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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봄이 왔어요♪~♬

2020년 5월호(12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6. 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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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봄이 왔어요♪~♬

 

 

초등학교 근처도 못가고 1학년을 맞이하다
전국이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이 엄습해 올 시점에 우리는 공교롭게 이사를 하게 되었다. 오래되고 낡은 집에 이제는 작별 인사를 할 때가 되었고, 마침 8살 된 아이의 초등학교 근처로 우리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예비되어 있었다. 새로운 집, 새로운 방에 아이의 첫 책상을 마련해 주었다. 이쯤 되면 엄마도 아이도 설렌다. 새로 꾸며진 자기만의 방 그리고 책상을 탐색하느라고 아이의 눈이 바빠진다. 엄마도 한껏 부푼 마음으로 넘칠수록 좋은 아이의 흥분된 반응을 기다린다. 그러다 한쪽에 고이 접어놓은 옷들 그리고 그 옆 빈 가방이 눈길을 끈다. 새로움에 대한 가벼운 기대와 첫 설렘이 점점 사라지고 빛바랜 사진처럼 퇴색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에 조심스레 묻는다.
“성재야, 멋진 옷 입고 성재가 직접 고른 새 가방 메고 학교선생님, 친구들 만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어쩌나…많이 속상하지? 괜…찮아?”
“응, 코로나가 빨리 사라지면 좋겠어! 마스크 써야 해서 답답해. 마트에도 못 가잖아! 그리고 방학도 짧아지잖아” 굉장히 불행한 얼굴을 하고 답변한다. 그러다 곧이어, “대신! 엄마랑 놀고 아빠랑 놀고, 할머니 집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랑 또 놀잖아. 물론 학교에 가는 것도 좋지만 학교에서는 간식으로 우유만 먹어야 하잖아.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나는 더 놀고 싶은데… 그래서 이렇게 지내다가 6학년 졸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다 좋아!”라며 활짝 웃는다.


새 옷, 책가방 메고 집 앞 나들이
온라인 개학을 맞이하여 교과서 배부가 이루어진다. 드라이브 스루로 학교 정문에서 담임선생님과 서로 마스크를 쓰고 첫 대면 인사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진풍경이다. 입학을 축하한다고 예쁜 꽃 선물을 건네신다. 힘든 시기에 이런 배려 있는 선물, 마음 하나하나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어떤 선생님은 원로교사로서 처음으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어 매우 기쁜 마음에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줄 화분을 준비했다고 한다. 햇빛을 쬐이고 때에 따라 물을 주며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레 생명의 신비로움과 생명을 돌보는 기쁨을 느끼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리라. 그런데 예정된 시기에 만나지 못하니 학생들 수만큼 많은 화분들에 일일이 물을 주랴, 업무일 처리하랴 한동안 바쁘게 지내었다고 한다. 웃지 못 할 일이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동네의 한 할머니는 새 가방, 새로 산 옷을 입지 못하여 투덜거리는 아이를 위해 아이에게 새 옷을 입히고 책가방을 메우고 집 앞 나들이를 간다고 한다.   


택배기사님 감사합니다!
엄마인 나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가끔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 킥보드로 아이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어 본다. 그날도 나가려고 굳게 닫힌 현관문을 열었는데 “앗! 과자다! 맛있겠다! 먹고 싶다”하는 아이의 깜짝 놀라는 외침을 따라 눈길을 돌려보니, 바로 우리 옆집 문 앞에 한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쿠키, 젤리 그리고 미니 초콜릿 두 어 개가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과자선물이 여러 개였다. 각각의 선물 위에는 메모지가 보인다.
“택배기사님,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 하나씩 가져가세요^^”

코로나19라는 난해한 벽 앞에 우리는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렇듯 우리는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따뜻한 온기를 품고, 배려하며 위로하며 잔잔한 미소와 웃음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알록달록 향기로운 꽃들이 곳곳에 만발해 있다. 해마다 가는 봄꽃 나들이를 이번에는 할 수가 없지만, 보라! 집 앞의 꽃들만으로도 족하다. 거리거리 즐비하게 아름드리 피어있는 각각의 꽃들이 수줍은 몸짓으로 봄소식을 전해온다. 


우리 가족 구호
매서운 추위의 한겨울도 지나가고 쌀쌀함의 진수를 보여 주었던 꽃샘추위마저 잠잠해진 5월의 따뜻한 봄날이다! 도저히 움틀 것 같지 않았던 메마른 나뭇가지에도 빼꼼이 얼굴을 들이미는 연한 초록의 새싹들이 보인다. 우리의 아프고 상처로 얼룩진 몸과 마음도 5월의 싱그러움과 함께 사랑의 햇살을 받아 회복되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 가족이 서로 부둥켜안으며 외치는 구호가 있다.
“We are 빼밀리(family)!! We are 빼밀리(family)!!”
크게 소리내어 외치고는 마주보며 깔깔깔 웃는다. 짧지만 이런 유쾌한 시간들이 다시 하루를 살 수 있게끔 하는 힘을 내어준다. 오늘 나는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다시 외치고 싶다.
“We are all 빼밀리(family)!! We are all 빼밀리(family)!!”
우리는 모두 가족이다. 다 함께 가족이다! 

 

 

5월의 푸르른 봄을 우리 모두 노래하다
청주에서 이윤주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7>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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