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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색을 담은 숲속의 고요함

2020년 12월호(13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3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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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4]

마음의 을 담은 숲속의 고요함

 

“여기까지 와서 굳이 이걸 사야겠어?”
“응!! 이너피스(Inner Peace - 마음의 평화)엔 이게 최고야!!”
2015년 제주, 에메랄드 빛 세화 바닷가에서 함께 여행을 간 언니와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심리상담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모 대학의 교수로 일하며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가 ‘제주앓이’라는 제목을 가진 컬러링북을 신중하게 고르고 구입 할 때 저는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집이 가까웠기에 저녁 늦게 각자의 일거리를 가지고 카페에서 만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종종 그녀는 노트북 대신 색연필과 컬러링북을 들고 나왔고
“오늘 좀 힘든 날이었어.” 
이 한마디 이후, 한 시간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스케치를 채워가는 언니를 전 의아한 눈빛으로 구경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몰랐습니다. 제가 2년 후 손으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깎고 깎아 짧아진 색연필을 들고 열심히 ‘컬러링’을 하게 될 줄 말이죠. 
짐작하시겠지만 이번 칼럼의 주제는 ‘컬러링’입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자주 교보문고를 찾습니다. 베스트셀러 제목만 쭉 봐도 올해 트렌드가 무엇인지 파악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몇 년간 예술 분야 10위권 내에 5권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컬러링북’입니다. 여기서 컬러링은 인쇄된 도안에 색연필, 마카, 펜 등의 비교적 간편하고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색을 칠하는 미술 활동을 의미합니다. 요즘은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 PC의 컬러링 애플리케이션도 인기가 높죠. 머리가 복잡할 때면 컬러링북을 열게 된다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흰 공간에 무언가를 그려내야 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컬러링은 이미 그려진 윤곽선 안에 색을 채우는 작업으로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주고 좀 더 적극적인 자기표현을 가능하게 합니다. 컬러링은 형태보다는 색을 우선으로 다루는 작업입니다. 형태에 대한 반응은 이성적 과정을 통해 일어나지만, 색채에 대한 경험은 감각 정보이기 때문에 색을 칠하는 활동을 통해 말로써 표현하기 힘든 느낌과 생각 등 내면세계를 드러내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피곤하고 짜증스럽다가도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을 보거나 예쁜 색의 꽃을 보면 기분이 풀리는 경험 해본 적 있으시죠? 색은 인간의 정서, 감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사람의 기분을 전환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색이 가진 고유의 에너지나 느낌은 개인차가 큰 심리적 요소와 연결되어 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저는 핑크색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됩니다. 다이어리, 노트북, 펜, 지갑, 파우치까지 핑크색으로 구매해 통일하는데, 일을 하다 문득 한데 모인 제 물건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제가 입는 옷은 핑크색을 선택하기 어렵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강의를 하는 사람이 입기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저를 가로막는 것 같습니다. 

삽화:김민정


김선현 차의과학대 미술치료학과 교수는 “여러 매체를 통한 컬러링은 분주한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도구로도 쓰이지만, 색깔에 대한 대리만족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한정적인 색을 쓰게 됩니다. 색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구두나 가방 등도 튈까 싶어 과감한 색상으로 선택하기가 쉽지 않기에, 현실에서 쓰기 어려운 색을 컬러링북이나 앱을 통해 써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가 그리는 그림에는 평소 좋아하지만, 막상 옷이나 가방으로는 선택하지 못하는 강렬한 색이 가득합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런 색이 있을까요?


일본의 색채연구가인 스에나가 타미오는 “색을 통한 창조적인 표현은 뇌의 전두엽을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도와 쾌감을 주는 도파민이 분비되게 하고, 이러한 쾌감이 우뇌를 활성화하여 의욕이나 활력을 높여주며, 색의 활용을 통해 억압된 감정을 표출할 때 심리적인 변화와 이완 작용을 경험하게 되어 정서적 안정이 가능하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자유의지로 색을 선택하는 컬러링 활동은 내면의 무의식 감정들을 색을 통해 표출함으로써 치유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임상심리학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시각과 촉각 같은 감각을 자극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컬러링 활동은 말초신경이 발달한 손을 사용하여 작업하게 되는데 이때 신체 리듬이 되살아나 정서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고 하지요. 컬러링북이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유도 색을 이용해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컬러링 활동을 하다 보면, 평상시 머리를 복잡하게 하던 걱정이나 불안으로부터 분리되고 색을 칠하는 행위에 집중하여 심리적 몰입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뇌가 휴식을 취하게 되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아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죠. 그럼 이제 우리도 진정한 ‘이너피스(Inner Peace - 마음의 평화)를 위해 컬러링 활동을 한번 해볼까요?

 


그동안 가져왔던 고정관념을 버리고 내가 칠하고 싶은 색을 선택해서 편하게 컬러링을 해보세요. 천천히 호흡하면서 이 순간에 집중해 보시길 바랍니다. 

 

* LINEA STORY(리네아스토리)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컨텐츠 디자인회사입니다. 

 

리네아스토리 대표 김민정

lineastory.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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