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낙태’와 ‘총기규제’에 대한 찬반논쟁의 장(場)에서 엿보이는 미국문화의 민낯과 동정적으로 그려보는 그 미래상

2022년 10월호(15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 14. 20:52

본문

‘낙태’와 ‘총기규제’에 대한 
찬반논쟁의 장(場)에서 엿보이는 미국문화의 민낯과 
동정적으로 그려보는 그 미래상

 

2022년 법적 투쟁의 장이 되어 버린 미국 현실을 동양의 우리는 제대로 이해할까?
1973년 낙태허용판결(1973.1.22)이래 50여년 만인 올해 2022년에 뒤집은 미시시피주 낙태금지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합헌판결(2022.6.24),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문제인 총기규제법 승인(2022.6.25)으로, 현재 미국은 치열한 논쟁의 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쟁점은 낙태의 경우, ‘생명권 보호가 먼저냐 개인의 자유권(신체의 자유, 자기 결정권 자유 등)이 먼저냐’이며, 총기규제의 경우 ‘자기방어권 보장의 자유를 제한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특별히 전자인 낙태금지법에 대한 합헌판결의 후폭풍은 얼마나 강력한 지 미국이 두 쪽이 날 지경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두 논쟁 자체보다, 이런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전제이자 바탕인, 이번 논쟁에서 드러난 ‘미국 문화의 민낯’를 살펴보고, 더 나아가 한국동란 때에 3만 여명의 병사를 희생한 미국을 ‘동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그려주어야 할 미래상’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환하게 드러난 미국문화의 민낯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지지 못한 미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 형성 역사, 정부 구조, 미국민의 구성 요소, 대서양과 태평양을 맞닿아 있는 영토 등은 세상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주 다양하고 독특한 요소를 가득 담고 있지만, 구성인들 끼리 잘 섞이지 않는 ‘샐러드 볼’Salad Ball과 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 구체적 내용 몇 가지를 지적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극단적인 다인종, 다국적, 다문화, 다종교 사회입니다. 16세기 유럽 각국으로부터 이주가 시작된 이래,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세계 각지의 이민자들이 자신들만의 피부, 문화를 가진 채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에 흩어져 살면서 하나로 만들기 위해 4백여년이나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외부인은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 네가지 (인종, 국적, 문화, 종교)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천년 이상의 시간도 모자랄 수 있는데, 미국의 4백년 역사는 너무 짧은 겁니다. 
둘째, 이들이 이민해온 동기와 목적이 너무나 다양하고 차이가 나는 사회입니다. 초기에는 로마교나 영국국교회의 핍박을 피해 온 필그림들과 단순히 생존을 위해서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후에는 18세기의 ‘영국과의 독립전쟁’, 19세기의 ‘일확천금을 노린 서부로의 이주’를 추구하기도 하였으며, 20세기에는 유럽의 박해를 피해온 유대인이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건너온 아시아(인도, 베트남, 중국, 일본, 한국), 아프리카인들도 있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인간의 1차원적 욕구인 생존 자체를 위한 목적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함께 일구어 가야할 공동체를 향한 책임과 의무보다 개인이 이룬 부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유난히 강조하게 된 겁니다. 
셋째, 대서양과 태평양의 한 가운데 위치하여 세계 어느 곳을 향해도 나아갈 수 있는 지리적 독특성도 있습니다. 이것은 장점과 함께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장점으로는 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거했던 유럽대륙이나 중국대륙과는 달리 초기 건국 역사 시기의 혼란을 제외하곤 늘 안정 속에 역량을 구축해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대한 태평양과 대서양 때문에 외부에서의 침투가 극단적으로 어려워 그만큼 방어는 쉬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리적 광활함은 오히려 단점 또한 보여줍니다. 대서양을 통하여 스스로를 유럽으로 여겨야 할지, 태평양을 통하여 아시아라고 여겨야 할지와 관련하여 헷갈리는 지리 문화적 자기정체성은 두고두고 미국을 고통스럽게 하는 문제로 남을 겁니다.
넷째, 정치체제로서의 미국은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명칭에서 보여지 듯, 세계에 아주 흔한 단일 국가들(한국, 일본 등)과 달리 ‘독립된 50여개 주들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국가 구조를 가집니다. 물론 잉글랜드(England)·스코틀랜드(Scotland)·웨일스(Wales)와 북아일랜드(Nothern Ireland)로 구성한 United Kingdom(영국)도 네 개의 지역이 하나의 왕국을 이룬다는 점에서는 유사합니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통하여 연속성, 안정성을 늘 유지해 온 직전의 세계 제1패권국인 영국과 달리, 50개주가 만들어가는 연합성은 아직도 미완성이며 진행 중입니다. 이것 역시 장점과 함께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장점은 주들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연방체제의 역사를 확장하면 앞으로 우주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세계(단일)정부와 각국 정부는 어떤 관련을 맺을 것인가에 대한 놀라운 연습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에 단점은 미국의 연방성은 6십만의 청년이 죽은 남부전쟁을 통해 확정되었는데, 그런 희생이 또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동정적으로 그려보는 미국문화의 미래상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정체성으로 가진 유일무이한 미국문화를 동정적으로 고려해 주어야 할 이유로, 한국동란에 엄청난 희생을 해 준 미국청년들에 대한 ‘의리의 한국’으로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 외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런 연약한 정체성을 가진 나라가 제1의 강대국이라는 사실은 베이비의 손에 면도날이 들려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제 우주시대가 열리는 시기이자 동시에 동아시아로 패권이 넘어오는 21세기에 한국이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연결점으로서의 역할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이 새롭게 부상하는 동아시아와 함께 정치적 패권을 평화롭게 공유하도록 해야 하며, 서양문화(해양문화)와 동양문화(대륙문화)의 한계 모두를 극복하여 우주문화를 새롭게 개척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미국문화를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동정적으로 대신 보아줄 수 있습니다. 
첫째, 시간의 전체성, 즉 역사성 속에서 미국은 자국 문화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삶을 바라볼 때 어린아이부터 노년의 시기까지의 전 과정을 바라보아야 하듯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건국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적 전 과정을 살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공간과 그 속에 존재하는 사물, 생물, 인간, 문화 뿐 아니라, 미국을 둘러싼 전세계적 공간의 전체성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둘째, 이런 전체성 속에서 이제는 나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공동체에 행해야 할 나의 의무와 책임을 먼저 지려고 하는 태도를 우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국가를 위해서 할 것을 생각하자’는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사는 다른 나라에서는 평범한 말이지만 미국에서는 생소했을 겁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총기 규제나 낙태 논쟁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다루면서, 매우 생산적 결론을 낼 뿐 아니라, 세계(단일)정부에서의 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좋은 사례를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셋째, 미국은 완성된 국가가 아니라 ‘아직도 형성중인, 미완성의 국가’라는 사실을 겸손하게 시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매우 안정되고 단합된 나라인 영국의 기초를 이어받았음에도 미국의 자체 역사는 매우 짧아 성숙도에 있어서 어린아이와 같다는 점을 시인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초강대국인 국민이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 모국과 같은 영국의 오랜 기간의 패권 국가를 운영하면서 보여주었던 능력을 아주 가까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평창 상상팜 한상기
 01sangsang@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6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