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전칠기의 아름답고 찬란한 세계를 보여주는 ‘휘향찬란’

2021년 10월호(14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0. 11. 16:48

본문

나전칠기의 아름답고 
찬란한 세계를 
보여주는 ‘휘향찬란’

 

 

‘휘향찬란’
나전칠기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조개마다 가진 다른 무늬, 빛깔, 패턴이 있기 때문이죠. 빛에 따라 아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 빛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휘향찬란’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향한 도전
사실 몇 해 전까지 저는 회사에서 회계 관련 일을 하던 3년차 직장인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동안 이 일이 나에게 맞지 않다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항상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해 베이킹, 가죽공예, 코딩, 일러스트, 포토샵 등 다양한 분야를 시도해보았습니다. 그러다 나전칠기를 정식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명장님들께 많은 조언과 사업적인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화재수리기능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 프리마켓을 종종 나갔었는데, 그때마다 찾아주는 분들의 많은 응원과 관심 덕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원데이 오프라인 클래스, 온라인 클래스로 나전칠기 귀걸이, 머리핀, 키링, 그립톡, 커스텀 제품들을 만들고 있고, 지난 펀딩으로 명화키트, 탄생화키트도 제작했습니다.

자개와 나전칠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개를 석패과정을 거쳐 다듬은 것을 ‘자개’라고 합니다. 그 자개를 기물 위에 붙이면 ‘나전’이 되고, 그 나전 위에 칠을 해서 마무리하면 ‘나전칠기’가 만들어지죠. 자개를 만들 때 전복패, 흑진주패, 진주패, 색패, 호주패 등 다양한 종류의 패들을 사용합니다. 자개들의 천연 색상을 바로 사용하기도 하고 염색을 할 때도 있는데, 똑같은 분홍색으로 염색을 해도 패에 따라 각기 다른 색으로 연출되죠. 이 기법이 복채기법, 즉 자개를 갈아 낸 후 염색해 자개의 빛이 보이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기법을 활용해 50여 가지 자개를 어떻게 조합해야 가장 잘 어울릴지 항상 연구합니다.

 

탄생화키트


나전칠기의 현대화, 명화키트
나전칠기하면 대부분 동양화, 전통적인 그림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감성으로 사람들이 집을 예쁘게 꾸밀 때 동양화는 색다르긴 하겠지만, 사실 조금 언밸런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런 부조화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그래서 명화키트를 통해 나전칠기라는 전통기법과 전통적인 소재를 명화 속에 녹여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소소하게 나전칠기를 했지만, 이 키트를 만들기 위해 명화를 더 깊이 알아보고, 필요한 색깔을 만들기 위해 셀 수없이 많은 염색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 명화키트는 펀딩으로 마감이 되었지만, 재주문 요청과 피드백을 많이 받아 리뉴얼해 올해 말에 재 오픈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위기 극복하기
초기에는 나전칠기로 창업한 선배들이나 선례가 흔하지 않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스스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것을 장점으로 바꾸어 선례가 많이 없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것이 새로운 하나의 길이 되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되었죠. 다른 사람에게 구애받거나 틀에 매이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것이기에 더 창의적이고 색다른 제품을 구상하고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처음 명화키트를 제작할 때, 전통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나전칠기로 무슨 명화를 만드느냐”, “이건 전통공예가 아니다.”라는 비난을 종종 받았습니다. 순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을까’하는 흔들리는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저를 비난하던 분들보다 몇 배 더 높은 수익률을 냈죠. 그래서 사람들의 말은 말에 불과하다는 것과 충고는 받되, 나는 내 길을 가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나전칠기라고 해서 전통공예라는 카테고리 속에서만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카페나 다양한 전시회도 다니며 트렌드가 어떤지 찾아보고 새로운 것과 결합시켜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명화키트


3세대를 잇는 손님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던 어느 날, 젊은 여성 두 분이 온 적이 있었어요. 나전칠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었는지 두 번째 예약을 하며 어머니와 함께 왔고, 세 번째 방문을 할 때는 할머니와 같이 왔어요. 저는 이 분들을 보고 할머니와 어머니가 어렸을 때 익숙했던 나전칠기를 젊은 친구들이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다양하게 접하면서 3세대가 친밀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전통공예회사를 꿈꾸며
처음에 나전칠기는 할머니 자개장롱이라는 생각이 굉장히 컸었어요. 제가 20대이고 할머니 시대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누가 사용해도 부조화가 되지 않는 나전칠기, 내 가방에 달아도 어색하지 않는 자개소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나전칠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커서, 9월 탄생화키트 펀딩과 12월에는 새로운 펀딩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전칠기가 전통공예에 국한되지 않고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도록 나전칠기를 접목한 새로운 브랜드도 구상중이죠. 장기적인 목표로 다양한 나전칠기 전통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같이 협업해서 전시도 할 수 있는 전통공예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휘향찬란 임현지 대표
@native_lim/native_forest@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4>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