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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낙서해요~~

2022년 5월호(15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6. 1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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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12]

 

우리 같이 낙서해요~~

 

학창 시절 교과서에 했던 낙서들 기억하시나요? 동그라미, 네모에 색을 채우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정교해지는 낙서의 퀄리티. 교과서 속 인물들의 헤어스타일을 바꿔주고, 말풍선을 만들어 글을 적으며 친구와 키득키득 숨죽여 웃었던 기억. 때론 치열해보일 정도로 낙서에 집중을 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혹시 내가 그림 천재는 아닐까?’ 의심되는 훌륭한 작품들이 나와 자랑하고 돌려보는 일도 있었지요.

우리는 언제 낙서를 하게 될까요? 꼭‘낙서를 해야지!’라고 마음먹지 않아도 그저 손에 잡힌 펜과 종이가 있으면 무심코 끼적끼적 그림을 이어가기도 하고, 전화를 받는 동안 상대방이 말한 단어를 의미 없이 반복해 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채워지는 여백에 마음도 같이 채워지는 것 같아 더 열심히 손을 움직였던 것도 같습니다. 

‘그림을 그려보자~’라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그림을 못 그린다고 손사래를 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아마도 우리가 미술 시간에 배웠던 비율, 빛과 어둠의 표현, 구도와 자세, 소실점 등의 기법들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 그림에 대한 흥미를 부담감으로 바꾸어 놓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낙서란...

낙서는 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할 수 있는 걸까요? 


•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 딱히 ‘무엇’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평가받지 않습니다. 
• 논리적일 필요가 없고 어떤 생각이든, 어떤 표현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 ‘이렇게 그리면 안돼!’라고 말할 수 있는 정해진 형식이 없습니다. 
• 망쳐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 결과물에 대한 기대나 부담감이 없습니다. 


낙서는 생후 7~8개월 무렵부터 시작을 합니다. 생각이나 의도를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영유아에게 낙서는 매우 중요한 표현 수단이 되기도 하죠. 낙서를 통해 대화가 이어지고 성취감과 만족감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들의 낙서도 점점 정교해지고 형태를 갖추며 진화하게 되죠. 어린 시절 낙서를 하면서 느꼈던 즐거운 정서가 기억되어 더욱 편하게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필라델피아 드렉셀대학교 Girija Kaimal 교수는 낙서와 같이 구조화되지 않은 그림을 그리는 행동은 집중력을 담당하는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춤을 출 때, 웃을 때, 초콜릿 바를 먹을 때와 비슷한 효과이며, 낙서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였습니다. 응용인지심리학 저널에 실린, 낙서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29% 더 정보를 잘 기억해냈다는 연구 또한 낙서가 단순히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그리는 작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구체화하고 정리해주는 이상적인 행위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미술치료에서는 낙서를 통해 내면에 숨어있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해결되지 않았던 불안한 마음, 억압되어 있던 마음을 해소하는 작업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가족들이 둘러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덧붙여가며 소통을 하기에도 더 없이 좋은 활동입니다. 
 
이렇게 좋은 낙서! 
우리도 함께 해보면 어떨까요? 
낙서조차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제가 미리 몇 개의 선을 그려두었으니 떠오르는 것을 그려보세요.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명확한 무언가를 그릴 필요도, 완성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떠한 형식도 없으니 그저 자유롭게 어린 시절 낙서를 하며 느꼈던 즐거움을 떠올리며 손이 가는 대로 움직여보세요. 

 

 

 

리네아스토리 대표 김민정, 조세화
lineastory.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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