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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보이시나요?

2021년 6월호(14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6. 1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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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7]

 

무엇이 보이시나요?

 

얼마 전 지인과 함께 프랑스의 뛰어난 색채화가로 알려진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도슨트 설명을 듣기 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1시간 일찍 도착해 천천히 그림을 음미했습니다. 그림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그저 ‘색감이 좋다, 보면서 이런 기분과 느낌을 받았다.’정도만 지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도슨트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시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했던 그림은 아니지만 지금 보여드리는 마티스의 그림은 인간의 마음과 그것이 연결된 그림에 대해 깊게 고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47년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마티스의 그림을 10초간 응시해 보시겠어요? 차분히 마음의 눈으로 그림을 들여다보세요. 무엇이 보이세요? (그림의 제목은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그림이 격렬하게 싸우는 라이벌의 줄다리기 혹은 힘겨루기 같았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남자분이 임산부 같아 보인다는 겁니다. 또 남자와 여자가 춤을 추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 분도 있었습니다. ‘같은 그림을 보는데 어떻게 이렇게 각기 다른 생각을 할까?’ 참 신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슨트도 “우리는 많이 다르죠?”라고 웃으며 얼마 전 음대생들이 다녀갔는데 다들 음표가 보인다고 했다는 겁니다. 전 아무리 뜯어봐도 음표는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각각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따라 떠오르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에 역시 그림은‘내 마음의 이미지 즉 심상’의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전 엄청 바쁜 시기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마티스 전시를 너무 보고 싶어 오픈 시간에 맞춰 가고 지인과 차도 한 잔 마시지 못하고 돌아온 걸 보면 말이죠. 제 눈에 마티스의 그림이 엄청 치열하게 보였던 건 제 마음의 상태를 반영한 것 같습니다. 

심상은 ‘이미지’와 같은 말입니다. 한자어 그대로 마음(心)에 그려지는 상(象)을 말합니다. 실제로 어떤 대상을 직접 보는 것도 아닌데, 구체적으로 표현된 묘사나 비유를 보면 대상을 직접 보고 겪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죠. 그 표현으로 인해 우리 마음속에 구체적인 인상이 떠오르게 되는 겁니다. 이때 마음속에 그려지는 감각적인 모습이나 느낌을 심상이라고 합니다. 결국, 개인의 경험, 가치 등이 중요한 심상의 요소가 되고 그림은 그것을 표출하는 도구가 되는 거죠. 이 도구를 통해 우리는 비슷한 과거의 모든 기억과 추억을 중심으로 행복했던 혹은 불행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되는 겁니다. 

자!! 마티스 그림의 제목 궁금하셨죠? 바로 ‘카우보이’입니다. 제목을 듣고 나서 오랫동안 그림을 바라봤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지만, 저에게는 ‘카우보이’란 제목과 그림이 잘 매치 되진 않았습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린 걸까요? 
제가 마티스와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다른 정보를 인출하나 봅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셨나요? 그림의 주인공은 여자일까요? 남자일까요? 아니면 동물일까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상상에 맡겨 보겠습니다. 

화가의 심상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을 감상하는 이에게 새로운 심상을 떠오르게 해, 마음의 이미지를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 마티스 그림의 장점이고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는데 만약 정답이 정해져 있다면 그림은 제게 더는 매력적이고 신비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별이 지나가는 길을 본 적 있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있는 것처럼
눈을 감아도 너를 볼 수 있어
머리카락 나뭇잎처럼 나부끼는 걸

지하철 계단을 오르면 네모난 하늘이 보여
크롬 옐로우의 작은새
손바닥위로 날아왔으면
멀리 가지마 너무 멀리는
가까이 오지마 너무 가까이는 
(이하 생략) 

 이상은 ‘Soulmate’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가수가 있습니다. 1988년 만18세의 나이에 MBC 강변 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수상한 가수 이상은씨 입니다. 앗! 제 나이를 들키는 순간인가요? 그녀가 작사, 작곡한 ‘Soulmate’라는 곡을 듣고 떠오른 제 ‘심상’을 표현해 본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어떤 마음이 생기시나요?
제 마음이 전달되어도 좋지만, 여러분들의 마음 안에 각각 감정을 만드는 열쇠를 꺼내 나만의 마음속 이미지를 만들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리네아스토리 대표 김민정

lineastory.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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