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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기댈 곳이 되어주세요!

교육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2. 2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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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아이들의 기댈 곳이 되어주세요!


  저는 EBS에서 주관하는 ‘교육멘토링사업’에 4년째 몸담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지역별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6년 전 경남지역 교육청과 EBS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현재는 부산, 강원, 경기 연천지역까지 확장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상은 공부에 대한 의욕이 있지만 개인적, 지역적 환경의 어려움으로 도움이 필요하거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교육소외계층 학생들입니다. 신청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오프라인 선생님과 방과 후 시간들을 통해 온라인 수입, 과목별 학습, 봉사활동 등을 함께 합니다. 저는 그 시간 중 컴퓨터 온라인 화상을 통해 학생들과 일대일로 만나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자기주도 학습법과 진로, 리더십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첫째, 자기주도 학습법을 통해 그동안 혼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시간 관리나 학교수업 잘 듣는 방법, 예습·복습법 등을 배워 스스로의 공부법을 조금씩 찾아가도록 돕습니다. 둘째, 진로수업을 통해 자신이 정말 원하고,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합니다. 셋째, 리더십 수업을 통해서는 진정한 리더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득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는 이런 활동을 통해 현재의 공교육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집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르는 법은 매우 중요한데, 기존 학교에서는 배우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바쁜 학교일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조차도 많이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13년 4월 처음 수업을 시작하던 날, 많은 긴장과 동시에 기대감으로 김해여고 첫 학생을 만났습니다. 그 당시 저는 2, 4살의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며 수업을 진행해야 되는 상황이어서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화상통신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기쁜 사실은 학생들이 직접 대면하여 수업하는 것보다 때론 더 편하게 마음 문을 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저에게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지요. 한주에 1~2회씩, 20분에서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과 한 주간 어떻게 지냈는지, 공부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지,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얼마 되지 않는 시간들이었음에도 학생들이 “1년 동안 한 것 중에 멘토링이 제일 좋았어요”, “선생님과 함께했던 게 너무 좋았고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라고 얘기해 주어서 참 고맙기도 했습니다.



  학생들 중에는 부모님이 이혼해서 제가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학생도 있었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왕따로 고민이 많던 학생 등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멘토링 시간을 통해 힘든 이야기와 함께 기뻤던 순간도 나누며, ‘우리 아이들이 누군가의 관심을 참 그리워하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새삼 놀랐던 것은 수업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가족을 참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학생들에게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에 학생들 열의 아홉은 가족을 선택했었으니까요. 그리고 드림리스트를 작성하는 시간에는 가족여행, 부모님 집 사드리기 등과 같은 항목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가족, 부모님이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임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돈을 내면서까지 자신의 학생기록부를 관리받을 뿐만 아니라, 공부법을 배우고 꿈을 설계하는 시대입니다. 교육의 격차가 경제의 격차와 거의 동일시되는 현실에서 돈을 내고 받는 수업보다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해 주고자 시작된 교육멘토링을 한다는 것이 보람도 있었지만, 부족한 나 스스로의 모습에서 아쉬움도 느낍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고,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기댈 수 있는 어른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특별히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그런 어른이 더 필요해요. 겉으로 보기에는 다 큰 것처럼 보이는 고등학생조차도 공부와 친구관계로 힘들어하고, 진로로 고민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홀로서기를 위한 준비로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고, 기댈 곳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이 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이 가족을 아주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에게서 채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잡아줄 어른들의 손이 필요합니다. 저 또한 그 어른들 중 한 사람이고 싶고, 그런 어른들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안양시 조은숙

hanchoes@gmail.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88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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