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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

2023년 6월호(16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3. 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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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

 

어머니는 뚝배기 하나 사고 소금 조금 사고 개구리참외도 사실까
참외 사시면서 이승에 두고 온 아들딸 생각 또 하실까…
개구리참외는 목생이 형이랑 둘이서만 먹을까
거기서도 어머니는 찔름 들어간 못생긴 참외를 잡수시고
예쁘고 맛난 건 아들 주실까…

지금은 고인이 된 동화작가 권정생의 동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의 일부분이다. 저승에서도 장을 보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돌아가신 내 어머님도 여름철 장을 보고 오실 때면 어김없이 참외 한 봉지를 풀어놓곤 하셨다.

박과에 속하는 1년생 식물인 참외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니제르강 연안의 기니아(Guinea)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이전에 중국 화북으로부터 들여온 것이 시초였으며 고려 시대에는 참외를 형상화한 자기나 주전자가 만들어질 만큼 참외 재배가 융성하였다고 한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의하면 참외는 계통이 많고 과피색은 청록색이거나 금빛, 개구리 무늬가 있는 등 다양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참외의 ‘참’은 우리말큰사전에서 ‘허름하지 않고 썩 좋은’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 다른 박과 식물보다 맛과 향이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외는 우리나라의 기후 풍토에서 그 특성이 가장 돋보이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60~70년 전만 하더라도 개구리참외(성환 참외) 같은 재래종 품종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1957년 일본에서 은전 참외가 처음 도입되어 높은 당도와 아삭한 육질로 인기를 모으더니 60년대 들어서는 교배종인 신품종이 속속 발표되면서 재배 방식도 노지 재배에서 하우스 시설재배로 발전되었다. 대표적인 여름 과일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지금은 95% 정도가 하우스 시설재배를 하므로 한겨울을 제외하곤 1년 내내 싱싱한 참외를 맛볼 수 있다.

우리나라 참외 주산지는 단연 경북 성주이다. 성주에 가면 끝없이 펼쳐진 하우스가 장관을 이룬다. 대부분이 참외 하우스일 정도로 이곳의 하우스 참외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성주군은 경상북도 서남부에 위치한 산간 내륙지역으로서 가야산 일대의 양토와 풍부한 일조량, 낙동강을 끼고 있는 넓은 평야와 깨끗한 농업용수 등 최적의 재배 조건을 갖추고 있다. 토양이 화강암 부식토라서 칼슘 성분이 많고 고온 건조한 기후와 풍토가 참외 재배에 적합한 데다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재배 기술까지 더해져 성주 참외가 으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주 참외의 일등 비결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첫째, 이곳의 비닐하우스 높이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열 전도율이 좋도록 비닐하우스 천장높이를 최대한 낮춘 것이다. 둘째, 호박 뿌리에 참외 줄기를 접목하고 있었다. 연작이 힘든 작물이라서 한 번 열매를 맺고 나면 뿌리가 약해져 시들어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셋째, 참외 상자를 규격화하여 작목반이 달라도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한약재를 이용하거나 비료 대신 유기 퇴비를 사용해 한방 참외, 꿀 참외, 유기농 참외 등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참외는 달다고 해서 첨과(甛瓜), 뛰어나다고 해서 진과(眞瓜)로 불린다. 수분 함량이 90% 정도이고 단백질과 지질, 당질이 풍부하며 칼슘, 인 등 무기질과 피로회복에 좋은 비타민 C의 함량이 높다. 땀이 많이 나는 하절기에는 몸이 산성으로 변하기 쉬운데 알칼리성 식품인 참외를 많이 먹으면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뇨작용을 하는 칼륨 함량이 높아 한방에서는 이뇨작용과 갈증해소 약재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또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없애주며 피와 간을 해독하는 효과도 있다.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노폐물을 제거해 변비와 황달, 수종, 이뇨 등의 증상에 사용된다. 특히 쿠쿠르비타신이라는 항암 성분이 들어 있어 암세포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수박과 마찬가지로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이 차거나 위가 약한 사람, 어린아이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맛있는 참외 고르는 요령
1  크기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더 달다. 들어봐서 약간 가벼운 듯한 것이 좋다.
2  잘 익은 참외는 겉 향이 좋다, 하지만 향이 너무 짙으면 수확한 지 오래된 것일 수 있다.
3  색깔이 선명한 참외가 맛있다. 맑은 노란색이나 짙은 감빛을 띠는 것이 좋다.
4   골이 움푹 파이고 꼭지가 가는 것이 달고 신선하다.
5   흔들었을 때 묵직하거나 출렁거리는 느낌이 있다면 물이 든 것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매년 4월 하순이면 이곳 성주에서는 참외 축제가 열린다. 우수 재배 농가를 선정하여 포상하고 참외 시식행사 등을 통해 성주 참외의 진가를 널리 알리고 있다. 2011년 3월에는 처음으로 일본 수출의 길이 열렸고 대만, 홍콩, 등지에서 바이어 상담이 한창이라 한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 성주 참외가 그 핵심에 우뚝 서 주길 기대한다. 

 

K-Geofood Academy 소장 신완섭
《코리안 지오푸드》저자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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