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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문화·역사 기행 단상

2022년 10월호(15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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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문화·역사 기행 단상

① 국립 부산 과학관
② UN기념공원
③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박물관
④ 조선통신사역사관
⑤ 국립해양박물관
⑥ 자갈치시장
⑦ 국제시장
⑧ 차이나타운, 텍사스거리
⑨ 을숙도 생태공원

 

5박 6일 남해안 여행!
저는 처음으로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2009년 네팔에서 온 후, 2017년 한국에 귀화해 한국인이 되었지만 한국 역사는 잘 몰랐어요. 이번 여행에서 이순신 장군이 우리나라를 지켰던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역사와 관련된 영화를 봐도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역사박물관, 옛날에 전쟁 했던 장소를 직접 가서 보고, 제 옆에서 5박6일 동안 같이 간 사람들이 계속 설명을 해주어 남해군 이순신 순국공원 안에 있는 이순신 영상관에서 노량해전 영상을 보며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조상님들이 우리나라를 살려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더 노력을 해서 더 강한 나라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정말 좋았습니다.

군포시 금정동 김혜영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오잉? 뭔 이런 촌스럽고 이상한 공룡이름이 다 있나?
전남 보성에 있는 비봉공룡공원에서 만난 공룡 이름입니다. 우리나라 보성군에서 발견된 육식공룡이라 이름에 코리아와 보성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제 눈에는 이상한데 외국 사람들이 보기엔 멋진 이름이겠죠?^^ 비봉공룡공원에는 그 외에도 둘리 엄마일 것 같은‘브라키오사우르스’도 있고, 직접 올라타 볼 수 있는 공룡 모형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걸 보자마자 애, 어른 할 것 없이 저부터 먼저 올라가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답니다. 다 같이 알록달록 공룡 색칠놀이까지 하며 완전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었던 하루였습니다.
군포시 수리동 이송아

 

부산 금련산 천문대에 올라 천체 망원경으로 두둥실 떠오른 달을 보았습니다. 달 표면의 크레이터 자국이 이전과 남달랐습니다. 검푸른 구덩이인 넓은 바다와 높은 산맥이 보였습니다. 이번 여행의 한 주제인 우주에 대한 생각들로 달에 갈 수 있다면 저길 거닐 수 있겠구나 하는 현실 같은 상상을 하며 다가오는 우주시대가 손으로 만져지는 듯 했습니다.
경남 창원 최승호

 

“돌아와요~ 부산항에~”,“굳세어라, 금순아!”어린 시절 TV에서 들으며 어른들을 따라 흥얼거렸던 노랫말이 그렇게 슬픈 곡이었는지 이번 여행을 통해서 새삼 더 알게 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의 상처로 만들어진 애끓는 부산 영도다리를 지나며 들으니 더욱 구슬프고 현장감 있게 다가오더라고요. 또 아리랑 중에서 가장 흥겨운 진도 아리랑을 함께 간 초등학생 제자에게 진도 땅을 밟으며 알려줄 수 있던 것도 참 좋았습니다. “아리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얼쑤!!
영등포구 고경명

 

얼마 전까지 일본에 살다 온 저에게 부산‘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충격의 장소였습니다. 거기엔 캄캄하고 숨 막히는 광산의 노동현장과 두려움에 떨고 지냈을 소녀들의 위안소 현장이 실감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분노가 치밀었고, 일본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오면 꼭 여기에 데리고 와 이렇게 말해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질서 바르고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인이라고? 아니, 이것이 바로 너희들의 실체다.”라고 말이죠.
의정부 김지혜

 

이번 여행에서 거북선을 처음 타 보았는데 거북선이 흔들흔들 거려 금방이라도 왜군의 배를 향해 돌진 할 것 같아서 실감이 났습니다. 돌격대장 거북선을 만나고 나서인지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닭다리싸움을 했습니다. 덩치가 나보다 작은 여자 쌤과 대결했는데 매번 졌습니다. 그래서 내가 계속 대결을 하자고 했는데, 이순신 장군님은 23전23승을 했지만 나는 15전14패로 딱 1번 이겼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체 훈련을 열심히 해서 꼭 이기려고 합니다.
초5 변성민

 

평창에서 통영으로 추석 새벽에 출발해서 여행에 합류한 것은 명절 기간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부추와 홍초 출하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였는데 남해 한려수도 장관은 심신을 위로하는 듯 했습니다. 조용하고 고요히 흐르는 바다, 많은 섬들, 그리고 의외로 높은 산은 아기자기한 한국 풍경의 축소판 같았습니다. 완도 신지면에 있는 명사십리해수욕장을 거닐면서 발에 밟히는 고운 모래의 감촉과 해변의 쓰레기를 주웠던 시간은 잠깐의 숨 고르기 시간이었습니다.‘담에는 이곳에서 해수욕을 꼭 해 봐야지’하고 여운을 남긴 체 말이죠.
강원도 평창 나선명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펼쳐져있는 명사십리해수욕장. 모래가 울어 명사십리라는데, 귀를 기울여도 모래가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죠. 대신 모래사장 이곳저곳을 나뒹구는 쓰레기들만 보였습니다. 쓰레기에 몸살을 앓아 모래가 우나보다 싶어, 모두가 달려들어 치우다보니 열개나 되는 비닐봉투가 가득차고도 넘쳤지요. 오리나 되는 해변을 말끔히 치우고 나니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해변가엔 파도 소리만 잔잔하게 들렸답니다. 파도 소리틈새에서 모래 소리도 들릴까 다시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끝내 모래가 우는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나만 귀가 잘 안들려 모래가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명사십리의 이름을 바꾸어야 하는지?
종로구 김영연

 

한산 앞에서 본‘칼의 소리’  
전라좌수사 부임 후 임란까지의 1년 동안 준비하며 담금질한 칼의 소리가 들렸다. 
해전에서 처음 운용해 보는 학익진 전법을 두고 밤새 고뇌하는 심도(心刀) 소리가 들렸다.
학익진을 향해 조롱하며 다가오는 왜구들의 함성과 아군의 불안함이 뒤섞인 칼들의 소리가 들렸다. 
아군의 불안과 적의 교만함의 모든 소리를 잠재운 공(公)의 칼의 소리를 보았다.
임진년 칼의 소리는 먼 태평양으로 감취어져 버리고 이제는 세상 섬길 ‘의의 칼’의 장수 부르는 소리만 들린다.  
(견내량과 학익진 전투가 벌어진 한산 앞바다를 바라보고 1592년 7월의 한산대첩을 상상하면서…)
강원도 평창 한상기

 

유엔 기념 공원을 가 보셨나요? 부산에 있지만, UN에 영구히 기증된 공원. 한국전쟁을 위해 목숨을 바친 UN군 전몰장병들이 묻혀 있는 곳입니다. 힘차게 펄럭이는 참전국의 국기들 사이로 엄숙하게 진행된 국기게양식도 볼 수 있었지요. 여러 기념비 사이로 길게 흐르는 도운트 수로! 한국전에 참여한 UN군의 최연소(17세) 전사자 호주의 도운트를 추모한 것인데, 우리 청소년들이 이곳을 꼭 한 번 방문하면 좋겠습니다.
군포시 산본동 조현선

 

초딩6학년 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진도 울돌목! 
43년이란 세월이 흐른 이제야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어요. 정말 물살이 빠르더군요. 13척의 배로 133척의 배를 격파시킨 이순신 장군, 전쟁으로 피폐해진 가운데 도저히 싸울 힘도 없을 것 같은 백성들이 하나같이 도운 승리의 해전. 밤에 도착한 저희는 16명을 4(조선):12(일본)으로 나누어 급하게 흐르는 울돌목의 소리를 들으며 명량해전을 치렀습니다. “적을 부수라!”하는 함성과 함께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웬걸 마음이 사뭇 진지해지더군요. 휘돌아가는 물살에 제 마음도 적군을 향해 동요되는 듯했습니다.
군포시 당동 김미경

 

저는 2016년, 중국에서 한국에 온 후, 현재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여느 중국인들처럼 저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잘 믿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부산에 도착한 첫날, 망원경으로 직접 달과 토성 보며, 우주가 매우 신비스러웠습니다. 우주의 광활함과 무한함을 모른 체, 눈에 보이는 것을 전부로 여겼던 것이 얼마나 제한적인 세계였는지 아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세상은 내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넓습니다. 우주는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으로 우주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고 싶고, 우주를 가는 우주인이 되고자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진구 이향균(李香均)

 

길을 잘 못 들어 부산 남포동 번화가 인파 속으로 차를 몰았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요. 꼬막정식을 먹고 체해, 잠시지만‘굳세어라 금순아’의 주인공처럼 배를 움켜쥐고 국제시장, 깡통시장, 자갈치 시장을 걷기도 했지요. 숨겨진 보석 같은 광안리, 해운대의 해안도 인상 깊었지만, 부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4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 (‘고석진’)을 검색해 발견했을 때는 정말 반가움, 서글픔, 분노 등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군포시 재궁동 고종훈

 

 통영 한산도 제승당에서 인간 이순신을 만났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 깊은 의미를 알지 못한 체 주문 외듯 중얼거렸던 한산도가(閑山島歌).

장군의 앉았던 자리에서 보고, 듣고, 상상해보니 비로소 조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산섬의 적막한 바다, 일렁이는 잔물결 소리, 그날도 보름 같은 밝은 달이 인간 이순신의 속을 훤히 비추었을 것입니다.
격랑처럼 일어나는 두려움과 사방의 적들로 둘러싸여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묵묵히 활시위를 당기고 또 당겼을 그 외로움, 그 비장함 마지막 한 털의 두려움도 끝장내버릴 때까지.
군포시 금정동 갈렙추 

 

남해문화역사기행 둘째 날, 밤에 묵을 숙소가 있는 감천 마을로 가는 길, 차로 일행과 함께 어느 언덕을 올라가는가 싶었는데, 흡사 낭떨어지를 만난 듯 앞이 보이지 않는다. 길의 가파르기가 운전하면 내노라 하는 총대장 언니 이마에도 땀을 삐질삐질 나게 한다. 고바위에 바퀴가 빠질락 말락 간신히 주차를 하고, 숙소를 잘 못 얻었나 후회가 들기도 잠시, 감천마을 고바위 위의 숙소에 올라보니, 오색 빛 층층의 집들, 지중해의 어느 마을 같기도 하고,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마을 같기도 하다. 문화마을로 탈바꿈 한 피난민 역사의 현장을 떠나는 다음 날, 아침에 양복을 쭈~욱 빼 입은 동네 할아버지는 시동도 켜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타고 스스륵 고바위를 내려가다 한참 뒤에야 시동을 켜고 가신다. 여기는 내 나와바리여~~!! 
송파구 김송희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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