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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타고 ‘찾아가는 옷 수선’하는 그 날까지, 술람미 홈패션 고고씽!

2022년 1월호(14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 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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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타고 ‘찾아가는 옷 수선’하는 그 날까지, 
술람미 홈패션  고고씽! 

 

한복 기술자로의 입문 
저는 충남 홍성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결혼하고 평범한 주부로 지내는 어느 날, 큰 언니가 한복 기술을 배워 보라고 권유를 하더라고요. 큰언니와 오빠가 광장시장에서 한복 기술자로 작은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광장시장은 한복거리로 호황이었어요. 골목골목 작은 판자촌으로 이루어져 2층엔 포목점들이 즐비했고, 3, 4층에는 한복 만드는 기술자들이 성냥갑처럼 작은 공간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저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보태겠다는 마음에 안산에서 종로까지 출퇴근하며 한복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죠. 3개월을 배우고 한복 일감을 받아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일이 점점 많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광장시장에 한복 가게를 임대해 11여 년 정도 한복 치마와 저고리를 전문으로 일을 했습니다. 한참 결혼 성수기 때면 잠을 못 자고 의자에 앉아 졸면서 일을 하기도 했다니까요. 눈을 감았다 뜨면 하루가 번개같이 지나는 하루하루 속에서도 한복 만드는 일이 재미있었습니다.

옷 수선 전문가로 다시 시작
2000년대에 들어와서 한복 시장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2010년을 기점으로 한복이 대여 시장으로 변화되면서 광장시장의 호황은 차츰 꺼져 갔어요. 많은 한복 기술자들이 떠났고, 저 역시 가게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워 가게를 접었습니다. 그 후로도 7년간 집에서 한복 일감을 받아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윗집에서 미싱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항의를 하는 바람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다 내려놨죠.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무엇인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지인이 미싱 기술이 있으니 옷 수선을 배워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아! 이거다!’싶어 바로 옷 수선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옷 수선은 제가 배운 한복 제작 기술과 또 다른 작업 방식이었어요. 여하튼 가게를 열 수 있다는 마음에 열심히 배웠습니다. 6개월 코스로 수선, 홈패션, 리폼, 이불 제작까지 배워 500만 원 보증금에 월세35만 원으로 작은 가게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술람미’ 홈패션으로 제 가게를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초기에는 실수도 잦았어요. 한번은 손님이 바지 수선을 맡겼는데 재단이 짧게 된 거예요.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다 손님에게 제가 실수를 했으니 배상 하겠다 했죠. 다행히 손님께서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정신이 바짝 차려진답니다. 술람미 옷 수선 가게를 연 지 어언 8년이 되어 갑니다. 매일매일 제 가게에서 일을 할 수 있고,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해 사용할 수 있어 감사하답니다. 무엇보다 손님들이 수선된 옷을 보고 만족해하며 고맙다고 하면 자부심도 느끼게 되고요. 버려질 옷인데 리폼을 함으로써 새로운 옷이나 물건이 되는 것을 볼 때 아주 기쁩니다. 

동네 사랑방으로서 ‘술람미’ 홈패션 
가게가 동네 어귀에 있다 보니 동네 어르신들이 오고 가며 집안 이야기, 힘든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면 저는 말동무가 되어 드립니다. 한 어르신은 저희 가게에 오셔서 커피한잔 하기도 하고, 어디 간다고 하며 가게에 꼭 들러 인사하는 분도 있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도 시장 들렀다 귤이나 감을 놓고 얼굴을 보이며 꼭 몇 마디라도 하고 가죠. 마치 저희 가게가 동네 사랑방이 된 것 같아 좋습니다. 

‘찾아가는 옷 수선’을 꿈꾸며
옷 수선 가게를 하며 13명의 수강생이 있었습니다. 미싱 기술을 가르쳐주며 옷, 커튼을 만들어 좋아하는 수강생들을 보면 제 마음이 뿌듯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미싱 기술과 다른데서 가르쳐주지 않는 팁까지도 친절히 알려드리죠. 앞으로 10년이면 70세가 되는데 건강이 되는 한 봉고차에 미싱 싣고, ‘찾아가는 옷 수선’을 하고 싶어요. 요즘 시골은 인구도 많이 줄고, 읍내에 나가야 수선집이 있을 거예요. 읍내까지 못 나가는 어르신들 위해 옷 수선도 해 드리고, 버려진 옷으로 베개 하나씩 만들어 드리고, 전국 팔도를 누비며 다니고 싶습니다.

 

군포시 술람미 홈패션 대표 김기란
blog.naver.com/cbn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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