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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눈높이의 차이만 존재할 뿐......

2018년 2월호(제10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2. 1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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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세상엔 눈높이의 차이만 

존재할 뿐......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피아노를 잘 못 치는 사람을 향해 장애를 가졌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잘하는 것과 잘 못하는 것의 차이만 존재할 뿐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공부를 잘 한다고 모든 것을 다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공부로 승부를 거는 것보다 다른 것으로 성공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 잘하면 비장애인이고 못하면 장애인으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성적으로만 비교되고 공부에 대한 눈높이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무엇일까요? 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맞춰야 할 눈높이가 비장애인보다 더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지적 장애인이나 자폐성의 발달 장애인을 보면 전염병 가진 사람을 대하듯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기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더디지만 서서히 변해가는 것을 보며 이런 일에 종사하는 분들의 노력의 열매가 맺혀져 가는 것 같습니다. TV에서 특히 시각적 기억력이 좋은 자폐성향의 발달장애인들이 우체국에서 동별, 구별로 편지를 분류하는 일에 종사하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관 입구에서 안내하는 장애인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정상화’(normalization)운동이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외진 곳으로 몰아내지 않고 모두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는데, 이제 이 운동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지적장애인을 보면서 마냥 행복한 천사라고만 느낄 때가 있지요. 그러나 그들에게도 감정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거나 혹은 정반대로 이상하게 쳐다본다는 것을 바로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이들이 비장애인인 우리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장애아동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목표로 세운 것은 ‘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그들의 눈높이를 맞춰서 잘 치료해야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에게 맞춰야 할 눈높이와 비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차이에서 오는 눈높이와의 차이는 과연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에게도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대화를 해야 하듯이 비장애인들에게도 그들의 수준에 따라 눈높이에 맞춰서 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는 눈높이의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겁니다.


  이제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그냥 하나의 똑같은 인격체로 보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너무 호의적으로 그들을 대해 주는 것도 사실 그들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너무 이상하게만 대해주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일 뿐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장애인에게도 극히 정상적인 것이 있다면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적인 요소도 있다는 것입니다. 


  언어치료를 할 때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선생님이 계시는데 언제나 고개가 숙여지는 분이십니다. 지금도 장애아동과 함께 하고 있지만 장애 아동이라고 말하지 않고 ‘발달이 늦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ㅇㅇㅇ’이라고 꼭 규정하십니다. 그런 문자가 날아올 때면 참으로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그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이라는 것이 느껴져 이런 분과 함께 하는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분의 편지를 받으면 왠지 제 마음에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며 그런 선생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제게 작은 기쁨이 됩니다.


부산광역시 김연숙
succes03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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