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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의 역습

2022년 5월호(15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6. 1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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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에너지와 환경 5]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플라스틱의 폐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태평양 거북이가 플라스틱 망에 걸려 등껍질이 8자로 만들어진 사진이나 몸통이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죽은 새의 사체일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운동가들은 플라스틱 Zero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장하며 플라스틱 컵과 플라스틱 빨대가 없이는 못사는데요, 이를 없애기 위해 법안까지 만들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줄여봤자 미국에서 매일 5억 개씩 발생하는 빨대량과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상태로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이 늘어나면 배출량이 2030년에는 연간 최대 5,300만t으로 전망되며 이는 매년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총량의 절반에 이르는 무게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플라스틱으로 인한 고통이 해양생태계가 아닌 우리의 몸속에 쌓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미세플라스틱, 위험하지 않다고?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이란? 미세하게 분해되거나 인위적으로 제조된 5mm(5,000㎛)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합니다.(식약처, WHO, 2019) 2022.3.11 식약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인체노출량은 1인당 하루 평균 16.3개로 지금까지 알려진 독성정보와 비교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기구(FAO)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유해한 영향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2017, 2019년) 
 
인체의 유해성?
그런데 2022.4.11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테라노스틱스’에 실린 논문에서 인체에 대한 유해성이 드러났습니다. 각종 일회용품에 널리 사용되는 폴리스티렌을 직경 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만든 뒤 위암 환자에게서 얻은 위암 세포주에 4주 동안 노출시켰는데, 그 결과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이 위암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조사됐고,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위암 세포는 그렇지 않은 위암세포보다 74% 더 빠르게 자랐고, 전이도 3.2~11배 많았다고 합니다. 또 종양을 만드는 암 줄기세포 유전자도 3.4배 늘어났고, 암세포가 인체 면역체계를 피하기 위해 생성하는 면역억제 단백질도 4.2배나 늘어났습니다. 더군다나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돼 증가한 암 줄기세포 유전자는 전이성 위암 표적치료제를 포함해 다양한 항암제에서 내성을 유발하는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매주 신용카드 한 장씩 먹고 있다고?
미세플라스틱이 살아있는 사람의 폐에서 처음 검출됐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폴리프로필렌(PP)과 페트병(PET) 성분입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헐요크 의대 연구팀은‘미세플라스틱이 살아 있는 사람 허파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종합환경과학’에 실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연구진은 폐 수술을 받은 환자 13명에게서 뗀 조직을 3㎛ 단위까지 분석했는데 그 결과 11명에게서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플라스틱 포장, 파이프 등에 많이 쓰이는 PP 성분이 23%를 차지했고, 병에 사용되는 PET 성분이 18%였습니다.
또한 위장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미국인이 연간 수만~수십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자연스레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음식에 떨어진 미세플라스틱을 하루 2739개꼴로 먹는다는 중국발(發) 분석도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음식물 섭취 등의 과정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우리가 매주 신용카드 무게에 해당하는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어 사람 혈액에서 처음으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는 분석도 지난달 보고되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 연구팀이‘국제환경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건강한 네덜란드 성인 22명 중 17명에게서 측정 가능한 수준의 혈중 미세플라스틱이 나왔습니다. 이 연구에선 PET 성분이 절반을 차지했고, 폴리스티렌(PS) 36%, 폴리에틸렌(PE) 23% 순이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독성은 관련 연구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아직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포 손상과 신경독성, 조기 사망 등을 이끌 위험이 크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고 섭취한 입자 크기가 클수록 독성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서 발견한 미세플라스틱 종류 (출처- journals.openedition.org)


대책은?
세계 연구계는 근래 들어 효소를 이용한 플라스틱의 생물학적 분해 방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2014년 식물명나방 애벌레에서 음식포장재(PE)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으며, 일본에서는 2016년 스티로폼을 먹고 사는 장내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류충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 연구팀은 최근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분해가 어려운 폴리에틸렌(PE)을 분해한다는 것을 발견해 관련 효소를 찾는 후속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승구 생명연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 단장은 “플라스틱과 유사한 구조인 섬유소(셀루로스) 및 리그닌으로 구성된 나무는 함께 진화한 셀룰라아제와 퍼억시다아제 등 효소들에 의해 분해돼 수억 년 이상 쌓여 왔음에도 환경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플라스틱을 분해할 효소의 자연적 진화를 기다리기가 시급하기에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한 초고속 효소분석 방법 등을 찾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직 연구에 불과 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플라스틱을 소각해서 열에너지로 바꾸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기오염 등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한계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에서 90%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신체조직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경 분야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주기와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에서 심층해양 퇴적물조사(2020)를 실시한 결과 플라스틱이 발명된 것보다 훨씬 오래된 퇴적층에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연구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북극과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과 아주 멀리 떨어진 에베레스트산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아무리 좋은 정수기로 걸러도 그 속에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며, 우리가 매일 먹는 식재료를 깨끗이 씻어도 이미 식재료 속에 함유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인간의 필요를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이지만 이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며, 눈앞의 문제도 해결하는 데 급급한데 그로 인해 발생한 다른 문제를 계속해서 해결해야 하는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결과는 어찌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당면한 문제는 암담하기만 합니다.

 

(주)그린휠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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