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시작은 항상 즐거운 상상에 있다” - 미야자키 하야오

[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12]

“미래의 시작은 항상 즐거운 상상에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엄마가 하늘나라에 올라갔어요.

  “엄마가 아파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셨어요. 엄마는 몸에 열이 많이 나서 내가 수건을 찬물에 적셔 엄마의 이마에 올려 주었지요. 엄마가 목이 마르다고 해서 물을 가져다주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하늘나라에 올라갔어요. 하늘에서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하셨어요.

  지금 엄마는 새엄마예요. 새엄마는 나빠요. 친엄마가 보고 싶어요. 근데, 하늘에서 나를 보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우리 센터의 귀염둥이 시연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그 날 저녁 시연이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시연이의 엄마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시연이의 엄마는 그 이야기와는 다르게 아주 건강하고 행복한 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상상을 합니다. 때론 어른들로부터 공상, 망상,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상상은 언제나 재미있죠. 아이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섞어 담기 시작하죠. 시연이의 경우처럼, 저희 선생님들 모두가 깜빡 속아 넘어가기도 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5살 아이가 엄마의 죽음에 관해 무덤덤하게 이야기해 나가는 모습에 여러 선생님들이 정말 눈물을 참으며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니까요. 

아이들 상상력의 표현을 거짓말로 이해하지 마세요.

  그럼, 상상과 거짓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그저 그 무엇이 되고 싶거나, 혹은 하고 싶어서, 또는 어느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은 마음의 바람일 수 있고, 미래의 꿈일 수 있으며, 혼자만의 놀이일 수도 있습니다. 결코 무엇인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거짓말이 아닙니다. 어릴 적 상상에 있어서 나름 일가견이 있던 저 또한 혼자만의 시간에 가장 재미있게 놀았던 놀이는 바로 ‘상상하기’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상상 중에 하나는 지금의 ‘케이블 TV’ 방송이었습니다. 채널권이 전혀 없던 저로서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을 시간에 ‘하루 종일 만화만 하는 채널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하면서, 심지어 TV편성표까지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책을 많이 볼 수 없었던 어릴 적의 궁금증을 나만의 방식으로 상상하고 스토리로 만들어 적어 두기도 했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시연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너무 좋았던 저는 호기심을 다 채울 방법이 없어서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상상놀이’였고, 이것은 지금도 저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미래의 시작은 항상 즐거운 상상에 있다’ -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한 이야기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미래의 시작은 항상 즐거운 상상에 있다.” ‘상상’에 대한 가장 완벽한 정의가 아닐까요?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모든 일의 시작은 항상 ‘상상’에서 시작합니다. 운동선수들이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과 비슷하며 일종의 ‘시뮬레이션’simulation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미리 상상으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실제 문제를 만났을 때는 훨씬 적응이 쉽고 해답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겁니다. ‘즐겁게 상상하기’는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소중한 경험이자 ‘삶의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틀이 없는 상상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생각으로’, ‘아이들의 입장에서’ 등등을 말하지만 사실 실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이 너무 오래 되어서 그럴까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난점은 아이들을 이해하려고만 하는데서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공식에서처럼 말이죠. 그렇지 않고 아이들과 같이 상상을 펼쳐가 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존재하지 않은 세상도 만들어 보고, 세상에 없는 물건도 뚝딱 제작해 보는 일은 상상 속에서는 다 가능하니까요. 과학적이거나 알고 있는 지식의 틀을 따르는 것이 아닌, 비과학적이며 지식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수도 있는 그런 상상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하는 상상은 이러한 ‘틀이 없는 상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아이들과 어른들의 차이는 여기에 드러납니다. 생각의 틀이 없는 자유로운 상상과 틀에 갇힌 상상과의 차이 말입니다. 물론 쓸데없는 ‘공상’ ‘망상’쯤으로 여겨서 그렇게 보내는 것을 시간 낭비라 여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소중한 미래의 시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상상과 꿈을 키워가고 좀 더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어른인 우리부터 상상의 나래를 과감하게 펼쳐보면 어떨까요?

  상상력은 아이들이 자라는 데 가장 중요한 영양성분입니다. 어릴 적 너무 많은 사실을 아는 것은 상상력 증진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엄청난 지식을 제공하는 디지털 기기들이 아이들의 상상력 증진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보고를 자주 접하게 되니 더욱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동심 파괴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보자구요.

  “산타할아버지와 외계인은 진짜 존재합니다!!!”

크래들코리아 ‘책읽어주는 도서관’ 조한상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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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10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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