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의 가르침
[주수연의 인생 단상 17] 냉장고의 가르침 평소와 같은 밤이었습니다.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여닫았는데, 갑자기 표시창에 냉장고의 온도가 아닌 에러 메시지가 떠 있었습니다. 영어 알파벳으로 바뀌고 터치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더군요. 점차 냉동실의 냉기가 사라져 가고 음식물들은 녹기 시작했습니다. 아찔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발만 동동 구르다 전기를 잠시 차단했다가 다시 가동시켰습니다. 보통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껐다 켜보는’ 원초적인 방법을 실행합니다. 이 방법은 생각보다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다시 냉동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냉장고는 전날과 동일한 에러 메시지를 띄우며 점차 물바다가 되어가고 있었지요. 금요일이라 당장 고치지 않으면 주말..
2021년 10월호(144호)
2021. 10. 11.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