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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절곤 날다

예술/Retrospective & Prospective 칼럼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1.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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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ive & prospective 6.공공장소 예절]

쌍절곤 날다



  공연장의 하루는 늘 사건, 사고의 연속으로 채워집니다. 관객에게 겉으로 보여지는 무대의 모습은 늘 평온하지만, 완벽한 공연을 위해 무대 뒤는 늘 분주하고 공연을 향한 모든 파트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해 진행하는 편입니다. 공연장에서 일하는 스텝들은 매일 무사히 최상의 상태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편안하고 쾌적한 관람을 하고 감동을 간직한 채 귀가하길 바랍니다.


  실은 그날도 우리의 바람은 적어도 그랬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며칠 안 남은 연말이었고 국내 굴지 기업의 송년 기업콘서트여서, 관객들은 모두 기업관계자와 임직원 가족들이었습니다. 공연장 스텝들은 무대와 로비를 살피며 공연 전 마지막 점검을 마친 후에 무전기로 로비상황은 이상무!! 라고 무대감독에게 보고도 끝냈습니다. 거기까지 살피고 사무실 내 자리로 돌아와 마무리할 보고서를 보고 있는데 앉은 지 10분도 되지 않아, 하우스 매니저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팀장님!! 지금 빨리 로비로 내려와 보셔야겠어요. 로비의 샹들리에가 깨졌어요!” 바람보다 빠르게 음악당 로비로 뛰어갔습니다. 


  음악당에 도착해 보니 중학생인 듯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머리를 푹 숙이고 하우스 매니저 앞에 서 있었습니다. 책상 위엔 이들의 주머니에 들어있었을 것 같은 쌍절곤이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음악당 로비의 샹들리에는 제가 예술의전당 시설물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로, 그 옛날 설치했는데도 심플하면서도 적당히 우아하고 화려한 디자인이라 정말 좋아했었거든요.


  어떻게 하다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서로 친구 사이인 두 학생은 부모님과 함께 음악회에 왔는데, 지겨운 클래식은 듣고 싶지 않아서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로비로 튀쳐 나왔다고 합니다. 로비에서 쌍절곤을 공처럼 주고 받으며 놀다가 케이스 주머니 끈이 풀리면서 속에 들어있던 쌍절곤이 나선형을 그리며 천장에 있는 샹들리에 몇 조각을 깨뜨린 후에 땅에 떨어졌다는 겁니다. 마침 공연이 시작되고 로비에는 사람이 없어서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던 터라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괘씸했지만 학생들도 당황한 눈치라 인터미션 때 부모님과 함께 다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샹들리에 피해액을 산정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8조각 정도만 깨져서 그때 당시 50만원 정도가 청구액으로 결정되었습니다..


  휴식시간에 학생의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학생의 아버지는 바로 그날 송년음악회를 치르고 있는 굴지의 대기업 사장님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당황했지만 사장님께서는 더욱 당황하신 표정이었습니다. 사장님 아들이 공연장 물품을 파손한 주범이 되었으니 회사 직원들 앞에서 사장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저는 파손된 샹들리에 수리비와 입금처를 알려드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즉시 수리비는 입금 되었지요.


  오늘도 공연장 로비에 샹들리에가 켜집니다. 오늘 공연도 무사히 마친 후에~ 관객들은 즐거움만 가슴에 품고 돌아가시기를~~


예술의전당 창의문화팀장 손미정

mirha@sac.or.kr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7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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