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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조각한 니키 드 생팔 전시회

2018년 8월호(제10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8. 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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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다녀와서]


자신의 삶을 조각한 니키 드 생팔 전시회


 너무 풍성하다 못해, 우람한 몸매! 알록달록한 비키니! 밀로의 비너스를 닮은 듯 잘려진 두 팔, 하지만 조금의 조신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하체! 더 놀라운 것은 가느다란 받침대 하나에 그 몸을 싣고 있는데도 전혀 불안하지 않은! 오히려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 자유로운 여인!


 전시회 티켓 속에서 처음 만난 ‘나나’의 모습입니다. 그 모습이 약간은 불편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자꾸 보면 사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처롭기도 한,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독특한 이 작품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프랑스 1930~2002년)의 대표작입니다. 


 ‘나나’가 이렇게 다양한, 특별히 상반되는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작가인 니키 드 생팔(이후로 17살 때부터 불리기 시작한 이름,‘니키’로 표기)의 작품들이 대부분 치열한 투쟁-자신에게 고통을 준 존재, 억압적인 사회의 통념과 규범,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벌인-의 정직한 결과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니키는 어두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어두움은 엄마뱃속부터 시작되었는데, 바람둥이 아버지는 니키를 임신한 엄마 몰래 바람을 피웠고, 차갑고 냉소적이며 신경질적이기까지 한 엄마의 남편을 향한 증오는 자연스럽게 뱃속 니키를 향한 원망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태어나자마자 프랑스 전역에 밀어닥친 경제적 위기로 부모님과 3년 동안 떨어져 살아야 했던 것,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으나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강제로 먹일 정도로 엄격하고 폭력적인 엄마 밑에서 늘 불안함 가운데 지낸 것, 11살 때는 아버지로부터 성적인 학대를 받는 충격적인 사건은 어린 니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틀림없었습니다. 이러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유년기를 보내면서 니키는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청소년기를 보내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유를 찾아 18살의 이른 나이에 도피하듯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지만 여전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아내와 엄마로서의 굴레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끝내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에 이릅니다. 이곳에서 그녀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미술을 매달리고, 이때부터 하나씩 하나씩 자신 안의 어두움을 극복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녀의 두 형제가 그랬던 것처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니키의 작품들은 자신을 괴롭힌 외부의 대상을 극복하고(사격회화), ‘나나’로 대표되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소중한 사람들(팅겔리와 요코)과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성숙해 갔으며, 마침내 자신이 경험한 예술의 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타로공원) 순서로 섹션을 구성해 전시함으로써 한 작가의 삶과 작품의 발전을 잘 드러낸 것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고도 과감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표현력이었습니다. 이것은 초기 작품인 ‘붉은 마녀’(1963)에서뿐 아니라, 비교적 후기의 작품인 ‘영혼의 자화상’(1982)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이러한 진지하고도 정직한 자기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있었기에 재료가 주는 가벼움과 유치해 보이기까지 한 색깔과 희극적 작품의 형태들 속에서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다양한 요소들(불안, 기쁨, 좌절, 희망 등)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1970년 작품인 ‘거대한 얼굴’은 보는 각도에 따라 슬픔과 기쁨의 공존을 보여주는데, 앞서 말한 니키 작품의 특징 뿐 아니라, 평면이 아닌 조각이 갖는 매력을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그녀의 작품이 전반적으로 여성적인 형태와 색상을 사용했다 할지라도, 단순히 여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대 남성작가들과 어깨를 견주었던 작가로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역경을 극복한 한 인간으로서 니키의 작품은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삶과 작품이 일치하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것은 피카소와 같은 거장의 예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회는 니키의 일본인 친구였던 ‘요코 마즈다’가 수집한 작품을 전시한 것이기에, 다른 각도에서 니키를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폭이 제한되어 있는 것이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니키의 작품이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는다 해도, 동양의 섬나라 일본의 한 여성의 시각과 선호도에 맞춘 컬렉션이기에 작품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니키의 삶에서 아버지 못지않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저의 생각에) 엄마를 주제로 한 ‘잡아먹는 엄마’(Devouring Mothers, 1970) 연작 등은 니키를 페미니스트 작가로 보려고 하는 단순한 접근을 막아 줄 뿐 아니라, 니키의 작품과 그 한계를 살펴보는데 새로운 각도를 제공하지 않을까 합니다.


뜨거운 여름, 태양보다 더 뜨거운 삶과 작품을 남긴 니키 드 생팔의 전시회에서 정직한 작가의 삶과 작품으로 문화가 있는 피서를 떠나 보심은 어떨지요? 에어컨도 아주 빵빵하더라고요.


경기도 군포시 고종훈

dyl815@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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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happytownculturestory.tistory.com/328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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