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온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만화! ‘숀 더 쉽’우린 만들 수 없을까요?

예술/방송 & 미디어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1. 11. 14:01

본문

[단편만화 비교비평]

온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만화! 

‘숀 더 쉽’우린 만들 수 없을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에게 ‘만화 홀릭’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NO! 하지만 오십 줄에 들어선 제가 아직까지도 흠뻑 빠져있는 게 있다면 바로 ‘아기공룡둘리’입니다. 둘리의 목소리(물론 성우 목소리죠)와 몸짓, 도우너, 또치 등 악동들과 매번 벌이는 고길동과의 한판 승부가 한국적 정서로 버무려져 있는 재미가 쏠쏠하기에 제가 대사를 다 외울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둘리를 ‘보고 또 보고’하는 저를 재미있어 하는 남편이 어느 날 영국판 만화 ‘숀 더 쉽’을 아이패드로 쑤우욱 내밀었습니다. 속으로 ‘그래도 둘리만 할까?’했는데 웬걸, 숀 더 쉽은 둘리와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다양하게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창조적 해결사 양 인 ‘숀’(Shaun)에게 내가 점차 빠져들 무렵, 또 다른 만화 ‘라바’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빨간색, 노란색 두 마리 애벌레가 뉴욕 52번가 횡단보도 앞 하수구 밑에서 생활하는 일상이 짧은 스토리로 흥미롭게 꾸며졌지요. 그래서 이제는 단순히 만화를 좋아하는 철없는 아줌마에서 벗어나서 ‘철든 행동’하나를 해보기로 작정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들 만화가 누구를 ‘대상’으로 하며 어떤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점이 보는 이에게 흥미를 줄까 생각하면서, 21세기의 관점에서 평가를 해보는 것입니다.    




‘아기공룡둘리’, ‘숀 더 쉽’, ‘라바’가 추구하는 대상과 문화적 특성

  먼저 ‘아기공룡둘리’는 ‘한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화입니다.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처음 연재되어 점차 TV, 영화로도 제작되었지요. 쌍문동이라는 동네에서 어렵사리 생활을 책임지는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 고길동. 매번 둘리와의 한판 승부에서 고길동의 ‘악 악’소리를 통해 한국적 정서와 문화가 녹아 있는 ‘희노애락’을 담아내어 남녀노소가 함께 보며 좋아하는 만화이기도 합니다.


  반면‘숀더 쉽’은 처음에는 ‘클로즈 세이브’와 ‘월러스와 그로밋’단편에 출연한 적이 있는 양인 ‘숀’을 점차 발전시켜 재탄생한 겁니다. ‘숀 더 쉽’은 영국에서 상영되어 전 세계 180여 개국에 수출되어 방영되었지요. 이 만화의 첫 대상은 ‘영국 아이들’이었겠지만, 이제는 해결사 ‘숀’과 양치기 개 ‘비처’와 순박한 ‘농부’세 주인공이 등장하여 형성되는 다양한 상황들 속에서 문제들을 기발하게 해결해가는 양인 숀의 모습을 담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심지어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흥미를 가질 만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게 숀 더 쉽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 엑스트라 동물들과 인간들, 심지어 우주인까지 등장시켜서 그려내는 인간과 사회 속에서의 다양한 관계, 그리고 깊은 정과 배려,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 등 유럽 문화의 역동성이 만화에 물씬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어떤 말도 오고 가지 않고 대신에 모든 대사가 오로지 ‘아’ 소리의 고저로 표현될 뿐입니다. 하지만 양을 지키고 관리하는 ‘비처’(개)가 감기에 걸려 아파할 때 눈도 잘 보이지 않는 순박한 농장 주인이 비처를 집에 들여서 돌보는 모습은 저 같은 아줌마도 즉각적으로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한편 한국에서 2011년 제작된 ‘라바’는 아예 처음부터 세계를 대상으로 했고, 배경도 뉴욕을 택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컨텐츠를 제작하고 겨냥해 해외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언어도 최소화해서 라바가 처음 방영된 곳도 유럽의 프랑스였습니다. 현재 150개국에서 방영되고 있지요. 무엇보다 라바는 온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지향했고, 또한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깨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특이한 것은 국내 30대 연령층에서 반응이 있었고, 바로 ‘SUV 동호회’에서 라바 캐릭터를 차량 안테나에 꽂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여러분은 간혹 이것을 달고 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세 만화들의 어떤 점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까?

  ‘아기공룡둘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에 살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소시민 ‘고길동’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군식구(곁다리 식구)로 끼어 들어온, 빙하시대의 냉동된 아기공룡 둘리, 그리고 타임 코스모스의 고장으로 지구에 불시착 한 외계인 도우너, 또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타조 또치 등이 벌이는 고길동과의 재미있는 생존투쟁을 매회 ‘22분’정도로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개성적인 캐릭터들, 매 회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때로는 사람의 속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하거나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둘리의 허를 찌르는 대사로 아기공룡둘리는 황무지와 같은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몇 되지 않는 대표적인 성공작이 되었습니다.


  이에 ‘숀 더 쉽’은 그저 평범한 양이길 거부하는 ‘숀’과 동료 양들, 그리고 농장 동물 친구들의 시끌벅적한 일상을 ‘7분’ 이내로 그린 애니메이션입니다. 작품 중에 나오는 농장인 ‘Mossy Bottom Farm’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사람처럼 물건을 집고 두 발로 설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양치기 개인 ‘비처’와 고양이 ‘피슬리’는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보는 사람들이 즉각 알게 되지만, 숀과 동료 양 무리들이나 다른 짐승들도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도록 의인화해서 인간 사이의 사건들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주인공 숀은 양들 중에서 제일 작고 날씬하지만, 바로 요놈이 엄청난 운동신경과 지능을 가지고 온갖 재미있는 작전을 구사하면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갑니다. 예를 들어 트랙터를 개조하거나, 사람으로 변장해 피자를 사거나, 악역 맡은 돼지 삼형제들을 골탕 먹일 때도 양치기 개 비처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요. 그래서 주인공은 농장주인이나 비처가 아니라 농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며 해결해 가는 숀인 셈입니다. 이 주인공이 다른 양들과 환상적인 팀웍을 이루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미를 일구어나가는 거지요. 바로 이런 점들이 오래된 유럽문화에서 나온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머리를 써서 협동하여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숀 더 쉽’과는 달리, ‘라바’는 시청자에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는 가운데 빠르게 돌아가는 두 애벌레의 행동 자체만으로도 웃음짓게 만듭니다. 주인공 ‘레드’는 식탐 많고 불같이 화를 잘 내는 까칠한 성격을 가졌음에 비해, 바보스럽고 착한 ‘옐로우’는 라바 전체에 영향을 주는 캐릭터로 순한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대비됩니다. 라바는 속전속결로 상황과 감정의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서, 모바일과 동영상 시대에 맞게 시간을 최대한 ‘1분 42초’이내에 마무리되는 컨텐츠로 만들었습니다.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말이죠. 씹다 버린 껌, 먹다 버린 아이스크림, 동전, 반지 등이 매일 뉴욕 52번가 하수구에 떨어지는데, 이 두 애벌레는 이런 것들로 곤란해지기도 하지만 반면에 행복해하기도 하고 또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빠지곤 하면서 우스꽝스럽고 재미있는 행동들로 보는 이에게 미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이 만화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하나가 되어가는 21세기의 세계 속에서 건강한 세계문화-적어도 어린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관점에서 이 만화들을 평가해 볼까요? 한국적인 것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유럽적인 것만 선호하는 것도 아닌, 건강하고 다양하며 풍성하고 깊이 있는 삶의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는 만화는 무엇일까 하는 관점에서 말입니다. 또한 작품 안에서 어떤 유머로 웃음과 마음의 휴식과 활력을 주는지도 생각해 본다면 말입니다. 예를 들어서 유대인의 유머와 한국인의 유머를 비교하는 것과 같은 차원 말입니다. 유대인의 유머는 삶의 깊은 스토리가 있고, 웃음과 미소를 짓게 하면서도 깊이 생각할 여지를 줍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유머는 대체로 삶의 스토리보다는 그 사건의 진행 자체에 빵 터지며 쉽게 웃음을 선사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기공룡둘리’는 1980년대 작품이었고, 점차 그 이후로 스토리 발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를 외국어로 번역한다 해도 둘리는 한국인들의 정서에 너무 국한되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비록 이 만화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세계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기에는 제한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가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화를 추구하며 만든 작품인 ‘라바’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기본 컨셉으로 해서 두 애벌레의 평범하면서도 유쾌한 일상을 익살스럽게 그려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장차 알아야 할 삶의 총체성과 풍성함과 깊이를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입니다.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고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컨텐츠라는 점에서 ‘숀 더 쉽’과 정말 비교됩니다.


  마지막으로 ‘숀 더 쉽’은 비록 만화이긴 하지만 단순한 재미만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먼저 스토리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풍성한 인간관계를 동물들과 인간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점에서 숀 더 쉽은 ‘인간이 만드는 다양하고 풍성한 사회적 삶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여러 가지 상황들이 전개되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며 지휘해 나가는 영리한 양 ‘숀’은 만화를 보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셋째로 어려움을 같이 공유하는 무리들이 팀을 이루어서 전략을 세우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분담해서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탁월함에 감동하게 만드는데 이 점은 아이들의 ‘사회성’을 자극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화 ‘숀 더 쉽’을 보면서 이것을 만들어낸 유럽문화의 장점을 확실히 배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지구가 되어가는 지금 그것조차도 넘어서는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극을 받습니다. 전 지구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풍성한 문화들을 가로막는 모든 문화적, 정치적 장벽을 뛰어 넘어서 인간 본연이 갖는 공통적 가치를 녹여내는 유쾌한 컨텐츠를 구성해서 디즈니 만화에 식상한 세계 아이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작품을 선보이는 날이 와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편집장 김미경
hasun2001@hanmai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7호 >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