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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난생 처음 ‘공동체 라이딩’을 해보다!

2021년 10월호(14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0. 1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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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난생 처음
‘공동체 라이딩’을 해보다!

 

안녕하세요! 2016년 8월에 중국에서 온 한국살이 5년차, 저의 이름은 이향균(李香均)입니다. 중국에 있을 때 한국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싶었는데, 현재 그 꿈을 이루게 되어 매우 기쁘답니다. 원래는 한국에 1년 정도 지내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려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환경도 좋고, 교통도 너무 편리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 기회가 되면 한국에 계속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국살이 5년 만에 올해 4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만난 언니의 권유로 자전거를 타게 되었고 라이딩 커뮤니티에도 참석하게 되었죠. 저는 중국 사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산에 오르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일상생활이었어요. 특히 농사를 짓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지, 운동을 제대로 하기위해 목표를 세우고 훈련 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라이딩 훈련에 참여하면서 함께 하는 것과 목표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었어요. 

라이딩 하는 날은 새벽에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전날 라이딩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이 미리 준비하고 잠을 자고 떠났어요. 라이딩 할 때 헬멧과 보호 장구, 옷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따로 준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평소에 따릉이를 타봤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드디어 라이딩 당일, 안 쓰려고 했던 헬멧을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다른 사람들의 권유로 꾸역꾸역 쓰고 출발했어요. 저는 자전거를 타는 것에 흥분이 되어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저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앞바퀴가 큰 웅덩이에 빠졌고, 핸들을 신속히 조작할 수 없어 그만 자전거와 함께 저는 내동댕이 쳐졌습니다. 그때 머리가 바닥에 ‘쿵’하고 부딪쳤고, 헬멧 끝이 깨져 버렸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덜컹합니다. 만약 헬멧을 쓰지 않았으면, 얼굴 상처는 물론이고 머리도 많이 손상을 입었을테니까요. 헬멧을 쓴 게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두고두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생활하며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사는 것이 시크하고 멋진 삶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또 상당히 개인적이라,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라이딩을 통해 제가 나이는 서른이지만, 참 어린아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 후부터는 제 헬멧도 사고, 언니가 빌려준 보호 장비도 잘 장착하였지요.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은 첫 라이딩을 마친 후, 매주 하는 자전거 라이딩이 기다려졌습니다. 함께 하는 분들이 배려와 격려를 많이 해주어 더 열심히 탔던 것 같아요. 중국에서 가족과 친척들이 모이긴 했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함께하는 커뮤니티는 저에게 생소했습니다. 라이딩 준비, 방법, 자전거수리 등도 가르쳐주고, 또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 해주기도 했어요. 저는 오로지 자전거 타는 것, 제 체력 좋아지는 것만 생각했거든요. 더 귀한 것은 청소년부터 60대까지 라이딩을 하면서 힘들 때 서로 챙기고, 다치게 되면 서로 케어하고, 스피드도 조절하며 하나가 되어 같은 목표를 이루어 가는 것은, 중국에서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중국에 있을 때 이렇게 함께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부분 중국 사람들은 자신의 삶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저는 ‘나는 외국인으로 한국에 왔으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도와줘야 해’라는 생각도 강했고요. 그리고 라이딩을 하며 한국 사람들이 목표를 같이 이루기 위해 세밀하게 계획 세우는 것에 감탄했어요. 혼자라면 도저히 상상도 못했을 것을, 도움을 받아 저도 마지막까지 이틀에 걸쳐 113km 목표를 이룰 수 있었거든요.  


이번 한국 사람들과 함께 라이딩을 하면서 저의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면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 삶에 있어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그렇게 하다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른 살 미혼 여성이면 중국에서는 똥차 취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살면서 결혼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성숙한 여성으로서 인생을 의미 있게 살고 싶답니다. 

 

중국어 교사 이향균(李香均)

511512lxj@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4>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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