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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일본의 직장문화 벗고 한국에서 새롭게 출발하기 

2022년 12월호(15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5. 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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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일본의 직장문화 벗고
한국에서 새롭게 출발하기 

 

‘참새가 아무리 떠들어도 구렁이는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속담을 아시나요? 실력이 없고 변변치 아니한 무리들이 아무리 떠들어 대더라도 실력이 있는 사람은 다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빅데이터를 전공한 저는 이런 실력 있는 자가 되기 위해 일본에 갔습니다. 로봇기술과 통계, 우주 관련 사업들에 있어 앞서가고 있는 일본에서 홀로 서보고자 했죠. 그리고 4년 동안 직접 살아보며 일본의 문화와 역사 등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일본의 첫 인상과 적응하기까지
처음 나리타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제가 느낀 인상은 어두운 조명과 축 쳐진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너무 느린 비자동화 된 절차와 글로벌하지 않은 직원들의 영어 발음에 충격을 받았죠. ‘파스뽀또!’ 여권을 달라는 소리에 저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종이에 써달라고 부탁했어요.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교통카드를 꼭 사야만 했습니다. 한국처럼 모든 교통데이터가 통합되지 않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할 수가 없었어요. 일상생활에서의 IT활용서비스는 그리 발전되어 있지 않아 불편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카드 한 장으로 다 해결했는데 말이죠. 그렇게 무거운 두 가방을 들고 신주쿠를 해매이며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옥탑방을 얻었습니다. 침대 하나와 책상하나로 꽉 차버린 고시원 같은 방 값은 무려 매달 70만원이었죠. 거기에 일본회사는 월급을 당월 말에 주지 않고 한 달 뒤인 다음 달에 지급하니, 한국에서 두 달 생활비를 대출받아야만 했어요. 또한 식기류, 침구류, 생활용품 등을 구입하니 빠듯한 생활로 차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 다닌 적도 많았습니다. 아무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 그렇게 일본에서의 독립은 시작되었죠. 그나마 일어는 한국에서 틈틈이 공부한터라 말은 통했어요.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혼자 있는 외로움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바로 일본 문화였습니다. 

일본의 개인문화? 아니 무관심한 문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인사할 겸, 저는 함께 할 프로젝트 팀원들에게 커피를 나누었어요.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직원들 중 그 누구도 커피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주 흔한 모습인데 말입니다. 작은 것이라도 그들에게는 누군가에게 얻어먹는 것이라 부담스러운 것이 되며 누군가에게 주는 것도 부담을 주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주고받지 않는 것이죠. 그럴수록 저는 더 일부러 자주 사주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한국문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힘내’라는 제 마음의 표현이었고, 제가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각자 할당된 업무 외에는 다른 동료들에게 무관심하지요. 아니 침묵합니다. 전 제 업무가 끝나면 늘 다른 사람의 업무도 체크하고 도와주었건만 상대는 제 업무에 관심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더군요. (마치 당연한 듯) 하지만 일본 사람처럼 ‘너도 혼자 해봐라’ 식의 똑같은 행동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까지 무관심한 사람이 되기 싫었기 때문이죠. 오히려 그 덕분에 다른 사람의 기술도 조금씩 알게 되어 복잡한 다차원의 스펙트럼 데이터도 핸들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오지랖이 실력을 쌓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프레젠테이션 때 상대가 당황 할까봐, 절대 지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대신 나중에 뒤에서 몰래 쑥덕거리는 문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앞에서는 상대 자존심을 존중한다고 말을 아끼며 위선하는 침묵문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할까요? 아마 서로 문제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도 없는 것이 아닐까요? 자존심이 무관심에서 무책임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기술 부분에서 배운 것도 있습니다. 한국 민간 기업에서는 접할 수 없는 데이터들(인공위성데이터 및 대기업 원자재 데이터 등)을 분석했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일본의 일상생활에서의 IT서비스는 퇴보되어 있고 특히 이번 코로나사태로 일본이 얼마나 아날로그적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중앙정부에서는 많은 지자체로부터 감염자수를 팩스로 받고 인원을 체크하니 당일 환자의 집계가 바로바로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폐쇄적인 문화, 아나로그 노인중심의 사회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젊은 청년들이 감소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공부를 하려하지 않습니다. 박사학위 숫자가 줄어들어(2003~2020년도 사이 49%감소) 대학원이 평생교육원으로 바뀐다는 소식은 2021년부터 들었습니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알바로 생계를 꾸리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죠. 시급이 비싸 월급쟁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외국인 엔지니어들을 많이 뽑고 핵심 알고리즘 기술들을 맡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 월급이 너무 낮고, 무엇보다 폐쇄적인 그들의 문화에 질려버린 외국인 엔지니어들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일본은 복지 혜택의 수요가 늘어나자 젊은이들 월급의 1/3을 가져갑니다. 그러면 노인들이 돈을 써서 경제가 돌아가야 하는데 은행에 저축만 해 놓아 시장 전체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시스템이 고령화에 맞추어 있으니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죠. 예를 들어 노인인구가 많으니 관공서에서는 노인들을 위해 전산을 바꾸지 않고 모든 업무를 우편과 팩스로 신청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신청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은 속이 터질 노릇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감정은 감정이고 정해진 규칙에 순응하는게 당연한 일본인처럼 젊은이들도 회사에 하루 연차를 내어 아낌없이 관공서 업무에 사용합니다. 

한국에서 다시 새 출발하기
어쩌면 제가 오지랖 넓고 급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삶을 더 답답하게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온 이유는 한국에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의 한국은 안보가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빠른 스피드와 옳은 것을 따르려는 힘,(물론 위선적인 정의, 이념은 아니지요) 누군가가 잘못하면 충고하고, 싸우기도 하며, 남의 일에 간섭하는 긍정적 오지랖, 어려울 때 금 모으기처럼 서로 돕는 것에 마다하지 않는 민족성 등 이런 출발점 위에 실력을 제대로 갖추어 참새가 아닌 구렁이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칼의 문화가 전제 된 일본사회는 힘 있는 자 앞에서 바로 굴복합니다. 패전 후 미국에게 그랬고 지금도 미국에게 많은 로비를 하고 있지요. 우리 개개인이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고, 경제적, 정신적, 문화적으로 강하게 된다면 그들은 반드시 우리 앞에 굽신거리게 될 것입니다. 바로 그 때 과거의 역사문제도 함께 해결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 제 자신이 먼저 빅데이터 서비스로 최고의 실력을 갖추어야 할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죠.

일본에서 근무할 때 회사 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Data Scientist 김지혜
zion2020kim@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8>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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