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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가지면 보이게 됩니다! 

2023년 6월호(16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3. 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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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가지면 보이게 됩니다! 

 

제가 일하는 야생동물생태학습장은 경기도 연천과 평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두 센터 모두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방문객이 아니라면 건물을 만나게 되는 일조차 없을 듯합니다. 야생에서 구조된 동물들이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몸을 회복하려면 안정을 취해야 하기에 구조센터는 본래 동물이 살던 곳인 자연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거지와 도심지에서 벗어나 조금은 구석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다소 굴곡진 도로와 개발되지 않은 주변 환경에 조금 당황해하십니다. 그러나 저희 교육을 만나는 일이 아니면 야생동물 생태교육을 접할 기회는 경험해보기 어려운 일이기에 이른 주말아침부터 아이 손을 붙잡고 학습장을 찾아와 주시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요즘 동물에 대한 애정이 많은 친구들은 본인이 직접 멸종위기 동물, 환경보호, 새의 유리창 충돌과 같은 교육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해서 야생동물생태학습장을 찾아 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을 하면서 느낀 방문객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부모님들이 전시실을 입장하실 땐 얼굴 표정이 지쳐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어린아이와 함께 먼 길을 동행하기 쉽지 않아서 그러리라 짐작해봅니다. 일상에 지친 몸을 이끌고 주말 아침 달콤한 늦잠을 누리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부모님들이 수업 초반에는 아이들을 제 앞으로 살짝 미십니다. 그리고 본인들은 조금 멀찍이 주변을 서성이며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고 싶어 하십니다. 아마 잠시라도 육아에서 벗어나 숨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태 살면서 마주칠 기회 한 번 없었을 수도 있는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으실 겁니다. 반면 어른들의 태도와 달리 아이들은 호기심과 관심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저는 모두에게 주변에서 야생동물을 본 경험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있다고 하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고개를 갸웃하시며 없는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십니다. 아이들이 경험한 대부분의 장소는 부모님과 동행했던 곳일 텐데 아이들은 보았다 하고 부모님은 못 보았다 하는 것이 신기한 일로 들릴 수 있지만 이건 당연한 일입니다. 일상의 피로에 지친 부모님들은 숲속을 걷고, 들길을 걷고, 습지를 방문하더라도 동물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쉽게 발견합니다. 아마도 이건 관심의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의 관심은 지금 있는 자연입니다. 그러기에 그 곳에 사는 야생동물이 보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머릿속은 복잡하지요.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회사일, 집안일 끊임없이 머릿속이 시끄럽습니다. 그러기에 눈앞을 지나가는 야생동물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야생동물 생태교육이 부모님들에겐 관심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작은 마이크에서 저절로 들리는 저의 이야기와 아이들이 ‘우와’하며 호기심을 가지고 동물의 똥, 발자국을 고개를 파묻고 관찰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부모님들도 어느새 제 주변으로 한 분 두 분 모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교육 중반부터는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십니다. 마지막엔 저에게 동물원의 동물과 이곳에 있는 동물들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도 하시고 수업 내용에 고개까지 끄덕이는 모습은 아이들보다 더 깊게 느낀 부분이 있다는 점을 알아채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부모님들이 집중을 하게 되는 건 저의 수업이 뛰어나서는 결코 아닙니다. 관심 없고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우리 주위의 야생동물들, 지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그 분들의 마음에 닿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일상에서 야생동물 이야기는 우리 관심 밖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현대들의 하루는 바쁩니다. 어제 같은 오늘을 살고 오늘 같은 내일을 살고 늘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지요. 게다가 각자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에도 일상은 빠듯합니다. 그러니 야생동물을 보호하라는 외침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고 강한 관성이 작용하는 습관에 의해 애당초 관심이 없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살면서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종종 깨닫지요. 야생동물의 존재가 그렇습니다. 그들은 우리 삶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지만 소중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아주 옛날부터 그리고 지금도 인간은 동물과 함께 같은 시간과 장소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지속적인 터전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 또한 건강해야 합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이 명확한 사실이고 우리는 그들과 건강한 관계를 통해 함께 살아갈 방법에 대해 알아가야 합니다. 


피곤한 얼굴로 지쳐 야생동물생태보전교육을 방문하셨던 분들도 교육의 시간을 통해 그 중요성을 조금이라도 인지하면 아이들보다 더 열정적인 모습으로 귀담아듣고 저의 이야기에 순간 변하는 얼굴 표정은 아이들보다 더 풍부합니다. 바로 이렇게 관심이 있으면 보이게 되고 아껴주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짧은 만남을 나누고 서로 감사 인사를 나누고 헤어질 때면 오신 분들이 느낀 오늘의 관심이 지속적인 것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관심을 가지면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과의 관계 안에서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일상에서 작은 움직임을 실천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이분들을 통해 저는 희망을 발견합니다. 하루의 작은 실천이 켜켜이 쌓여 더 나은 우리, 더 건강해진 야생동물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서울 양천구 김보경
petalbk@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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