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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학교

2022년 5월호(15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6. 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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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학교

 

미세먼지가 낀 뿌연 하늘을 보며 등교를 했다. 점심시간부터 갑자기 하늘색으로 빛나더니 맑아졌다. 다음 시간은 체육시간. 운동장에 나가 처음으로 축구를 해 봤다. 축구를 해보고는 싶었지만 ‘아마 평생 못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공을 차보며 골대에 넣는 연습도 했다. 공은 내 맘대로 되지 않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공을 차는 연습을 하는 건지, 공 줍는 연습을 하는 건지, 줍는 거 반, 차는 거 반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활동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중학교 때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피구부에서 대회에 나가려고 방과 후에 매번 연습했지만, 이제는 땀날 정도로 몸을 쓰는 활동이 없어졌다. 피구, 배드민턴, 농구, 발야구와 같은 활동적인 운동들이 그리웠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축구는 맘처럼 안 되었지만, 공이 시원하게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사이다같이 내 맘도 뻥 뚫렸다.   


체육을 끝으로 학교가 끝나고 방과 후에 남아서 보강하는 물리 수업을 기다렸다. 오늘이 바로 첫 수업이다! 정말 오랜만이라 설레었다! 방과 후 수업에는 뭔가 일반 수업 때와 다른 분위기와 공기가 감돈다. 같이 듣는 친구들과 시작 전 밖에서 음료수와 먹을 것을 사와 마시기도 하고 질문도 눈치 보지 않고 막 물어볼 수 있다. 꼭 그것뿐만 아니라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학교가 끝난 뒤 자유로운, 본 수업과 다른 분위기에, 나와 잘 맞고 편하고 착한 친구들이 있어 힐링 마저 되는 느낌이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중학교 때도 방과 후 교실 수업을 했었다. 오후4시 반부터 저녁8시까지 수업하던 교실은 뭐가 그리 웃긴지 늘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노을이 지는 시간대에 잠깐의 저녁시간 타임을 주어 친구들과 밖에 나가 컵라면과 먹을 것을 잔뜩 사다 교실에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먹기도 했다. 또, 해가 빨리 지는 겨울이면 어둑어둑해지는 저녁과 밤사이, 칠판 쪽 불만 빼고 불을 다 끈 채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던 무서운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학교가 끝나고 불 꺼진 교실, 밝고 따뜻했던 교실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문을 닫았을 때 이제 어디서 공부를 해야 되나 싶었고 학원에 가도 방과 후만큼 즐겁지 않았다. 하교할 때 불이 다 꺼져 잠겨 있는 교실과 칙칙해 보이는 학교의 풍경에 씁쓸했다.


코로나 이후, 학교는 감염의 위험으로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자유롭지도 못하고, 제한도 많이 걸렸다. 당연히 가야 했던 학교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격주로 등교하게 되었다. 9시에 겨우 일어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흐리멍텅한 눈으로 수업을 듣는 일도 생겼다. 한 번은 눈을 떠보니 1교시가 시작되어 부랴부랴 줌(zoom)에 들어가 설명을 놓친 적도 있다. 또 내 방의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 게 문제인지 줌(zoom)이 계속 끊기거나 오류가 났고 재난 문자가 오면 갑자기 수업 소리가 안 들리거나 튕겼다. 수업 시간 내에 해결해야 되는 과제에 쫓기느라 바빴고, 멍 때리다가 영상이 지나가거나 집중을 잘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황당했던 일은 우리 반에 누가 있고, 친구의 이름도 몰랐던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등교 후, 프린트를 나눠줄 때 우리 반에 이런 얘가 있나? 누구지? 하며 못 알아보아서 미안했다. 이외의 반 전체와 단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친구들과 마주 보고 얘기하며 먹던 점심과 장난 가득하고 깔깔대며 웃는 친구들의 표정, 쉬는 시간에 먹을 것을 나눠 먹는 그 흔한 학교의 풍경마저 쉽게 볼 수 없어지고 마스크를 써서 가려진 친구들의 알 수 없는 표정과 삭막해진 학교 풍경들… 코로나를 겪은 시간들을 통해 이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심각하게 휩쓸고 간 지금에서야 ‘아~ 아니었구나!’하며 오프라인 상의 학교 모습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낯설고 힘든 생활에 조금이나마 적응을 했다는 것이다. 등교하기 전 익숙해진 자가 진단을 하고, 학교에서 주는 자가 키트를 사용하고, 지나가는 곳마다 비치된 손 소독제로 소독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월화수목금의 정면 등교를 시작해 내가 익숙하고 당연했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귀찮게 일주일마다 책을 집에 갖다 놨다 도로 가져왔다 하지 않아도 되고, 수업 중 이해가 안 되면 친구에게 살짝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선생님께 여쭤봐 해결할 수 있다. 또 맑고 화창한 날씨에 야외수업과 탁 트인 운동장에 나가서 축구공을 차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면 답답하고 지루할 틈이 없어진다. 책상 대형을 맞춰 중간중간 얘기하는 자유로운 모둠활동은 더 재밌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친구들과 의식의 흐름대로 자잘한 수다를 떠는 시간은 학교에 온 시간 중 가장 행복하다. 
오늘은 뭔가 평범하지만 코로나 전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고 학교에 다시 파릇파릇 활기가 돋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의정부시 효자고 
2학년 배서현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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