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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겠어? 됐습니다! 우리마을 프로젝트

예술/Retrospective & Prospective 칼럼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8. 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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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숨쉬는 지방문화 속으로]

되겠어? 됐습니다! 우리마을 프로젝트

 

 

마을만들기! 들어보셨나요?
  우리가 사는 마을이 실제 만들어질 때 누구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되나요? 그렇죠! 그 마을에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보다 시나 군 행정이 주로 추진하지요. 골목길 확장, 가로등 교체 등 소소하게 벌어지는 마을일에도 주민들에게는 사실 결정권이 없습니다. 때로는 수백 년 이어온 마을이 개발행위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마을 주민들의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선심성 사업들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마을만들기’란 좋은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주민들이 결정할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루어진 운동입니다.

 

  이러한 ‘마을만들기’는 인간의 생각의 무게란 직위에 관계없이 동일하다는 바탕에서 출발했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군수, 기초의원 그리고 시민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결정권의 크기는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가정이 좋은 골목을 만들고, 좋은 골목이 좋은 마을을 만들고, 좋은 마을이 좋은 지역을, 그리고 좋은 지역이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작은 마을 활동이 전체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특별한 사람들만이 정치하고 권력을 위임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주민들의 뜻대로 골목과 마을과 지역을 만드는 것이 바로 ‘마을만들기’가 하는 일입니다. 도시의 계획이 있는 것처럼 마을에도 계획에 있는데 그 결정권을 주민들이 가지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
  최근 이러한 마을만들기의 사례로 2016년 5월 7일 순천에서 준공된 ‘순천 기적의 놀이터’가 있습니다. ‘기적의 놀이터’는 ‘편해문’이라는 걸출하고도 약간 웃기는(?) 이름을 가진 놀이연구 놀이터 디자이너가 ‘조충훈’ 순천시장에게 제안하여 추진된 어린이 놀이터 혁신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위에서 말한 마을만들기 활동과 가치가 부여되었기 때문에 전국적 주목을 받았지요.

 

  놀이터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바로 어린이와 가족입니다. 그러나 보통은 이 주인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놀이터를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다보니 과도한 안전 규제로 인해 그냥 밋밋한 놀이터, 재미와 흥미를 반감시키는 획일적인 놀이시설의 놀이터가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이 ‘기적의 놀이터’는 아이들이 그 안에서 스스로 몸을 돌보고 공동체라는 사회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처음 기적의 놀이터는 ‘자연환경을 이용하기에 놀이기구가 없는 놀이터’라는 명확한 컨셉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설문지를 통해 물었죠. 두 차례 참여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아이들이 디자인한 놀이터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놀이기구들이 등장합니다. 10m가 넘는 미끄럼틀, 물놀이장, 언덕과 언덕을 잇는 출렁다리, 넓고 깊은 모래 놀이터 등등. 편해문 작가와 놀이터 설계자들은 이런 아이들의 생각을 반영했지요. 심지어 놀이터가 시공되는 과정에서 ‘어린이 감리단’을 운영하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놀이터가 만들어지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참여한 아이들은 지금도 기적의 놀이터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학원을 가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놀이터가 이제는 목표했던 디자인대로 아이들 스스로 몸을 돌보고 공동체 활동과 경험을 하게 되는 중요한 공간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주중에는 약 100여명 이상의 아이들이, 주말에는 300~500명이 방문합니다. 이렇게 규모있는 놀이터가 되려면 예산을 투입하는 행정은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결국 순천시는 2020년까지 10개의‘기적의 놀이터’를 추진할 것을 시민들에게 약속했고, 정부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2016년 상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전문가, 어린이, 지역주민, 지역활동가의 활동이 순천시는 물론 정부의 놀이터 정책에 큰 영향을 준 것입니다. 이처럼 어떠한 제안의 결정권이 주민들에게 주어지면 주민들은 결정하는 것만큼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책임있게 행동하며, 행정은 그것을 위한 서비스하는 체계로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편해문 작가와 어린이도, 주민들과 행정도 모두 어우러져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관리와 운영을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힘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태만상 마을만들기’프로젝트
  ‘기적의 놀이터’외에도 대표적인 마을만들기 케이스로 순천시 중앙동의 ‘천태만상 마을만들기’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순천시에서 중앙동은 과거 전남에서 가장 비싼 땅이 있을 정도로 중심지였고, 황금백화점, 지하상가, 길거리 브랜드숍이 밀집되어 있는 쇼핑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신도심이 개발되면서 1만 명의 인구가 3,300명으로 줄어들어 황금백화점 전체는 빈 점포가 되고 건물들도 텅 비어가는 등 지역민들의 상실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2005년 어느 날, 중앙동 주민자치위원장의 “구도심에서 뭐라도 해봅시다!”라는 말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것이 중앙동 ‘천태만상 마을만들기’입니다. YMCA를 찾는 재능있는 청소년들과 길거리 공연을 시도해 보았지만, 사람도 없고 공연자들만 힘 빠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청소년이 “관객 자원봉사를 꾸려봐요”라는 말에 착안하여 관객자원봉사자 활동과 길거리 공연 중앙동 주민자치위원회가 함께 어울려 무엇이라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마을 축제를 개최했습니다. 1년 정도 지속하자 시끄럽다던 상가에서 기념품을 제공하였고, “되겠어?”라고 생각하던 행정도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었습니다. 점차 패션쇼가 열리고 거리 곳곳에 참여디자인으로 벤치와 거리가 조성되었고, 지하상가를 리모델링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만든 작은 성공의 연속이었죠. 이런 중앙동의 활동은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정에 큰 영향을 끼쳐서, 지금은 안심마실단, 동네부엌 등을 천태만상센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이어온 활동의 결과입니다. 
 


10년 후 우리 동네 프로젝트
  지난 10년 넘게 ‘마을만들기’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주민들이 수개월동안 토론하고 마을 자원을 찾는 어려운 과정을 통해 결정한 마을 일을, 힘 있는 사람들이 “그게 되겠어?”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민들을 이용하는 것을 옆에서 바라보는 일이었습니다. 마을일들을 하며 생각보다 이런 일이 실제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주민들이 토론한 수개월의 결과를 단방에 무시해버리는 것은 결정권자들이 그 과정을 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의 생각을 폐쇄적 공간에서 회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기록하여 책과 신문으로 만들어 개방된 공간에서 홍보하는 방식으로 마을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게 되면 달라집니다. 그리고 단기간 과제가 아니라 10년 후 우리동네를 상상하는 마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쉽게 무시할 수 없게 되지요. 이렇게 개발한 프로그램이 마을 사람들과 10년 후 우리동네를 상상하면서 마을 계획과 비전을 수립하는 ‘10년 후 우리동네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2007~2008년에 순천시에서 추진한 바 있는데, 순천지역 마을만들기 사업은 이 시점을 계기로 많이 성장하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마을 주민에게 결정권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행정은 마을 주민들의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게 뒤바뀌어 있습니다. 그러니 마을에서부터 주민들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모델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일은 단기간에 극복되지 않지만, 특별한 사람이 아닌 마을 주민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는 일과 활동이 바로 ‘마을만들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천에 사는 김석
www.kimdo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89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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