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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위한 응급처치

2018년 2월호(제10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2. 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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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디자인하기]

내 마음을 위한 응급처치


  안녕하세요 저는 ‘멘탈경험디자인 MUX’의 대표 ‘조명국’입니다. ‘멘탈경험디자인’이란 마음을 디자인의 대상으로 보고 상품과 서비스처럼 디자인한다는 의미가 담긴 말인데요. 대학시절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 중 ‘디자인 사고방식’(관행을 벗어나서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것을 중심으로 사고)이라는 개념이 제 마음에 꽂혔고, 그때부터 ‘디자인’과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게 되었지요. 사람의 마음도 디자인하듯이 불편점을 개선해 더 낫게 기능하도록 하여 이런 마음을 통한 경험을 좋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해서 여러 시도를 해 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다양한 분들과 주로 ‘자존감’과 ‘자기알기’를 주제로 상담해왔으며, 현대 심리학을 좀 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협업(콜라보)을 늘리려고 합니다. 



‘멘탈경험디자인’의 시작

  회사생활을 1년 정도 해 보았는데 전반기는 괜찮았지요. 나름 인턴을 거쳐 신입사원을 지나면서 최종 결과에 사용될 문서를 나름으로 직접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업무는 병원에서 사용될 물류로봇을 다루는 프로젝트였는데, 디자인의 비전공생인 제가 일러스트레이터를 다룰 줄 알고 3D 모델링도 할 줄 알았던 것이 보고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고 그렇게 회사에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열중했더랬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심리학과 졸업생으로서의 정체성은 잊고 살고 있을 때였는데, TED의 심리학 관련 강연들이 그 정체성을 조금은 유지하게 만들어주었지요. 그 중 당시에 주목한 강연의 이름은 ‘Why We All Need to Practice Emotional First Aid’(왜 우리 모두는 감정의 응급처치를 연습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을 때에는 물리적 상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응급처치가 필요하다는 주제였습니다. 당시에는 ‘흠 괜찮은 이론이네’하고 넘겼지요.


  그러나 저의 회사생활은 늘 좋지만은 않게 되었습니다. 첫 해의 후반기가 너무도 힘들었던 겁니다. 서울시와 관련한 프로젝트였는데, 프로젝트 특성상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업무량이 많았고 업무의 특성은 다채로웠으며 정말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었습니다. 기존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집중력을 갖고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사용되었던 능력은 기본으로 하되, 외부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연락하고, 연결하고, 아이디어를 짜는 등의 일을 해내야 하였지요. 하지만 저의 체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가운데 일의 양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기존에 발생한 문제를 수습해 시정하기도 전에 새로운 일이 터지면서 계속 비판받는 일이 반복되었고, 이로 인해 자존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사귀고 있던 사람과의 관계도 안 좋아져서 2주 연속되는 야근하는 상황 속에서 회의 중간에 나와 전화로 헤어지고 마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연애도 잘 안되고, 몸도 성치 않고, 무엇보다도 멘탈까지 무너져 가고 있었지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후에 우연히 다시 위에서 말한 TED 강의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보았던 것과 같은 강연이었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르게 저에게 다가왔지요. 회사를 잘 다니고 있을 때에는 ‘흠 괜찮은 이론이네’했던 강연이 제가 어려울 때에는 저에게 한줄기 빛이 되었습니다. 이 강연을 통해 당시 제가 빠졌던 자존감 하락은 ‘거부 감정’때문이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일에 대해서 계속 비판만 받다 보니 저 자신이 거부당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로 인해 제 자존감이 크게 하락했던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난 뒤에는 이 분야에 대해서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TED에서 강연할 정도의 유명인이라면 분명 단행본 몇 개는 썼으리라고 생각해서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도 ‘Emotional First Aid’의 개념을 다룬 책이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마침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이 제목은 출판사가 임의로 붙인 것으로, 오히려 부제로 표현된 ‘내 마음을 위한 응급처치’가 더 좋은 것입니다.


나를 알아가기

  저를 찾아오는 분들 중 자신이 가진 고유한 특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분들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얼핏 아무 특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만이 가진 특성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지요. 그런 분들은 심지어 무언가를 잘 해도 ‘그 정도 잘하는 건 잘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이는 낮은 자존감 때문에 오히려 판단기준이 너무 높아진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거지요. ‘남들이 보기에 이 정도는 되어야’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는’으로 생각의 전환이 요구되는 건데,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존감 컨설팅을 했던 첫째 내담자에 대한 기억이 참으로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분은 남의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에 열심히 하다가도 아주 약간의 거부나 반대에 부딪히면 바로 무너지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좌절도 많이 하고 결국 자기 탓을 많이 하셨던 분이죠. 호기심과 실행력은 강한 편이라 이런저런 시도를 하던 중에 저를 만났고 컨설팅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자존감 상담과는 달리 ‘자존감 컨설팅’은 4주 동안 상담과 과제를 이어가는 것이 특징인데, 마무리될 즈음에는 제가 가장 기대했던, 그리고 내담자가 찾아야할 원래 자리를 찾게 된 행복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목표로 한 것은 한 개인이 남들의 시선이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주체성을 갖는 것인데 이 분은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 냈던 거지요. 진행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일 정도였고, 과거의 ‘나’와 화해하고 스스로에게 위로와 응원을 해주는 방법을 습득했습니다. 컨설팅이 끝날 무렵에는 주체성을 많이 회복해서 심지어 제 일에도 조언과 의견을 주실 정도가 되었습니다. 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어떤 점이 달라진 것 같냐는 질문에 ‘암초를 만났을 때 대응하는 것이 달라졌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전에는 작은 반대에도 좌절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입장을 상대에게 이야기하면서 남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고 합니다. 끝으로 ‘자신을 믿게 되었다’라고 했던 말은 아직도 제 인상에 많이 남습니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주체적 삶’입니다. 우리는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나를 위한 선택은 무엇이지?”라고 말이죠. 남을 위해서 혹은 남의 기준에 맞춰서 살아가다보면, 하루하루가 생기가 없고 공허한 느낌만 들 것입니다. 이제라도 자신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말을 들어보실래요? 그 목소리를 듣고 현명하게 앞으로 나아간다면 삶이 한층 더 밝고 즐거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저자
심리학 팟캐스트 ‘심리학 X’패널 
MUX 대표 조명국 | 010-9945-9051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10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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