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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인문학/영화 비평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2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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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소감]

23 아이덴티티

 

 

  의학적으로 한 개인이 23개의 인격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데 호기심이 생겨, ‘23 아이덴티티’를 보게 되었습니다. 상영 2시간 내내 제임스 맥어보이의 섬뜩한 연기력에 빠져들기도 했지만, 어릴 때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로 23개의 인격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하는 ‘케빈’이라는 남자에 몰입되었지요. 지킬박사와 하이드 등의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에게 두 개의 인격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내 자신만 봐도 매일 내 속의 지킬과 하이드가 싸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 사람에게 이렇게도 많은 인격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잠시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3개의 인격을 가진 인물 ‘케빈’이 어느 날 지금까지 없었던 24번째의 인격체인 ‘비스트’의 지시로 3명의 여학생을 납치합니다. 이 여자들은 자신들을 납치한 남자의 이상한 행동에서 그가 다중인격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케빈의 몸 안에 ‘패거리’라 불리는 3명의 나쁜 녀석(인격체)들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에게 놀림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9살 꼬마 ‘헤드윅’, 24번째 인격체을 깨우기 위해 세 소녀를 납치하는 ‘데니스’, 여성 인격체인 ‘페트리샤’가 그들입니다. 24번째 인격체의 출현으로 혼란스러운 케빈은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을 치료하고 돌봐주는 플레처 박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메일을 보냅니다.

 

  플레처 박사는 해리성 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로 케빈에게서 나온 23개의 인격체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케빈에게 새로운 인격체가 생겼음을 눈치 채는데, 바로 패거리들이 추앙하는 24번째 인격체, ‘비스트’이지요. 위험을 감지한 플레처 박사는 납치된 소녀들과 탈출을 감행하지만, 이미 인간이 아닌 사나운 맹수처럼 육체까지 변해 버린 케빈 앞에선 역부족이었습니다. 위기의 순간 케빈 아니, ‘비스트’는 여주인공의 배에 난 수많은 상처들을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학대당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면서 ‘상처 입은 자아가 더욱 순수하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며 사라집니다.

 

  이 영화는 1977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일어난 ‘빌리 밀리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합니다. 납치와 강간 등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빌리 밀리건(1955~2014)이 세계 최초로 24개의 인격이 존재하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 진단을 받아 최종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당시 수사관과 의사들이 가짜 연기를 의심해 다양한 검사와 취조를 진행했는데, 빌리 밀리건은 그 때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여줘 화제가 됐지요. 그는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이었지만 ‘아서’라는 인격체가 지배하면서 아랍어와 아프리카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고, 수학과 물리학 외에 의학에 관해서도 전문가적 식견을 보였습니다. 또한 ‘레이건’이라는 인격체일 때는 크로아티아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했으며, ‘토미’로 변할 때는 전자제품을 능숙하게 다뤘다고 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단순한 연기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빌리 밀리건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정서적 불안을 겪었고, 두 번째 아버지의 자살을 계기로 5세 때 ‘크리스틴’이라는 인격체가 처음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세 번째 아버지에게 성적학대를 받으면서 9세부터 수십 번에 걸쳐 인격분리가 나타나 24개의 인격체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란 한 사람 안에 둘 이상의 정체성 혹은 인격체가 존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한 동안 ‘다중인격장애’로 알려졌으나 1994년 정식병명이 바뀌었지요. 전 세계적으로 1~3퍼센트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리성 정체감 장애’가 발병하는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환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 신체적 폭력이나 성적학대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는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끔찍한 사고의 목격 등 정신적 충격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즉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이나 충격적 사건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새로운 인격체를 만들어 낸다고 하니, 개인의 심리적인 요인이 얼마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전희숙 산부인과 원장 
군포시 산본로 386번길5-7신호프라자 2층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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