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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교 앞에는 왜 분식점이 없을까?

2022년 5월호(15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6. 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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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교 앞에는 
왜 분식점이 없을까?

 

학창 시절 추억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새삼 생각해 보았습니다. 분식점과 도서관이 금방 떠오르더군요. 그런데 일본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좀 놀랐던 것은 학교 앞에 분식점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학교 내의 매점도 존재하지 않죠. 특히 학교에는 돈과 시계 등을 가지고 가면 안 됩니다. 즉 귀중품을 소지하지 못하고 개인 소지품 또한 가져가면 안 되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빈부 격차로 인해 아이들이 힘들어 할 수도 있는 정서를 고려한 것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교과서도 교실에 절대 놓고 다니면 안 되었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총 11kg나 되는 가방(여행가방 사이즈)을 매일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 이유 또한 학교에 놓고 다니면 도난사고나 다른 아이들이 자기 물건에 낙서하고, 물건을 빼앗으며 놀리는 이지매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랍니다. 
이렇듯 돈을 가지고 다니지 못 하니 학교 근처에 분식점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거리에서 손에 먹을 것을 들고 걸어 다니는 것 또한 허락되질 않았습니다. 위생상 좋지 않다는 것이죠. 일본의 학부모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당연한 것처럼 생각해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초·중학생들은 학부모 없이 패스트푸드점이나 레스토랑, 오락실 등 공공시설도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류의 인기로 코리아 타운으로 발길을 돌리는 청소년들과 아줌마들은 먹자골목에서 말 그대로 한국문화를 즐기고 있지요.

분식집이 전혀 없는 일본 학교 앞


개인 물병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
일본의 날씨는 푹푹 찌고 습한 걸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매년 4월에서 10월까지 초·중학생들은 필수로 물병을 가지고 다니지요. 하지만 그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만 먹어야 하고 교문 밖 길거리에서 도중에 목이 말라도 마셔서는 안 되는 것이 이곳의 룰이지요. (물론 초등학교 학생들은 몰래 마시기도 합니다) 물을 마시다 행인과 부딪치게 되면 부상(?)을 입을 수 있어 위험하다는 황당한 규칙 때문입니다. 규칙 지키다 열사병으로 쓰러지면 어쩌려고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모든 행사에 정장을 고집하는 이유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식과 졸업식에 평상복을 입지 않고 반드시 맞춤식 정장을 사서 입힙니다. 여자아이들은 스커트(유행에 따라 체크주름치마), 블라우스에 리본, 그리고 자켓. 남자아이들은 바지 정장에 자켓이지요.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비슷비슷해서 다 같은 아이로 보입니다. 이렇게 딱 한번 입는 옷을 위해 구입해야 하고, 그 옷을 졸업식에 다시 입히기에는 훌쩍 커버린 아이들에게 무리이니 또 구입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자유롭지 못한 비효율적인 규칙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전통이라 생각하고 다들 따릅니다. 결국 이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형식을 중요시하는 일본 사회문화를 따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체육복 속에 속옷이 없다?
그런데 제가 폭발했던 것은 초등학생의 속옷 문제였습니다. 이 일은 최근에도 인터넷사이트에 개시되기도 했는데 체육 시간에 체육복으로 갈아입을 때 위의 속옷을 전부 벗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는 성장기에 있었던 둘째 딸이 체육 시간이 있는 날에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해서 물어보니 속옷을 벗고 체육복을 입게 한다는 황당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군요. 저는 분노해서 학교에 즉시 연락했습니다. 딸아이의 말이 사실인지 여부를 물어 보기위해서 말이죠. 학교에선 운동 후 땀이 나 속옷이 젖은 상태에서 그 위에 옷을 입을 경우,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어이없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한국 또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답변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룰은 누가 누구를 위해서 만든 것인지, 이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이 세대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도 되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더 암담한 현실은 그 어느 학부모도 학교에 건의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 나만 학교에 문제 제시를 많이 하는 학부모로 낙인찍히고 말았습니다.

PTA(Parent-Teacher Association)
매년 신학기가 되면 학교에서는 선생님을 대신해 부모가 운영하는 모임인 PTA를 구성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본 학부모들은 어떻게든 이 모임에 속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 모임은 학교에 문제가 생기면 학부모들이 대표해 학교 측에 건의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학교 선생님들이 시간이 없어 하지 못 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잡무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아무도 손들고 자진해서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특히 PTA회장이 되는 것은 모두들 꺼려합니다. 결국 제비뽑기로 결정하고 1년 동안 아이들을 위해서 움직입니다. 저는 일본 학교시스템을 잘 몰라 큰 딸 유치원부터 1학년 때까지 자진해서 PTA 회장 경험을 해 보았습니다. 둘째 딸 때에는 학교 홍보 담당도 해서 상을 받은 적도 있었어요. 이렇게 경험하며 놀랐던 사실은 일본 학교시설 중 하나인 도서실이 전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내의 도서실은 단지 책을 대여해서 읽고, 반납하는 것이 끝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시험기간이나 자율학습을 하고 싶을 때 학교 도서실에서 공부하고, 자리다툼까지 하고 그랬었는데 여기 초·중학교는 수업이 끝나면 부가츠(동아리활동)가 없는 한, 학생들은 바로 하교를 해야 합니다.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한다는 것을 학교에서 허락하지 않습니다.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지요. 제가 바라는 학부모회는 학교에 문제가 있으면 교육위원회에 건의해서 바로 잡고,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었는데 규칙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엄마들도 문제가 생기면 제가 나서주기를 바라며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는… 여전히 저는 이곳에서 컴플레인 메이커로 살고 있답니다. 


누구를 위한 교칙인가?
어느 학교나 교칙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교칙은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누구를 위해 만든 교칙인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듭니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둘째딸은 학교의 교칙이 이해되지 않아 답답해합니다. 물론 바른 것은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추운 겨울, 교복 위에 입는 코트가 정해져 있어 춥다고 함부로 따뜻한 겉옷을 더 입지 못합니다. 혹시 걸리기라도 하면 옷을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교칙들을 만들 에너지가 있으면 가르치는 교육에 더 힘을 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일본 교육은 실제적 공부보다 일본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많이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일본이 학력 사회가 아니라 그러는지도 모르겠어요. 자기 목표가 확실한 아이들은 전문학교에 진학해 바로 취업하다 보니, 한국처럼 꼭 대학 졸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과 다른 점입니다. 그런데 취직만 하면 끝인가요? 앞으로 펼쳐질 아이들의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넘어 우주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데 거기에 발 맞춰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30년 전, 제가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 ‘일본은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그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일본이 한국보다 선진국이라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제가 20년을 일본에서 살다 보니 이제는 그 말의 뜻이 이해가 됩니다. 정말 일본은 현재의 한국에 비해 교육 수준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니까요.

 

 

일본 사이타마에서 한미숙 
hahnice66_0910@yahoo.co.jp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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