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반찬
얼굴 반찬 - 공 광 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같이 생각해 보기 비대면 시대의 외로움과 슬픔을 미리 예견이라도 하듯이 묘사한 탁월한 작품입니다. 아마 장년-노년기에 이른 어떤 아버지..
2020년 11월호(133호)
2020. 12. 13.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