃과 나비 등 자연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워낙 꽃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 편안한 마음이 드는 소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모란을 그리면서도 유럽의 웅장한 건물 그림을 슬쩍슬쩍 쳐다보며 마음 한구석에 남는 미련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포기했던 건물 그림에 대한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마카 드로잉’을 시작한지 4년. 계속된 미련과 아쉬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면 미련을 버리고 잘 그리는 자연물에 집중하자!!’라는 마음을 먹고 건물 그리기에 도전했습니다.
차분히 사진을 관찰하고 선을 그려나가는데 이게 웬일인가요?! 왜 그토록 어려워했나 싶을 정도로 그리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고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공간들을 적당히 배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번이고 버려야 했던 종이였는데 한 번에 그려냈습니다. 물론 어렵고 복잡한 건물은 아니었지만, 저에게는 큰 의미이자 도전이었습니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예전엔 건축물을 그릴 때, 머리로는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막상 선으로 그려지지 않아 어려웠습니다. 정확하게 계산하고 그렸다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죠. 하지만 이번에 그림을 그릴 때는 이론들을 생각하지 않고 손이 가는 데로 그려보았습니다. 자연물을 그릴 때처럼 과감하게 생략하며 다양한 시각으로 보고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사진과 똑같이 그리는 대신 드디어 저만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경험을 하는 동안 제 안에 저만의 노하우가 쌓인 것입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는 말이 맞았습니다. 스스로 체득한 지식으로 노하우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것들이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하겠죠. 성급한 마음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끈기도 있어야 합니다.


문득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쓸모가 있는 것일까?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나?’ 생각했던 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무언가에 집중했다면 그 경험과 노력은 분명 큰 자산이 되고 또 다른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어려워 멈췄던 도전을 다시 시도한 저에게 칭찬의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리네아스토리 대표 김민정, 조세화
lineastory.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9>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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