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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고의 스프린터 '길앞잡이'

환경/한영식의 생물콘서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2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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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식의 생물콘서트 - 생태환경칼럼 4]

지구촌 최고의 스프린터 ‘길앞잡이’

 

  리우올림픽 단거리 최강자는 역시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였다. 세계 신기록을 번번이 갈아치우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우사인 볼트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최근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인간이 최대로 달릴 수 있는 최고 한계 기록이 9.48초라고 발표했다. 현재 우사인 볼트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신기록 9.58초와 불과 0.1초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사인 볼트는 과연 인간의 최대 한계에 근접한 최고의 스프린터인 셈이다.


  우사인 볼트의 세계신기록은 초속 10.43m, 시속 37.54km다. 똑딱 하는 1초 동안 무려 10m 이상을 달리는 놀라운 기록이다. 그러나 총알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도 자연계의 수많은 동물 앞에서는 체면을 구긴다. 잘 달리기로 소문난 개, 토끼, 타조는 100m를 5초대에 거뜬히 통과한다. 매우 느린 동물로 생각하는 하마, 낙타, 코끼리조차도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빠르다.


  특히 최고의 스프린터 치타 앞에서 우사인 볼트는 한 없이 작아진다. 치타는 196cm의 우사인 볼트보다 작은 150cm의 체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치타의 동물적인 감각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는 우사인 볼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사냥감을 발견한 치타는 초속 30.55m, 시속 110km로 쏜살같이 달려간다. 3초 만에 100m를 주파하는 놀라운 기록이다. 덕분에 치타는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구촌에는 치타를 능가하는 최고의 고수가 따로 있었다. 부리부리한 눈, 날카로운 큰 턱, 긴 다리로 순식간에 달려가 사냥하는 호주의 ‘길앞잡이’다. 비록 몸길이는 2cm에 불과하지만 달리기 실력만큼은 동물계 최고 강자 치타를 거뜬히 능가한다. 어떻게 작은 곤충이 치타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걸까?

 

  오스트레일리아의 ‘길앞잡이(Cicindela hudsoni)’는 초속 2.5m, 시속 9km로 달릴 수 있다. 1초에 2.5m를 달리는 건 그리 빨라 보이지 않는 기록이다. 그러나 ‘길앞잡이’의 크기가 2cm라는 걸 생각해야 된다.

 

  ‘길앞잡이’의 기록을 살펴보면 1초 동안 자기 몸길이의 125배를 이동하는 것과 같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1초 동안 5배 이동하는 우사인 볼트, 20배 이동하는 치타와 견주어보면 엄청난 빠르기라는 걸 알 수 있다.


  만약 ‘길앞잡이’가 우사인 볼트나 치타처럼 덩치가 큰 동물이라면 얼마나 빨리 달리는 걸까? ‘길앞잡이’의 크기가 180cm라면 초속 225m, 시속 810km로 달릴 수 있다. KTX보다 빠르고, 여객기의 비행 속력과 비슷한 놀라운 속도로 달리는 셈이다. 지구촌 최고의 스프린터는 우사인 볼트도 치타도 아닌 바로 ‘길앞잡이’였다.  

 

  그런데 눈썹이 휘날리도록 빠르게 달리는 ‘길앞잡이’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다. 계속 달리지 못하고 멈춰 서서 자주 쉬는 거다. 마치 300~400m를 있는 힘껏 최대 속도로 달린 치타가 지쳐서 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길앞잡이’는 지치지 않았다. 다만 너무 빨리 달리다보니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아 ‘시력저하’가 찾아온 것뿐이다. 잠시 멈추어 서서 시력을 회복하고 나면 다시 먹잇감을 쫓는다.


  갑옷처럼 단단한 외골격을 갖고 있는 ‘길앞잡이’는 앞만 보고 달리는 맹수 같다. 재빨리 달려가서 나비와 나방류 유충, 달팽이, 지렁이, 작은 곤충 등의 사냥감을 순식간에 덥석 물어 사냥한다. 맹수처럼 성격도 포악해서 같은 동료까지도 잡아먹는 종내 포식도 서슴지 않는다. 
 

 ‘길앞잡이’는 비행실력도 매우 뛰어나다. 먹잇감을 찾거나 천적을 피하려고 재빨리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길앞잡이’는 넓은 초원에서 먹잇감을 향해 돌진하는 치타, 공중에서 사냥감을 향해 급강하하는 매의 실력을 두루 갖춘 자연계 최고의 사냥꾼임에 틀림없다.   

 

  ‘길앞잡이’가 그토록 빠르게 달리는 이유는 뭘까? 생존을 향한 몸부림일 뿐이다. 천적을 피하고 먹잇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뿐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뛰어가는‘길앞잡이’는 한 우물을 열심히 파는 열정을 갖고 있는 최고의 스프린터다.

 

  자연계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실력자들이 많다. 자기 몸무게의 50배 이상을 들어 올리는 최고의 역도선수 개미, 자기 몸길이의 130배를 점프하는 높이뛰기 고수 벼룩, 그리고 최고의 단거리 스프린터 ‘길앞잡이’가 있다. 이처럼 곤충은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며 살아가는 생명체다. 그 덕분에 신비로운 능력을 갖고 있는 곤충들은 스포츠과학에서 좋은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육상선수가 더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길앞잡이’를 주목해야 된다.

 

한국곤충생태연구소 소장 한영식
cafe.daum.net/edu-insect
010-6393-3589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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