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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잠식당한 우리의 미래

2019년 10월호(12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2. 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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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거울로 보는 미래사회 1] 

SNS에 잠식당한 우리의 미래

 

여러분은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지낼 수 있으세요?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는요?
필요할 때만 실행해서 사용하던 것들이 이제는 항시 연결되어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듯합니다. 수십 개의 단톡방을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며 쉴 새 없이 암호 같은 단문들을 날려댑니다. 그리고는 예전 같으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전 세계 사건들을 아래위로 쑥쑥 훑으면서 갈무리하고 지나갑니다. 관심사가 같은 해시태그를 따라 이집 저집 다니면서 먹음직, 보암직, 탐스럽기만 한 예쁜 것들의 사진에 부러움 반, 질투 반으로 습관적으로 하트를 날리며 서로의 관심을 표현합니다. 그것도 부족해 짧고 자극적인 눈요깃거리 영상을 시리즈로 보면서 혼자 깔깔깔 웃습니다. 이렇게 생각 없이 즐기는 사이 우리의 시간도 삶도 흘러갑니다. 이젠 평범한 일상처럼 느껴지는 이들 서비스가 우리를 어떤 미래로 안내할까요?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과 디지털에 노출된 인간들이 점차 기억력과 사고능력을 잃어가는 불행한 미래에 대해 경고합니다. 겉으로는 멀티태스킹, 빠른 결정,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는 집중력, 기억력, 사색하는 능력을 점차 상실하여 지적으로 퇴화하게 될 것이라 예견합니다. 인쇄술의 발달로 소수 지배계층의 특권이었던 글에서 지혜를 얻는 것이 일반 보통 사람에게도 허락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 특히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간들이 스스로 이런 특권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최근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시리즈 5에서는 SNS가 가져올 미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들판 한가운데서 벌어진 인질극. 경찰이 출동하고 곧이어 방송사도 헬기까지 동원하며 실시간 중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인질극을 벌인 주인공은 얼마 전 자동차 사고로 약혼녀를 잃은 한 남자. 그는 인질이 다니는 직장 CEO와의 통화를 고집합니다. 그 CEO는 다름 아닌 얼마 전 자동차 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SNS 서비스를 개발한 사람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운전 중에 잠시 SNS 알림 메시지를 확인하다 그만 사고가 나 약혼녀를 잃은 것이지요. 주인공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SNS와 함께 할 만큼 열심인 사용자였습니다. 

 

검은 거울로 보는 미래사회

경찰은 인질극을 벌인 주인공이 누군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충동적인 범행으로 돈을 뜯어낼 목적이라 쉽게 단정합니다. 하지만, SNS 회사에서는 인질극을 벌인 주인공이 누구인지, 그동안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고, 돈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주인공의 SNS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 헛 다리 짚고 있는 경찰들에게 보란 듯이 제공합니다. 한 술 더 떠서 SNS의 배경음 청취 기능을 통해 인질극 상황을 도청하며 주인공의 의도와 정황들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냅니다. 이에 비해 경찰들이 가진 정보력과 판단력은 너무도 초라해서 대조적입니다. TV 방송국 또한 헬기까지 띄워가며 애써보지만,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지는 뉴스 앞에서는 한낱 엑스트라에 불과합니다. SNS 서비스 안에서 절대자처럼 막강한 권력을 가진 CEO는 모든 사용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가질 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SNS에 중독되도록 하기 위해 전담팀을 두어 연구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점차 거대해진 서비스를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고백합니다. 자신도 가끔 디지털 디톡스(detox)를 위해 먼 미국 땅 오지까지 날아가서 SNS를 비롯한 모든 연락을 끊고 명상 수행을 합니다. 주인공은 SNS서비스를 개발한 CEO에게 자신이 약혼자를 죽게 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는 원인이 SNS가 아니라 자신이라 자책하면서 마치 신에게 부탁이라도 하듯 다음 서비스 업그레이드 시 참고해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자살의 길을 택합니다. 비극적인 사건의 결말이 SNS를 통해서 일제히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SNS 사용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만 또 다른 하나의 흔하고 흔한 사건처럼 휙~ 갈무리하고 원래 일로 돌아갑니다. 주인공과 통화한 CEO 역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디톡스 수행에 들어가지요.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쓴 스콧 갤러웨어 교수는 오늘날 미디어를 과점하는 SNS들은 중독을 일으켜 사용자들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우리를 미디어라 부르지 마라. 플랫폼일 뿐이다!'라는 사회적 무책임을 주장하며 사악한 독재자나 권력층의 가짜 뉴스를 교묘히 생산해 유통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장차 인류의 가장 큰 미디어가 우리를 그 옛날 원시 사회처럼 동굴 벽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지도 모른다면서요. 
드라마의 마지막에는 이런 아이러니한 모습을 풍자라도 하듯 <Can’t take my eyes off you: 난 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라는 유명한 곡이 엔딩곡으로 흐릅니다.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데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서비스. 내가 누구이고, 왜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끊임없이 본능을 자극하는 서비스. 이 서비스에 잠식당한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고서야 후회할지 모릅니다. 언젠가는 사고능력을 상실해 피상적이고 본능으로 돌아간 우리 자신을 보며, 뭐가 잘못되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한 채 말입니다.

 

주식회사 첼렘 대표 추광재
calebchoo@tselem.kr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1>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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