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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탑은 어느 것일까요?

2019년 6월호(11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8. 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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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철의 역사칼럼 13]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탑은 어느 것일까요?

 

최근 20년 만에 수리 복원된 미륵사 석탑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남아있는 우리나라 탑 가운데 가장 큰 탑이지요.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탑은 어떤 탑 일까요? 삼국시대에 남아있는 탑은 3개 입니다. 백제의 정림사 탑과 미륵사 탑 그리고 신라의 분황사 탑이지요.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탑은 어떤 탑일까요?

익산 미륵사지 석탑
경주 분황사 석탑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

미륵사 탑이 가장 오래된 탑이다.
우리나라 탑은 목탑에서 석탑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가장 처음 만든 석탑은 아마도 목탑을 만드는 방법을 따라 했을 것입니다. 석탑 가운데 가장 목탑처럼 보이는 탑이 가장 오래된 탑일 거라고 추정할 수 있지요. 목탑은 기둥과 기둥을 연결할 때 두 기둥을 서로 맞 물어주는 가로 기둥[창방]을 둡니다. 그리고 여러 기둥의 균형을 잡고 지탱해 주는 또 하나의 가로 기둥[평방]을 둡니다. 미륵사 탑은 바로 이 창방과 평방이 잘 드러나 있지요. 미륵사탑, 정림사탑, 분황사 탑 가운데 가장 목탑처럼 보이는 탑은 미륵사 탑입니다.
이런 기준이라면 미륵사 탑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탑이 되지요. 분황사 탑은 선덕여왕 때인 634년 세워졌습니다. 미륵사탑은 서동이 무왕이 된 후 선화공주와 함께 세운 탑이므로 600년대 초반에 세워진 셈이 됩니다. 정림사 탑에 대해서는 특별히 창건 기록이 없고, 기록에 근거하더라도 미륵사 탑이 가장 오래된 석탑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분황사 탑이 가장 오래된 탑이다.
목탑 양식을 기준으로 석탑의 선후관계를 따진다면 미륵사탑이 정림사 탑보다 먼저가 됩니다. 그런데 분황사탑은 목탑 양식과 비교할 수 없는 모전석탑이지요. 모전석탑이란 돌을 벽돌처럼 작게 만들어서 쌓은 전탑 양식의 석탑입니다. 따라서 미륵사탑이 앞서는지 분황사탑이 앞서는지 단정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2009년 미륵사탑을 수리 복원하는 과정에서 백제인이 남긴 기록이 발견되었습니다. 백제의 사택왕후가 639년 절을 짓고 사리를 봉안했다는 내용입니다. 가장 오래된 석탑으로 알고 있었던 미륵사탑이 분황사탑보다 5년 더 뒤에 세워진 것이지요. 이제 우리나라에 가장 오래된 석탑 자리는 분황사 탑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정림사 탑이 가장 오래된 탑이다.
기록에 근거하여 분황사탑이 미륵사탑보다 앞서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미륵사탑과 정림사 탑의 창건연대가 약 1~20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단지 목탑 양식만을 기준으로 선후 관계를 단정하는 건 무리지요. 또한 석탑이 목탑처럼 보인다고 해서 오래되었다고만 볼 수도 없습니다. 석탑을 처음 세울 때는 목탑 양식을 따라 세우겠지만 석탑이 널리 보편화 되었음에도 석탑을 목탑처럼 세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석가모니의 유골 즉 사리를 봉안하는 것이 탑입니다. 목탑은 탑 안으로 들어가서 사리를 예배하고, 석탑은 탑 밖에서 사리를 예배하지요. 목탑은 사리를 보다 가까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 등의 이유로 사리가 손상될 위험성이 큽니다. 반면 석탑은 사리를 오래 보존할 수 있지만 보다 더 가까이 갈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요. 
그러면 사리를 보다 더 가까이 예배하고 사리를 보다 더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석탑을 목탑처럼 세우면 됩니다.
미륵사탑은 사리봉안을 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석가모니가 세상에 나와서 온 세상을 이롭게 하고 8되의 사리를 남겼으며, 사람들이 이 사리를 모시고 일곱 바퀴를 돌면 끝없는 복을 받는다고 합니다. 백제 사람들은 목탑처럼 안으로 들어가서 사리를 직접 돌 수 있는 형태의 거대한 석탑을 만들었지요. 탑 안으로 들어가 직접 사리를 예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 미륵사탑처럼 석탑을 목탑으로 만들 수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정림사 탑이 미륵사탑보다 앞서 세워질 수도 있습니다. 분황사 탑보다 먼저 세워졌을 가능성도 남아 있고요.
정림사 탑은 백제의 사비도성 한 가운데 세워졌습니다. 백제 성왕은 538년 웅진에서 사비로 천도하였지요. 절의 위치로 볼 때 정림사는 사비천도를 전후하여 세워진 절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538년 정림사 석탑이 세워졌다는 말은 아닙니다. 처음 탑은 석탑이 아니라 목탑이 세워졌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목탑 뒤에 석탑이 세워졌다면 백제 정림사 석탑은 과연 언제 세워졌을까요?

 

명협 조경철, 연세대학교 사학과 외래교수
나라이름역사연구소 소장
naraname2014@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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