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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비겁한 변명?!

2022년 4월호(15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4. 2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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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에너지와 환경 4]

독일의 비겁한 변명?!

 

EU 그린택소노미(GreenTaxonomy) 가스는?
지난3월호에서는 EU 택소노미를 다루었는데요, 의도치 않게, 두 개의 중요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하나는 대선 직후, 우리나라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실패를 시인하며 원전정책을 다시 원상 복구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는 유럽의 천연가스 문제인데 이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K-원전문제는 지난 호를 통해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고, 이번호에서는 유럽의 가스문제는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소개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EU의 택소노미는 2023년 1월부터 시행이 되는데, LNG의 경우 전력 1키로와트시(KW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 미만이거나 20년간 배출량이 550kg(CO2eq)미만인 경우, 화석연료발전소 교체조건으로 2030년 12월 31일까지 LNG발전소 건축허가 승인을 받을 때에만 친환경으로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유럽, 특히 독일과 러시아(소련)의 가스밀월관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천연가스 문제는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러시아가 유럽가스 사용량의 무려 45%를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전쟁 문제도 있지만 발등의 불인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부분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제 에너지 기구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중대한 첫 번째 조치는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를 1/3로 낮추는 것입니다. 
이렇게나 많은 양의 가스를 러시아에 의지한 유럽, 특별히 독일의 경우는 40년이 넘는 역사가 있습니다. 1973년 10월1일, 시베리아에서 생산된 가스가 처음으로 서독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해 10월 17일, 중동발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합니다. 중동산 석유는 폭등을 하였고 2~5달러 하던 유가는 1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당시 서독은 안도를 하며, 소련의 가스관을 통해 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오일쇼크 전후로 미국 정부 또한 소련과 에너지 협력을 하고자 했습니다. 때마침 시베리아에서 가스전이 발견되어 이것을 LNG로 바꾸어 미국으로 들여오고자 하였는데요, 미국의회가 이를 반대하여 무산되었습니다. 이에 소련은 미국이 손 내밀 정도로 천연가스가 매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서유럽에 천연가스 공급계획을 세우며 세일즈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 때 독일이 폴란드를 거쳐‘야말 파이프라인’으로 들어오는 본격적인 소련의 가스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이런 화해무드는 반전되면서 다시 냉전대립이 시작되었고, 이 때가 1980년대 초,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였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소련을 고사시켜야 하는 판인데, 유럽에서는 가스를 빌미로 강한 협력을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미국 중서부의 곡창지대의 농민들도 소련에 곡물 수출한 값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표심을 통한 어필로 미국은 1982년 11월 13일 가스제재를 풀게 됩니다.

오렌지 혁명과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사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싸게 쓰는데 익숙해진 나라였습니다. 2005년까지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가스량의 80%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했고, 러시아로부터 1/3정도의 가격인 우호적인 공급특혜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2004년 우크라이나 대선으로 기조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친서방주의자인 ‘유센코’와 친러주의자인 ‘야노코비치’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대선결과의 투개표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야당후보인 ‘유센코’가 강력한 반발을 하였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시위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오렌지혁명’입니다. 오렌지색을 쓴 것은 당시 야당 정당의 색깔이 오렌지색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서방 정권이 탄생하여도 경제사정은 좋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친서방으로 기우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는 더 이상 참아주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러시아는 50달러로 거래되던 가스 가격을 250달러의 정상가로 올리자 우크라이나는 반발했고, 러시아는 2006년 1월 우크라이나로 가는 가스관을 차단하게 됩니다.

노르트 스트림 1, 2 출처-copyright by ShutterstockMurzilA


다시 독일문제, 노르트 스트림 1,2
가스관이 차단되면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중부 유럽 국가들은 차디찬 1월 한겨울에 갑자기 가스가 끊긴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유럽과 미국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안보에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인 2009년 1월, 러시아는 다시 우크라이나의 가스관을 잠갔습니다. 유럽은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가스 비축량을 늘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유럽과 독일은 러시아 가스를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독일이 새로 구상한 루트가 2011년에 발표한 노르트 스트림 ‘Nord Stream1’입니다. 1200km의 장거리 노선이 발틱해를 통해 독일로 들어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결국 노르트 스트림2 까지 완공하려는 계획을 30km 남겨놓고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사건 위에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물론 가스가 전쟁 원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전쟁 초반 독일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약간이나마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기본 에너지로 러시아 가스 쓰면서, 탈원전?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는 독일의 연간 천연가스 수입 중 55% 이상이 러시아에서 온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독일의 높은 의존도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시절부터 유지해온 탈원전 정책과 연관이 깊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독일이 원전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과학자 출신인 메르켈도 집권 초반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로를 점진적으로 폐쇄하는 방향으로 돌아섰습니다. 
FT는 ‘독일의 딜레마는 메르켈이 러시아를 대안으로 삼아 적극 주도한 탈원전 정책의 결과’라며 ‘푸틴에게 독일의 탈핵(脫核) 정책은 절대적인 횡재’라고 했습니다. 또 ‘러시아에 대한 EU의 과도한 에너지 의존이 대러시아 공동 전선의 ‘약한 고리’로 부각됐다’며 16년에 걸쳐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한 지도자 메르켈의 소신과 철학이 역설적으로 현재의 지정학적 질서와 정면으로 부딪친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독일의 탈원전과 친환경 정책은 러시아 가스의 기초위에 서 있는 사상누각과 같은 꼴입니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이었던 독일은 러시아를 핑계로 또 다시 재무장을 주장하고 나왔는데요, 이것 또한 새로운 역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20세기의 망령인 히틀러와 스탈린이 또 다시 나타나 21세기를 삼켜버릴 듯한 무서운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에너지 자립과 국제정세가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을 시작한 시점부터 전설처럼 매번 하는 말은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라는 말입니다. 전 세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오지 않으면 국가가 운영되지 않는 어려운 운명을 가진 나라입니다. 이에 독일의 예를 보며,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정책은 신중히 선택해야 어려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괴물과 같은 이데올로기와 어리석은 지도자를 만나게 된다면, 이 땅의 국민들은 타국의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특별히 우리 주변국들은 수천 년 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나라들과 민족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그린휠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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