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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워라밸은 어떻습니까?

2019년 10월호(12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2. 1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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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ive & prospective 23]

당신의 워라밸은 어떻습니까?

 

요즘은 참 신조어가 많이 나오는 세상입니다. 그 중에서 워라벨(Work-Life balance)은 수많은 직장인들의 호응을 얻으며 이젠 일상어까지 된 듯합니다.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앞두고 언론사가 조사한 통계를 보면 2019년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은 공무원 또는 IT 업종이라고 합니다.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IT 업종을 선호하는 이유를 살펴보니, IT 분야의 자율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IT 업종은 업무 강도는 높으나 직원 복지가 좋고 무엇보다도 일을 하는 장소의 구애를 가장 적게 받는 분야라서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심지어 일주일에 최소한만 출근하면 어느 곳에서 근무하든 상관없습니다. 이들에게 일의 의미, 일과 개인생활 간의 균형 등은 20~30년 전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들과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요즘 신세대인 Z세대에게 ‘워라벨’이란 퇴근 후 개인의 행복은 물론 일하는 시간과 장소까지도 자율성이 보장될 때를 최고치로 여기는 모양입니다.
몇 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갔을 때 제가 눈여겨보았던 것은 전 세계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공유 오피스에서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는 용어가 바로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자유롭게, 그러나 집중도 있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를 그때 처음 보았는데 그 운영자는 사무실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업무이지만, 그 사무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각종 세미나, 요가 강좌, 강의 등도 기획하는 것을 보고 곧 우리나라에도 공유 오피스 바람이 불겠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패스트 파이브, 위 워크 등 지금 서울에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공유오피스들이 호황 중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젊은이들의 취향이 잘 반영된 일하는 모습의 변화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변한다고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 하고 싶은 일에 부여된 의미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아버지 세대는 그 의미를 성실하게 회사에 충성하는 것으로 증명했던 것이고, 지금은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하는 공간 안에서의 증명 보다는 일의 성과, 자신의 행복 등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일의 본질일 것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일을 하던 그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고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은 공통된 바람입니다. 지금은 19세기 가치관이 지배하는 회사에서 20세기 선배들과 21세기 후배들이 함께 일하는 시대입니다. 특히 요즘은 회사가 제1의 목표도 아닐뿐더러 퇴근 이후 자신이 몰두하는 일에서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껴 그 에너지로 회사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가치관의 개념과 도덕의 종류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동료애를 느끼며 자기 일에 대한 가치를 찾아가고 싶다면, 나의 생각과 방법만을 주장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나 방식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저 또한 실제로 많은 부서원들을 이끌며 일을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그들을 더 즐겁게 출근하게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그래서 제가 택한 방법은 본인의 업무에 지장만 주지 않는다면 그 외 하고 싶은 일이나 받고 싶은 교육 등을 전적으로 응원하며 지원해줍니다. 업무 외 하고 있는 활동이 나의 부서원들에게 기쁨을 주고 에너지를 준다면, 그것이 부서의 목표를 함께 채워나가는 우리 일에 정신적으로 도움 된다면 비록 회사일과 상관없어 보일지라도 부서원의 활동에 부정적일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저의 방법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없이 봄,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요즘 나의 일과 생활의 밸런스, ‘워라밸’은 어떤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일에 대한 의미와 가치관은 아마도 내 아버지와 Z세대의 중간 어디쯤인 것 같습니다.
억지로 일을 핑계로 권위를 내세우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시스템을 무시한 방만한 자유를 요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옆 사람, 앞뒤 사람들과 보폭을 맞추다 보면 우리가 가려고 했던 저 산의 정상에 다달아 있지 않을까요?

 

예술의 전당 교육사업부장 손미정
mirha2000@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0>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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