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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의 주인공 반달가슴곰

환경/한영식의 생물콘서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0.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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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콘서트 6]

단군신화의 주인공 반달가슴곰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의 원형극장 콜로세움, 영국의 거석기념물 스톤 헨지,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성당, 중국의 만리장성, 파로스 등대는 세계 7대 불가사의다. 특히 이집트 4대 왕조 쿠푸왕의 거대 피라미드는 평균 2.5톤 정도의 돌을 230만개를 쌓아올려서 만든 높이 146.7m의 인류 최대 건축물로 지금까지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로 유명한 이집트는 오랜 문명을 갖고 있으며, 독특한 생태적 특징을 갖고 있는 소똥구리를 신으로 숭배했다. 소똥구리는 뒷다리로 똥을 굴리는 신비로운 특징을 갖고 있는 곤충이다. 소똥구리가 해질녘에 소똥을 굴리며 기어가는 모습을 지켜 본 이집트인들은 소똥구리가 태양을 저편으로 넘긴다고 굳게 믿은 것이다. 그래서 이집트인에게 소똥구리는 매우 귀중한 숭배대상이 되었다.  

 

  소똥구리를 숭배하는 이집트처럼 동물을 숭배하는 부족과 나라들은 매우 많다. 아프리카의 카필족은 악어와 사자를 숭상하고, 아메리카 인디언은 큰곰, 들소, 늑대, 방울뱀을 숭배했다. 아시아에서는 호랑이와 인도는 코브라를 숭배하는데, 모두 위험성과 우월성을 가진 동물이라는 믿음에서 숭배대상이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캥거루를 수렵 성공과 동물번식을 상징하는 의미로 숭배했다. 비버 역시 영리하고 신비한 존재로 숭배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동물을 특정한 개인 또는 집단의 조상으로 보고 숭배하는 토테미즘은 전 세계적으로 흔하게 나타났던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에도 동물숭배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지상세계에서 살기 원했던 환웅이 땅으로 내려온 후,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 싶다며 그를 찾아왔다.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마늘과 쑥을 먹고 100일을 견디면 사람이 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호랑이는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갔다. 그러나 무던하게 잘 견딘 곰은 여자가 되어 환웅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신화의 주인공 ‘단군왕검’이라는 것이다. 

 

 

  단군신화로 인해 곰은 인간에게 매우 친숙하고 친근한 동물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곰을 산속에서 직접 만난다면 어떨까? 사지가 벌벌 떨리며 공포상황에 놓이게 된다. 죽은 척을 해야 살아남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했던 반달가슴곰은 크기 120~180cm, 몸무게 65~150kg의 대형동물로 사나운 맹수이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발을 휘두르면 사람의 뼈가 부러지고 내동댕이쳐지고 만다. 


  반달가슴곰은 넓은 이마, 비교적 큰 귀, 어깨와 목 양 옆쪽으로 긴 털이 나 있으며, 가슴에 V자 모양의 흰색 반달무늬를 갖는 점이 특징이다. 뛰어난 후각으로  벚나무, 머루, 산딸기, 다래 등의 열매를 잘 먹지만, 도토리를 가장 좋아한다. 곤충 애벌레, 냇가의 가재와 물고기, 조류의 알과 새끼까지도 다양하게 먹고 사는 잡식성 동물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중국 북동부, 러시아 연해주 등지의 고산지대의 활엽수림에 분포한다.

 
  그러나 단군신화의 주인공도 한국전쟁과 밀렵꾼들의 남획 앞에 추풍낙엽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멸종위기에 놓이게 되자, 1982년 11월 4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동물이기 때문에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에도 취약종으로 지정될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동물 반달가슴곰을 되살리기 위해 2004년부터 가장 적합한 서식환경을 갖춘 지리산에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신화의 주인공을 복원하는 길은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지금도 산야에는 반달가슴곰을 위협하는 올무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이 설치되어 있고, 밀렵꾼들이 호시탐탐 반달가슴곰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개발로 인해 서식환경이 계속 훼손되면서, 복원을 꿈꾸는 건 더욱 요원해 보인다. 그래도 하루 빨리 신화의 주인공 반달가슴곰이 우리나라 터전에서 마음 놓고 살아가게 되길 희망해본다.

 

한국곤충생태연구소 소장 한영식
cafe.daum.net/edu-insect
010-6393-3589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6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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