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 연구소 - 가족문화 칼럼 16]
가족의 다른 이름, 함께 밥을 먹는 사람 , “식구食口”
어느 유치원에서 열렸던 가족문화 강의를 마친 후, 한 어머님께서 제게 다가와 걱정어린 표정으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식사시간에는 조용히 밥 먹는게 예절이라고 생각해서 아이의 말을 막았어요. 괜찮을까요?”
한국사회에서 ‘식사’는 한 끼를 때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밥 한 끼 함께 나누는 것으로 관계를 출발해서 나중에 매일 한 집에서 밥을 같이 해먹는 사람이 되기도 하지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삶을 나누는 시간으로써 식사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가족간의 식사는 어떨까요? 한국아동발달연구소 한춘근 소장은 “가족식사는 가족이라는 개념과 그 유산과 신뢰로 맺어진 공동체를 인식하고 가족애를 강화하는 기회다”라고 이야기했지요. 이렇게 가족식사는 좋아하는 사람과 관계를 시작하는 계기와 가족애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가족의 식사시간은 어떤가요? 가족만의 특별한 문화가 그 속에 있나요?
지금부터는 저희 가족의 식사문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매일 저녁 식탁에서는 두 딸이 늘어놓는 이야기 주머니 덕분에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엄마, 오늘은 나영이가...”, “엄마, 나 좀 봐봐!! 웃기지?” 이게 그 유명한 하브루타 토론(유대인의 전통적 학습방법)은 아닐지는 모르지만, 가족이 즐거운 대화로 식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누리며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아이들 모습을 함께 보고 있자니 저도 절로 웃음이 나는 시간이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1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직 밥그릇의 반도 못 비워낸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푹 하고 나옵니다. “얘들아, 이제 그만 말하고 밥 좀 먹자!” 짜증 섞인 말투로 아이들을 채근하지요. 처음에는 제가 숟가락을 쥐고 입에 떠먹이기도 해서 정해진 식사시간이 지나면 밥상을 정리해서 아이들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지요. 그래서 식사시간 중에는 아예 대화를 하지 못하도록 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나 저도 마음이 편안한 방법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1) 정해진 시간 내에 2) 식사를 모두 마칠 수 있으면서도 3) 가족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방법 말이죠.
해답은 ‘관점을 바꾸는 것’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말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말을 하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집 가족식사 이야기놀이
1. 매식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 주제를 정한다.
2. 종이에 크게 적어 식탁 앞 잘 보이는 곳에 붙인다.
3. ‘규칙’에 대한 설명
밥을 한 숟가락 먹은 사람만 발언권이 있다!!
밥을 모두 씹은 후에 손을 들어 순서를 배정받는다.
또 다른 얘기를 이어가고 싶다면 밥 한 숟가락
(응용편)
아빠 엄마가 퀴즈를 내면 밥 한 숟가락을 다 먹은 사람만이 정답을 맞출 수 있다.
이런 가족식사 이야기 놀이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가족 모두가 전에는 몰랐던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고, 아이들이 어떤 주제에 흥미를 가지는지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식사시간이 크게 줄었습니다. 언니 동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밥 한 숟가락을 크게 물고 손을 들어 순서를 기다리지요. 어느 날은 시작한 지 5분도 안되어서 식사가 끝나기도 했었습니다.
전통적 밥상머리 예절과 유대인의 하브루타식 식사교육은 분명 예절과 토론습관을 익히는데 효과적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성과들이 몸에 배어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머물고 싶은 즐거운 식사시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 가족이 바라는 식탁의 모습은 어떤 것일지에 대해 먼저 상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 바라는 모습에 재미를 더하는 방법을 덧붙인다면 그것이 곧 우리 가족만의 식사문화로 자리잡아가게 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즐거운 식사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더불어 가족회의를 진행하고 계시거나 진행해본 경험이 있으신 가족들의 이야기도 환영합니다. 메일을 보내주시는 분들 중 한 가족을 선정해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10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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