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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바라성에서 만난 일본

여행/일본 규슈 공동체여행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6. 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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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바라성 방문기]

시마바라성에서 만난 일본

 

 

  일주일간의 여정으로 일본 나가사키를 여행한지 여섯째 날, 날마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일본인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오히려 한국인들보다 더 순수한 모습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우리나라를 침략한 존재들은 어디 있는 거야?! 이렇게 역사와 현실 사이를 넘나들며 찾은 곳은 나가사키현 시마바라시에 있는 시마바라성이었습니다.

 

  시마바라성은 메이지 시대인 1871년 민가에게 매각되고 해체되었지만, 1960년 서쪽 3층 성루를 시작으로 복원되었습니다. 그중 천수각(성의 상징적인 중심 건물)은 5층 5단으로 현재는 역사자료관으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무사의 옷차림을 한 도우미들의 안내로 천수각 1층에 들어서니 예상치 못한 사진들과 물품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는데 일명 ‘크리스천(로마교) 역사자료관’이었습니다. 1637년 아마쿠사 시로가 이끄는 3만 7천명의 크리스천이 시마바라 마쓰쿠라번주의 크리스천 탄압에 맞서 무장봉기를 일으킨‘시마바라의 난’을 이야기한 자료였습니다. 특히 크리스천들에게 가한 고문과 박해에 대한 장면을 상세한 그림들과 글로 전시해 놓았죠. 여행을 준비하며 다 같이 보았던, 2017년 초 개봉한 영화‘사일런스(Silence)’에서도 보았던 장면들이 겹쳐졌었지요. 

 

 

  2층은 성주의 갑옷들과 검 등 영주와 시마바라성의 문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비롯해 머리에 쓰는 투구, 온 몸엔 무거운 보호 장구로 감쌀 수 있었죠. 제 눈앞에 펼쳐진 무장 갑옷은 조금 괴기스러운 모양새였습니다. 임진왜란 때 바로 이 무장 갑옷을 입고 쳐들어온 일본군을 맞이했을 조선군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잠시 상상해 보았지요. 

 

  전시장 내에서는 시마바라시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대형 재난을 알려주는 전시물도 있었습니다. 225년 전인 1792년 5 월21일에 굉음과 함께 덮친 대지진으로 마유야마 산이 갑자기 붕괴하여, 집과 논밭을 덮고 아리아케해 쪽으로 무너졌습니다. 그 충격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하고, 다시 돌아온 파도로 시마바라 반도의 연안 18개 마을을 덮쳐 사상자 약 1만 5천명을 낸 지진재해라고 합니다. 전시된 그림을 통해 일본인들이 겪었을 고통과 두려움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천수각에서의 또 다른 볼거리는 5층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시마바라시의 전경입니다. 성을 빙 둘러 내려앉은 나지막하고 촘촘한 수많은 가옥들과 함께 시마바라 반도 동쪽에 위치한 바다 건너의 구마모토와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아소산도 저멀리로 볼 수 있었습니다.

 

  천수각을 빠져나오면 또 하나의 작품전시실이 있는데 그곳에 나가사키 원폭평화공원내 대형 평화기념상과 똑같은 작품이 있었죠. 바로 일본 조소계의 거장으로 이 고장 출신 예술가인 ‘세이보’씨의 작품이었답니다. 80세를 축하하며 그의 작품 60점을 전시하고 있던 곳이죠.

 

  시마바라성에서 전시된 자연재해, 크리스천의 탄압과 그에 대항한 민중들, 그리고 성과 무사들의 기록, 여러 일본인의 예술을 만나면서 제국주의 침략자로서의 일본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누적된 일본인의 힘겨움과 고통의 역사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역사여행을 통해 누구에 의해 들은 지식이 아닌, 제가 직접 찾아간 지식으로 무엇보다 제 자신에게 힘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함순덕

dan6119@naver.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92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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