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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도심 환경 지킴이 마로니에

환경/한영식의 생물콘서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1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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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콘서트 5]

아낌없이 주는 도심 환경 지킴이 마로니에

 

 

  바람이 솔솔 부는 등나무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에선 삶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온통 네모난 건물로 뒤덮인 도심 속에서 자칫 마음까지 삭막해질 수 있는 도시인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공원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고마운 휴식 공간이 된다. 공원에서 산책하며 사색하는 한적한 시간을 가지면 삶의 질 또한 한결 좋아진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공원수가 눈에 띤다. 수형이 예쁜 나무가 자라는 공원을 보고 있으면 고향에 온 듯 포근한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나무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 사람들은 팍팍한 삶에 지친 고달픔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 이렇게 일상에 지친 마음을 정돈하고 새 일을 향해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은 공원으로 향한다.

 

  공원하면 서울 동승동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마로니에 하면 보통 공원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마로니에(marronnier)는 지중해 발칸반도가 원산지인 나무 이름이다. 마로니에는 칠엽수속에 속하는 가시칠엽수와 칠엽수를 통틀어 부른다. 하지만 마로니에는 서양칠엽수라 불리는 가시칠엽수를 말하며, 일본에서 들어온 일본칠엽수를 칠엽수라 한다. 칠엽수는 손바닥 모양의 넓적한 잎을 일곱 개 갖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시칠엽수(서양칠엽수)와 칠엽수(일본칠엽수) 모두 넓적한 잎을 갖고 있어서 모습이 매우 비슷하지만, 가시칠엽수는 꽃잎이 짙은 분홍색을 띠고 열매 바깥 면에 밤송이 같은 가시를 갖고 있으며, 칠엽수는 잎 뒤에 털이 있고 열매 표면에 돌기가 없는 점이 차이점이다.

 

 

  16세기 프랑스의 켈트족이 심기 시작한 마로니에는 유럽 전체에 퍼져서 피나무, 느릅나무와 더불어 세계 3대 가로수로 인기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에는 1913년 네덜란드 공사가 고종황제에게 선물한 덕수궁의 마로니에가 가장 오래되었다. 마로니에는 목재의 무늬가 독특하고 광택이 좋아서 공예재료, 가구재, 합판재료 등으로 이용되며 열매는 약용으로 사용된다.

 

  마로니에는 웅장한 수형과 넓적한 잎을 갖고 있어서 공원수, 가로수, 녹음수,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미려한 경관을 제공하고 그늘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도심 환경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수목이어서 좋은 환경을 원하는 도시인에게 인기가 높다. 또한 마로니에는 나무가 웅장해서 자동차가 즐비한 도심의 소음도 차단해준다.

 

  마로니에는 생장이 빠른 속성수여서 새로 조성된 도심에 심으면 몇 년만 지나도 훌쩍 자라 삭막한 도심을 녹색환경도시로 바꾸어준다. 이처럼 마로니에 같은 가로수들은 녹색을 꿈꾸는 도시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공원이나 주택가에 심은 목련, 벚나무, 개나리 등은 도시인들에게 아름다운 봄이 찾아왔음을 알려준다. 은행나무, 백합나무, 양버즘나무 등은 단풍이 잘 들어서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오염의 정도에 따라 식재하는 가로수의 수종도 달라진다. 공장도로변과 같은 오염이 극심한 곳에는 오염물질 정화능력이 뛰어나고 오염에 잘 견디는 은행나무, 백합나무, 양버즘나무, 가중나무 등을 심는다. 주택가 등 오염정도가 심하지 않은 곳에는 느티나무, 오동나무, 백목련, 벚나무류, 칠엽수, 회화나무, 감나무, 때죽나무, 박태기나무, 매화나무 등을 심는다.

 

  멋진 도시일수록 아름다운 공원과 멋들어진 가로수가 있다. 즉, 아름다운 공원을 옆에 두고 있는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인 셈이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로니에는 매우 친숙한 나무이기 때문에 시와 노래에도 많이 등장한다. 파리 몽마르뜨 언덕의 칠엽수는 종종 화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며, 개선문의 마로니에에 꽃이 피면 가로수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껏 보여준다. 아름다운 나무가 많은 공원을 산책하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화려한 꽃이 피는 나무들은 눈을 즐겁게 해주고, 수형이 멋들어진 나무는 그늘을 제공해 주어 휴식 공간을 만들어준다. 도심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는 역할까지 하는 공원수와 가로수는 늘 곁에 있지만 우리가 쉽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산소 같은 정말 필요한 존재가 가로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지만 나무는 인간에게 아낌없이 주고 또 준다. 마로니에 등의 다양한 공원수와 가로수는 도시인들의 곁에서 든든하게 삶을 후원해주는 고마운 생물이다. 그들이 주는 값없는 혜택을 받은 도시인들은 즐겁고 행복하게 내일을 꿈꿀 수 있다.

 

한국곤충생태연구소 소장 한영식
cafe.daum.net/edu-insect
010-6393-3589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3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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